[시시각각]우리도 떼로 몰려다니며 외치고 싶다

  • 오피니언
  • 시시각각

[시시각각]우리도 떼로 몰려다니며 외치고 싶다

  • 승인 2016-05-29 13:25
  • 신문게재 2016-05-30 23면
  • 김용복 극작가·대전효지도사 교육원 교수김용복 극작가·대전효지도사 교육원 교수
▲ 김용복 극작가·대전효지도사 교육원 교수
▲ 김용복 극작가·대전효지도사 교육원 교수
'우리도 떼로 몰려다니며 외치고 싶다.'

구천(九泉)을 떠도는 독립운동가들의 심정일 것이다.

왜 아니 그러랴. 온갖 재산은 나라를 위해 바쳤고 심지어는 목숨까지도 바쳐가며 나라를 지켰건만 그 후손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억장이 무너지고 울화통이 터지는데.

그동안 김대중 정권 이후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떼로 몰려다니며 쇠몽둥이 휘두르고 목에 핏줄을 세운 사람들은 너도나도 수억씩을 받아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데 독립운동을 하느라 모든 걸 바친 자신들의 후손들에겐 정부의 혜택이 몇 사람의 특정인들에게만 쥐꼬리만큼씩 돌아간다 하니 분통이 터지지 않고 산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가 아니겠는가?

김삼웅 전 독립 기념관장은 그가 강의하는 곳마다 절규한다. “그동안 독립 운동가들의 항일 투쟁이 없었다면 우리의 말과 글, 그리고 우리의 문화를 어찌 지켰으며 3만 달러 시대의 풍요를 어찌 누릴 수 있었겠는가.”

어떤 이들은 말할 것이다.

'노력만 하면 노력한 만큼 잘 사는 세상인데 왜 못사느냐고'.

그래, 필자도 그 말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들이 선천적 대물림 때문에 못 산다면 어찌 하겠는가? 그 조상인 독립 운동가들은 생명을 걸고 항일 투쟁을 해야만 했다. 일본 순사가 잡으러 오면 도망쳐야 했고, 그 자손들은 인질로 잡힐까봐 어디로든 피해 숨어야만 했다. 배울 수 있는 조건이 못 되었던 것이다. 피해 다니느라 뚜렷한 일자리도 못 잡고, 한 곳에 머무르면서 경작(耕作)도 못했던 것이다. 재산은 모두 나라에 바쳐 물려받은 유산도 없다.

해방이 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고는 하나 이승만 정권은 텅 빈 국고(國庫)를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친일파들과 손을 잡아야만 했다. 친일파들이 치부(致富)한 돈을 끌어들여 나라살림에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친일파들이 권력을 잡았으니 후손들은 또 햇볕을 볼 수가 없었다.

얼마 전 한 방송에서 폐지를 주우며 살아가는 독립 운동가의 후손, 김시진 옹을 보도하는 것을 보았다. 과거 그 할아버지께서는 나라를 위해 엄청난 재산을 바치는 등 많은 희생을 했지만 현재 김시진 옹에게 남은 것은 독립 운동가의 후손이라는 명예와 기초 생활 수급비, 임대 아파트뿐이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시진 옹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폐휴지를 줍는다는 것이다.

또한 6·25 한국전쟁 때 남한으로 내려와 힘든 삶을 살다 5년 전에 돌아가신 김관용(93)씨도 그 부모님(김정익ㆍ김정숙)께서 전 재산을 바쳐 독립 운동가들을 도왔다 한다. 하지만 그것을 증빙할만한 자료를 찾지 못해 국가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힘들게 사시다가 운명을 달리하셨다고 계룡시에서 살고 있는 그의 혈육인 따님(김인영)은 말한다.

관계기관에서는 이런 후손들이 찾아와 하소연 할 때 증빙자료를 가져오라고 그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이들의 이런 사정을 귀담아 듣고 서류를 찾아보고 인맥이 닿는 데까지 수소문하여 최소한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답하려는 성의를 보여야 할 줄로 믿는다.

그러나 후손들이여! 너무 낙심들 말라. 구천(九泉)을 떠도는 조상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대들의 한스런 삶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5000만 국민이 있다는 것을 믿어주기 바란다. 이젠 우리의 국력(國力)도 살만큼 부유해졌다.

새로 선량(選良)이 된 20대 국회를 기대해보자.

다행히도 흥사단 독립유공자 후손 돕기 본부에서는 독립유공자 후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50명을 선발하여 80만원씩 년 1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담당자 김희강씨) 금년에도 장학생을 모집하고 있다하니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이제 며칠 후면 현충일이다. 무엇을 추모하고 무엇에 감사해야 하는가? 나라를 위하여 생명과 재산을 바친 분들, 그래서 후손들에까지 가난을 대물림하신 분들.

“그 분들은 독립운동가이기 이전에 우리민족의 아버지이고 할아버지였으며, 그 후손들은 우리 민족 전체가 보듬어 함께 잘 살아야 할 우리의 형제자매들인 것이다. 더구나 그분들은 '잊혀질 존재'가 아니라 '영원히 기억돼야 할 기념비적인 존재인 것이다.”

꼭 떼로 몰려다니며 목에 핏줄을 세우는 자들만이 이 나라 백성이 아님을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용복 극작가·대전효지도사 교육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중구 태평동5구역 시공사 재선정 불가피… 사업 지연 우려 목소리
  2. 하늘양 살해 교사 명재완 재판서 '정신감정' 신청
  3. "야구장 티켓 팝니다"… 허위 판매글 올려 1113만 원 편취 30대 검거
  4. "일감 못받고 무시당했다" 인력사무소에서 흉기 60대 징역형
  5. 대전 학교 당직실무원 정년 놓고 노사 이견… 노조 "70세까지 늘려야"
  1. 대선 직전까지도 엇갈린 충청 민심…김문수 역전 VS 이재명 압도
  2. 충남교육청 선수단, 제54회 전국소년체전서 신기록 연이어 수립
  3. 대전서 화물차 화재 안전조치 나선 순찰차에 견인차 추돌
  4. 국가장학금 지원금 최대 연 40만원 인상… 주거안정장학금도 함께 신청
  5. 빈집 느는데 정비는 속수무책… "법 개정으로 소송 우려 막아야"

헤드라인 뉴스


충남대+공주대, 순천향대, 연암대, 한남대, 한밭대, 한서대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충남대+공주대, 순천향대, 연암대, 한남대, 한밭대, 한서대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충남대+공주대를 비롯해 순천향대, 연암대, 한남대, 한밭대, 한서대가 2025년 글로컬대학 사업에 예비지정되며 마지막 도전 기회를 잡았다. 최종 결과는 본 지정 평가 후 9월 말 확정된다.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5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사업엔 충청권 27개 대학 등 전국 81개 대학이 55개의 혁신기획서를 제출해 예비지정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25개 대학 18개의 혁신기획서가 선정됐고, 이 중 4건은 지난해 본 지정 평가 때 미지정된 대학 중 자격이 유지된 것..

28일부터 여론조사 공표 금지 `깜깜이` 돌입 전 금강벨트 화력집중
28일부터 여론조사 공표 금지 '깜깜이' 돌입 전 금강벨트 화력집중

충청 정가가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선거 돌입 전 금강벨트에 화력을 집중했다. 28일부터 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일인 6월 3일 투표 종료까지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와 인용 보도가 금지된다. 당장 29~30일 사전투표와 6월 3일 본투표일까지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지 않는 만큼 표심의 흐름을 확인할 수 없는 '깜깜이' 기간에 돌입하는 것이다. 지금까진 '1강(더불어민주당 이재명) 1중(국민의힘 김문수) 1약(개혁신당 이준석)'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공개된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지방4대협의체 사무처 세종시로”… 시·도지사협 임원 현안 논의
“지방4대협의체 사무처 세종시로”… 시·도지사협 임원 현안 논의

세종시 지방분권 종합타운 조성과 ‘지방4대협의체’ 사무처 이전, 예비타당성 조사 폐지 등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요구가 쏟아졌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5월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마련한 제18대 임원단 회의에서다. 회의에서는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중앙-지방정부 간 협력 방안 등 협의회의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우선 각 정당이 발표한 제21대 대통령 선거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 공약이 정당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보고 협의회 차원에서 보완책을 마련해 새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소중한 한 표’…장애인 유권자 투표체험 ‘소중한 한 표’…장애인 유권자 투표체험

  • ‘청탁은 멀리 청렴은 가까이’ ‘청탁은 멀리 청렴은 가까이’

  • 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용지 인쇄 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용지 인쇄

  • 대전 유성구, 전동보조기기 운전연습장 교육 대전 유성구, 전동보조기기 운전연습장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