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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복 극작가·대전효지도사 교육원 교수 |
구천(九泉)을 떠도는 독립운동가들의 심정일 것이다.
왜 아니 그러랴. 온갖 재산은 나라를 위해 바쳤고 심지어는 목숨까지도 바쳐가며 나라를 지켰건만 그 후손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억장이 무너지고 울화통이 터지는데.
그동안 김대중 정권 이후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떼로 몰려다니며 쇠몽둥이 휘두르고 목에 핏줄을 세운 사람들은 너도나도 수억씩을 받아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데 독립운동을 하느라 모든 걸 바친 자신들의 후손들에겐 정부의 혜택이 몇 사람의 특정인들에게만 쥐꼬리만큼씩 돌아간다 하니 분통이 터지지 않고 산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가 아니겠는가?
김삼웅 전 독립 기념관장은 그가 강의하는 곳마다 절규한다. “그동안 독립 운동가들의 항일 투쟁이 없었다면 우리의 말과 글, 그리고 우리의 문화를 어찌 지켰으며 3만 달러 시대의 풍요를 어찌 누릴 수 있었겠는가.”
어떤 이들은 말할 것이다.
'노력만 하면 노력한 만큼 잘 사는 세상인데 왜 못사느냐고'.
그래, 필자도 그 말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들이 선천적 대물림 때문에 못 산다면 어찌 하겠는가? 그 조상인 독립 운동가들은 생명을 걸고 항일 투쟁을 해야만 했다. 일본 순사가 잡으러 오면 도망쳐야 했고, 그 자손들은 인질로 잡힐까봐 어디로든 피해 숨어야만 했다. 배울 수 있는 조건이 못 되었던 것이다. 피해 다니느라 뚜렷한 일자리도 못 잡고, 한 곳에 머무르면서 경작(耕作)도 못했던 것이다. 재산은 모두 나라에 바쳐 물려받은 유산도 없다.
해방이 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고는 하나 이승만 정권은 텅 빈 국고(國庫)를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친일파들과 손을 잡아야만 했다. 친일파들이 치부(致富)한 돈을 끌어들여 나라살림에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친일파들이 권력을 잡았으니 후손들은 또 햇볕을 볼 수가 없었다.
얼마 전 한 방송에서 폐지를 주우며 살아가는 독립 운동가의 후손, 김시진 옹을 보도하는 것을 보았다. 과거 그 할아버지께서는 나라를 위해 엄청난 재산을 바치는 등 많은 희생을 했지만 현재 김시진 옹에게 남은 것은 독립 운동가의 후손이라는 명예와 기초 생활 수급비, 임대 아파트뿐이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시진 옹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폐휴지를 줍는다는 것이다.
또한 6·25 한국전쟁 때 남한으로 내려와 힘든 삶을 살다 5년 전에 돌아가신 김관용(93)씨도 그 부모님(김정익ㆍ김정숙)께서 전 재산을 바쳐 독립 운동가들을 도왔다 한다. 하지만 그것을 증빙할만한 자료를 찾지 못해 국가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힘들게 사시다가 운명을 달리하셨다고 계룡시에서 살고 있는 그의 혈육인 따님(김인영)은 말한다.
관계기관에서는 이런 후손들이 찾아와 하소연 할 때 증빙자료를 가져오라고 그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이들의 이런 사정을 귀담아 듣고 서류를 찾아보고 인맥이 닿는 데까지 수소문하여 최소한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답하려는 성의를 보여야 할 줄로 믿는다.
그러나 후손들이여! 너무 낙심들 말라. 구천(九泉)을 떠도는 조상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대들의 한스런 삶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5000만 국민이 있다는 것을 믿어주기 바란다. 이젠 우리의 국력(國力)도 살만큼 부유해졌다.
새로 선량(選良)이 된 20대 국회를 기대해보자.
다행히도 흥사단 독립유공자 후손 돕기 본부에서는 독립유공자 후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50명을 선발하여 80만원씩 년 1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담당자 김희강씨) 금년에도 장학생을 모집하고 있다하니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이제 며칠 후면 현충일이다. 무엇을 추모하고 무엇에 감사해야 하는가? 나라를 위하여 생명과 재산을 바친 분들, 그래서 후손들에까지 가난을 대물림하신 분들.
“그 분들은 독립운동가이기 이전에 우리민족의 아버지이고 할아버지였으며, 그 후손들은 우리 민족 전체가 보듬어 함께 잘 살아야 할 우리의 형제자매들인 것이다. 더구나 그분들은 '잊혀질 존재'가 아니라 '영원히 기억돼야 할 기념비적인 존재인 것이다.”
꼭 떼로 몰려다니며 목에 핏줄을 세우는 자들만이 이 나라 백성이 아님을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용복 극작가·대전효지도사 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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