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용 대전복지재단 대표이사 |
우리나라는 헌법 제119조에서 자본주의 국가와 시장경제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제1항에서는 시장경제가 경제운용의 골간임을 선언하고 있고 제2항에서는 시장경제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원칙도 함께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의 기업가나 관료들은 전자만 강조하고 후자는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240년 전에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언급된 자본주의는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나 물건을 소비하는 사람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지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여 모든 사람들이 최대한의 이익을 보게 된다는 이론으로 즉, 개인의 탐욕을 욕하지 마라. 결국은 사회구성원 모두 잘 살게 된다는 논리다.
아담 스미스가 자본주의 이론서인 국부론을 쓰기 전에 '도덕 감정론'을 썼던 윤리철학 교수였다는 사실은 애써 모른 채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가와 정부 관료들은 이 이론을 근거로 시장만능의 주장만을 하고 있으며, 90년대에 이들로부터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모범국가라고 칭송받던 아일랜드나 칠레경제가 민영화를 추진한 후 지금 얼마나 어려운 지경에 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아담 스미스가 생각했던 자본주의는 사회적 윤리를 기초로 하는 자본주의였다. 공동체의 윤리가 거세되어버린 자본주의는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아프리카 초원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부터인가 공동체의 윤리가 빠져버린 탐욕적 자본주의, 천민자본주의가 횡행하게 되었고 '사다리 걷어차기', '승자독식'의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모두를 가슴 아프게 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이 땅의 젊은이들이 꿈도 펴보지 못한 채 생명을 마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지금의 고장 난 자본주의를 고쳐야 한다는 자성의 소리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만나서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을 벌이는 아름다운 모습도 최근에 볼 수 있다.
이념과 정파를 떠나서 기득권에 연연해 하지 말고 문제 해결을 위해 열린 자세로 임해야 한다.
과거에 필자가 경제 관료들로부터 귀가 따갑게 듣던 말이 바로 '시장경제'란 말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시장의 자유를 주장하고 정부의 간섭을 줄여야 한다면서 시장경제를 강조하던 이들이 남에게는 시장경제를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권한은 더 키우고 있는 이상한 모습. 규제 완화를 주장하면서 자신들은 여전히 자의적인 판단자와 조정자로서 정부 위에 군림하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하던가?
최근에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불행한 사건의 원인인 우리 경제의 야만적 구조를 바꾸는 일은 경제 권력을 가진 기업가와 관료들이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힘없는 시민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해야 풀리는 문제다.
이상용 대전복지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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