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손편지에 사라지는 빨간 우체통…"서로에게 위안을"

  • 전국
  • 지역 연합속보

줄어드는 손편지에 사라지는 빨간 우체통…"서로에게 위안을"

  • 승인 2017-09-05 10:21
줄어드는 손편지에 사라지는 빨간 우체통…"서로에게 위안을"

휴대전화·SNS메시지 영향

느린우체통·학폭막는 분홍우체통 등 눈길



(광주=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중략)…낙엽이 사라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고은 시인의 시 '가을편지'다. 가을 이맘때면 노래로도 널리 불려 서정(敍情)을 북돋는다.

1990년∼2000년까지만 해도 펜팔 친구에게, 군대 간 애인에게, 도시로 유학 간 자녀에게, 고향에 계시는 부모에게 펜으로 꼭꼭 눌러쓴 손편지들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휴대전화 보급이 확대되는 등 통신수단이 발전하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메시지가 보편화하면서 손편지는 귀한 몸이 됐다.







시골 초등학생들이 대통령에게 또는 학교 선배인 국가대표 선수에게, 70대 촌로가 30년이 지난 후 훔친 물건값을 갚으면서 슈퍼마켓 주인에게 쓴 '손편지들'이 화제가 될 정도다.

전남지방우정청은 손편지 통계는 작성하지 않지만, 집배원들의 전언 등에 따르면 손편지 물량은 시간이 흐를수록 줄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전남지방우정청 관계자는 "10∼20년 전과 비교해 손편지 물량은 대폭 감소했다"며 "요즈음 집배원들의 경우 등기, 각종 고지서 배달 업무가 많고 선거 때면 공보물 업무가 가중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10년 전 길거리에 쉽게 볼 수 있었던 빨간 우체통도 줄어들고 있다.

전국에 설치된 우체통은 2008년 1만5천889개를 정점으로 2010년 1만5천532개, 2013년 1만4천811개, 2016년 1만3천947개로 감소했다.

광주전남에 설치된 우체통도 2007년 2천473개를 최고로 2010년 1천975개, 2013년 1천962개, 2016년 1천551개로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빨간 우체통을 길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수 있다.

이러한 '아날로그 빨간우체통'이 점차 사라지는 자리를 '느린우체통' '학교폭력 막는 분홍우체통'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우체통이 조금씩 메우고 있다.

유·스퀘어를 운영하는 금호터미널은 매년 겨울 유·스퀘어 1층 영풍문고 앞 실내공간에 느린 우체통 'Happy U·Letter'를 운영하고 있다.

'Happy U·Letter'는 자기 자신, 가족, 연인에게 편지를 쓰면 1년 후 해당 주소지로 발송해주는 유·스퀘어의 무료 이벤트다.

경기 안산시 선일초등학교과 군포시 양정초등학교는 지난해 '분홍우체통'과 '마니또 우체통'을 설치했다.

학생들이 SNS 메시지 대신 친구들에게 또박또박 안부를 전하는 손편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SNS메시지와 같이 순간순간 이뤄지는 대화보다 손편지를 통해 감성을 나눌 기회를 제공하면, 언어폭력이나 왕따 등 학교폭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에서 우체통 프로젝트를 고안해냈다.

주부 정모씨는 "북핵문제, 물가상승, 각박해진 인심 등 국가·사회적으로 어려운 시기"라며 "좋은 계절을 맞아 손편지라도 쓰면서 서로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고 행복을 찾아보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shcho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세종시 '도심 캠핑' 인프라...2024년 한층 나아진다
  2. 2024 금산무예올림피아드 임원 출정식
  3. [독자칼럼]국가 유산청 출범을 축하 한다.
  4. 2027 하계 U대회...세종시에 어떤 도움될까
  5. 월드비전 위기아동지원사업 전문 자문위원 위촉
  1. [인사]대전 MBC
  2. "내 혈압을 알아야 건강 잘 지켜요"-아산시, 고혈압 관리 캠페인 펼쳐
  3. 세종일자리경제진흥원, 지역 대학생 위한 기업탐방 진행
  4. 세종시 사회서비스원, 초등 돌봄 서비스 강화한다
  5. "어르신 건강 스마트기기로 잡아드려요"

헤드라인 뉴스


세종시 `도심 캠핑` 인프라...올해 한층 나아진다

세종시 '도심 캠핑' 인프라...올해 한층 나아진다

세종시 '도심 캠핑' 인프라가 2024년 한층 나아진 여건에 놓일 전망이다. 2023년 홍수 피해를 입은 세종동(S-1생활권) 합강캠핑장의 재개장 시기가 6월에서 10월로 연기된 건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호수공원과 중앙공원을 중심으로 '상설 피크닉장'이 설치되는 건 고무적이다. 17일 세종시 및 세종시설공단(이사장 조소연)에 따르면 합강캠핑장 복구 사업은 국비 27억여 원을 토대로 진행 중이고, 다가오는 장마철 등 미래 변수를 감안한 시설 재배치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하천 점용허가가 4월 18일에야 승인되면서, 재개장 일..

[WHY이슈현장] `충청의 5·18`, 민주화 향한 땀방울 진상규명은 진행형
[WHY이슈현장] '충청의 5·18', 민주화 향한 땀방울 진상규명은 진행형

5·18민주화운동을 맞는 마흔 네 번째 봄이 돌아왔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온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5·18민주화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1980년 5월 민주화 요구는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뜨거운 열기로 분출되었는데, 대전에서는 그동안 교내에서 머물던 '계엄령 해제'와 '민주주의 수호' 시위가 학교 밖으로 물결쳐 대전역까지 진출하는 역사를 만들었다. 광주 밖 5·18, 그중에서 대전과 충남 학생들을 주축으로 이뤄진 민주화 물결을 다시 소환한다. <편집자 주> 1980년 군사독재에 반대하며 전개된 5·18민주화..

`27년만의 의대증원` 예정대로… 지역대 이달말 정원 확정
'27년만의 의대증원' 예정대로… 지역대 이달말 정원 확정

법원이 의대증원 처분을 멈춰달라는 의대생·교수·전공의·수험생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배상원 최다은 부장판사)는 의대교수·전공의·수험생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서 1심과 같이 '각하'(소송 요건 되지 않음)했다. 다만 의대생들의 경우 "집행정지를 인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기각(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음) 했다. 법원 판단에 따라 의료계가 재항고할 것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무성하게 자란 잡초에 공원 이용객 불편 무성하게 자란 잡초에 공원 이용객 불편

  • 대전 발전 위해 손 잡은 이장우 시장과 국회의원 당선인들 대전 발전 위해 손 잡은 이장우 시장과 국회의원 당선인들

  • 의정활동 체험하는 청소년 의원들 의정활동 체험하는 청소년 의원들

  •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관불의식 하는 신도들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관불의식 하는 신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