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의 달 특집]대전현충원에 기차가 잠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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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의 달 특집]대전현충원에 기차가 잠든 까닭은…

  • 승인 2016-06-03 10:05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보훈달의 달 6월이다. 대전 현충원에는 증기기관차 미카3-129가 있다. 대전시 등록문화재 415호로 지정됐고 2012년 현충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6.25전쟁 당시 미 군인이었던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해 김재현 기관사가 직접 미카를 이끌고 대전에 도착했지만 임무수행은 안타깝게도 실패하고 말았다. 비록 구출작전은 실패했으나 6.25전쟁의 한복판에서 미카 증기기관차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이제는 현충원에 잠든 미카3-129의 이야기를 세 번에 걸쳐 만나본다. <편집자 주>

1. 미카3-129 6.25전쟁 포화속으로
2. 딘 소장 구출작전, 0718 대전으로 3. 철도인 최초 공훈자 김재현 기관사

▲현충원에 전시되어 있는 증기기관차 미카3-129
▲현충원에 전시되어 있는 증기기관차 미카3-129

시간이 멈춘 것일까. 내가 멈춰 선 것일까. 아니다. 오직 기차 한대만 멈춰있다. 금방이라도 굉음을 내며 레일 위를 달릴 듯 보이나 이것은 착각일 뿐이다. 기차는 아주 오래전 멈췄고 더 이상 달릴 수 없다. 덧바른 페인트가 제법 두툼해져 오래된 화석처럼 굳어져 버렸다. 미카3-129는 꿈이 많았다. 누구보다 빨리, 오랫동안 달리고 싶었다.

미카3-129를 만나기 위해서는 대전 현충원으로 향해야 했다. ‘증기기관차가 왜 현충원에 있을까. 화물과 수송 전용이었던 기차가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국가유공자처럼 사람도 아닌 오랜 된 기차 한 대일 뿐인데, 이 기차는 어떤 역사를 품고 달린 것일까.’ 궁금증은 점차 증폭됐다.

▲미카는 사병제1묘역 옆인 호국철도기념관에 서 있다.
▲미카는 사병제1묘역 옆인 호국철도기념관에 서 있다.

고요한 현충원. 재잘거리는 새들. 병아리 떼처럼 총총총 줄 맞춰 걷는 소풍 온 유치원생들. 질서 있게 서 있는 순국선열들의 비석. 그리움이 가득 묻은 추모의 꽃들. 그리고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숨죽이고 서 있는 미카3-129. 5월 어느 날의 현충원은 그랬다.

전쟁 포화를 맞은 미카, 영원히 쉬어라

우리가 미카3-129에 대해서 알기위해서는 195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미카3-129는 일본에서 제작되어 건너왔고 한국 철도 역사 가운데 국내 증기기관차로는 가장 오랫동안 운행된 열차다. 자료를 찾다보니 1990년대까지 운행되었다는 기록도 있었다. 디젤기관차가 도입되면서 설자리를 잃은 미카는 동해남부선 관광열차로 운행되다 결국 멈추게 됐다.

▲김재현 기관사는 철도인 최초로 서울 국립현충원에 묻혔다.
▲김재현 기관사는 철도인 최초로 서울 국립현충원에 묻혔다.

가장 오랜 운행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이력만으로는 현충원에 올 수는 없는 일. 결정적으로 미카3-129는 6.25에 참전했던 아주 놀라운 과거가 있다.

남북전쟁이 터지자 한반도에 미군이 파견됐고 윌리엄 딘 소장이 이끄는 24사단은 대전 인근에서 북한군의 공격에 고전하고 있었다. 분전 끝에 철수명령이 떨어지자 딘 소장도 탈출한다. 그러나 길을 잘못 들어선 딘 소장은 분대와 떨어지게 됐고 북한군에 포로로 붙잡힌다. 이에 딘 소장을 구하기 위해 미카와 국내 기관사들이 투입됐다. 미군 결사대를 태우고 대전역에 도달한 미카와 김재현 기관사. 북한의 맹렬한 공격으로 딘 소장 구출작전은 사실 실패했다. 김재현 기관사를 비롯한 기관사와 군인들이 사망했고 미카129도 총탄으로부터 무사하지는 못했다. 현재도 겉면 곳곳에 총과 포탄을 맞는 흔적이 남아있고 6.25의 참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미카 내부에는 철도 호국영령을 위한 추모의 공간이기도 하다.
▲미카 내부에는 철도 호국영령을 위한 추모의 공간이기도 하다.

현충원, 철도박물관, 대전역 … 미카가 있어야 할 곳은?

운행을 마친 미카3-129는 전쟁 당시 딘 소장을 구출하려던 임무를 맡았던 공로가 인정되면서 2008년 대전시 등록문화재 415호로 지정된다. 대전 대덕구 평촌동에 있는 대전철도차량관리단에 전시돼 관광객들과 만났다.

증기기관차는 현재 한국에 단 2량만이 존재한다. 1대는 미카161로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에 보관되어 있고, 나머지 한 대가 ‘미카3-129’다. 미카는 교육과 역사성 면에서 우수한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종종 증기기관차 미카129에 대한 논란이 불거져왔다. 문제는 미카3-129가 어디에 있어야 옳은가에 대한 시시비비였다. 6.25참전이라는 중요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현충원에 있어야 할지, 국내에 존재하는 증기기관차 중 1량이기 때문에 철도박물관으로 가야하는지, 아니면 임무수행을 했던 역사적 상징성이 담긴 대전역으로 가야할지를 두고 말이다.

▲6.25 등으로 희생된 철도인들.
▲6.25 등으로 희생된 철도인들.

결국 2012년 철도차량관리단에서 현충원으로 이동됐고 미카가 가진 상징성에 보훈이력까지 더해져 미카는 소중하고 고마운 국가의 유공철도가 되었다. 사실 미카가 어디에 서 있든 그 존재의 위상만큼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대전역, 신설되길 염원하는 국립철도박물관. 그리고 대전현충원까지 적합하지 않은 곳이 없다.

보훈의 달 6월 미카를 기억하며

미카를 취재하면서 아쉬웠던 것은 대전시민들과 국민들이 미카의 존재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더 많이 구경하고 미카를 기억하게 하는 것이 6.25 포탄에서 강인하게 살아남은 미카에 대한 보답의 길이라 믿는다.

▲미카3-129는 1990년대까지 운행된 기록이 남아 있다.
▲미카3-129는 1990년대까지 운행된 기록이 남아 있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미카3-129호는 앞쪽의 연료실과 3등실 객실차량 2량이 연결되어 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운전실과 연료실을 지나면 기차 내부로 진입할 수 있다. 승객을 싣고 달렸을 객실에는 희생된 철도인들을 위한 추모의 공간이다. 김재현 기관사, 이동진 기관사, 김노한 기관사 등 철도영웅들에 대한 자료도 전시되어 있다. 또 김재현 기관사가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 당시 모습을 재현해 놨고 미카3-129의 명예로운 역사를 엿볼 수 있다. 비록 일본의 기술로 만들어진 증기기관차였지만 국민의 발이 되었고 6.25동란 한복판에서 당당하게 조국을 위해 임무를 수행하던 유일무이한 보훈기관차다.

구석구석 살펴보니 세월은 무시는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부식되고 떨어지고 갈라지고 시간의 상처가 고스란히 묻어있다. 보훈의 달 6월을 앞두고 지난 5월18일부터 미카는 새단장에 돌입했다. 부식된 증기기관차 겉면과 내부 보수를 위한 작업이라 했다.

미카는 오랜 시간 멈췄던 탓에 또 KTX나 고속 열차의 등장으로 부활은 어려워 보인다. 허나 멈춰 있는 열차만으로도 미카는 충분한 상징성을 갖게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코레일과 현충원의 노력이 필요하겠다.

‘토마스와 친구들’이라는 영국의 어린이 만화가 있었다. 이 만화는 1984년 만들어졌지만 현재까지도 방영되고 제작되고 있고 전세계 어린이 팬들을 확보한 세계적인 기차로 꼽힌다. 미카3-129도 충분히 세계적으로 알려질 수 있다. 대전과 연관성을 따져볼 때 충분한 활용법을 연구해볼만 하다.

보훈의 달 6월. 조용한 현충원의 끝에서 칙칙폭폭~ 출발하겠다는 미카3-129의 기적소리가 들려올 것 같다. 호국영령을 태운 미카3-129가 현충원 하늘궤도를 쉼 없이 달린다.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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