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여기에도 부메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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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여기에도 부메랑이…

남상선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 승인 2018-08-2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부메랑
부메랑/게티 이미지 뱅크
우리는 생활하면서 부메랑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부메랑(boomerang)이란 어원을 살펴보면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와 중앙부의 원주민이 사용하는 무기의 하나로 활등처럼 굽은 나무 막대기인데, 목표물을 향하여 던지면 회전하면서 날아가고 목표물에 맞지 않으면 되돌아오는 물건이다. 여기에 근거해서 선행으로 살면 그 대가로 복 받는 일이 생기고, 악행을 하면 재앙이 나한테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이야기이다. 말하자면 인과응보에 의해 사람의 행?불행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부메랑으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부메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악하고 나쁜 놈도 잘 살고, 잘 되기만 하더라는 식으로 항변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어쨌든 나쁜 짓으로 죄짓고 사는 것보다는 선하게 희망적인 기대감으로 사는 삶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우리 주변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사람냄새 풍기는 푸근한 이야기와 그렇지 못한 인간성 상실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 결말이 어떻게 되는 지를 눈여겨보고자 한다.

도척(盜拓)이란 인물은 공자시대의 유명한 도둑으로 무려 9천 명이나 되는 부하를 거느리고 천하를 횡행하며 제후를 침략했다고 한다. 성격이 난폭하여 민가에 들어가 문을 부수고 재물을 털었으며 부녀자를 겁탈함은 물론 사람의 간을 회로 만들어 먹은 악랄하고 끔찍한 인물이었다.



우리 한국에도 유명한 도둑 갑철이 을식이 병만이 세 도둑이 도척이만큼 악랄하지는 않았지만 못돼 먹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악한(惡漢)들이었다. 이들은 절도범죄 수감자로 교도소에서 만났는데 각기 전과 30범 안팎 되는 도둑 도사들이었다. 이들이 교도소에서 출소하여 공모한 끝에 날을 잡아 서울에서도 돈 많은 모 재벌그룹 회장의 애첩 집을 털었는데 평시 한 달 도적질한 것보다도 많은 소득이었다. 큰 어려움 없이 훔쳐낸 것들을 자루에 담아보니 현금에다 금괴 보석을 합한 것이 무려 세 자루가 넘칠 정도였다. 대박 났다고 생각한 세 도둑은 인가가 없는 호젓한 산자락에 가서 헤아려보니 30억 정도 되는 재물이었다. 셋이 균등하게 나누어도 10억씩은 챙겨가질 재물이었다.

이리 재수 좋은 날 그냥 말 수가 있느냐며 인적 없는 산 중턱에 자릴 하고 자축하기로 했다. 도둑 셋 중에서 나이가 제일 어린 병만이를 아랫마을 술집으로 보내어 막걸리를 사오게 했다. 병만이가 술 사러 간 사이에 갑철이와 을식이는 음모를 했다. 그들의 주특기 모사꾼 기질을 발휘하여 병만이가 술을 사가지고 도착함과 동시에 병만이를 때려죽이기로 했다. 그리고 셋이서 나누면 10억씩 차지할 재물을 둘이 나누어 15억씩 가지기로 했다. 술 사러간 병만이 이놈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막내라는 구실로 매번 어려운 일이나 심부름만 시키는 갑철이 을식이가 못마땅하고 미워서 사 가지고 가는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넣어 둘 다 죽이고 혼자 30억을 다 챙겨 가질 욕심이었다. 독약이 들어 있는 막걸리 병을 가지고 술자리에 도착한 병만이는 갑철이와 을식이한테 맞아 죽었다. 동시에 갑철이와 을식이는 병만이가 사온 청산가리가 들어 있는 막걸리를 마시고 죽었다. 하나는 둘한테 맞아죽었고 둘은 청산가리가 들어 있는 술을 마시고 죽었다. 악한(惡漢) 셋이 악심과 악행으로 모두 죽은 셈이다. 자업자득의 결과였다. 못된 마음을 품고 한 악행이었기에 죽음으로 인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당연한 부메랑이었다.

록펠러 자서전을 읽다가 가슴이 뭉클한 장면이 있었다.

미국의 실업가(1839~1937) 록펠러는 농산물 도매업으로 사업을 시작하여, 석유 금융에 손을 대고, 시카고 대학을 건립하는 등 록펠러재단과 록펠러 의학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리하여 33세에 백만장자, 43세에 미국 최대 부자, 53세에 세계 최대 갑부가 되었다. 하지만 55세에는 불치병으로 1년 이상 살지 못한다는 사형 선고를 받았다. 최종 검진을 받기 위해 비서가 밀고 있는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 들어섰는데 로비에 걸려 있는 액자 글씨가 눈에 띄었다.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다."

그 글을 보는 순간 마음이 찡하는 전율이 생기고 눈물이 나왔다. 잠시 후 병원 접수대 창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비서를 보내서 알아봤더니 입원비 문제로 다투는 소리였다. 병원 측은 입원비가 없으면 입원이 안 된다 하고, 환자 소녀의 어머니는 입원시켜 달라고 울면서 애원하고 있었다. 록펠러는 곧 비서를 시켜 병원비를 지불하고 누가 그리 했는지를 모르게 했다. 얼마 후 은밀히 도운 소녀가 기적적으로 회생하게 되었다. 록펠러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저는 살면서 이렇게 행복한 삶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나눔의 삶을 결심했다. 그와 동시에 1년밖에 못 산다던 불치병도 자선하는 삶의 덕분이었는지 기적처럼 깨끗이 사라졌다. 그리하여 그는 98세까지 건강하게 살면서 자선사업에 힘썼다. 1년밖에 못 산다던 록펠러가 기적처럼 병이 나아 98세까지 산 것은 우연이 아니다. 병원비가 없어 죽어가는 소녀를 자선으로 살려 주었기 때문에 복을 받아 부메랑으로 98세까지 장수한 것이었다.

산행이야기 하나를 해야겠다. 선다 싱이라는 사람이 네팔지방의 한 산길을 걷고 있었다. 그날따라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치고 있었는데 멀리서 여행자 한 사람이 다가왔다. 방향이 같음을 확인한 그들은 동행자가 됐다. 살을 에는 추위와 거친 눈보라 속에 인가를 찾기 위해 힘찬 발길을 내딛고 있었지만 인가는 보이지 않았다. 얼마쯤 걷다보니 웬 노인 한 사람이 눈 위에 쓰러져 있었다. 선다 싱은 동행자에게 "우리 이 사람을 같이 데리고 갑시다. 그냥 두면 얼어 죽고 말겁니다"하고 제의했다.

그러자 동행자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무슨 말입니까? 우리도 죽을지 모르는 판국에 저런 노인네까지 끌고 가다가는 우리는 모두 다 죽게 될 거요."

사실 그렇긴 했지만 선다 싱은 불쌍한 노인을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었다. 그는 노인을 업고 눈보라 속을 한 걸음 한 걸음씩 걷기 시작했다.

앞서서 가던 동행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노인을 등에 업은 선다 싱은 갈수록 힘이 들었다. 하지만 끝까지 참고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 선다 싱의 몸은 땀으로 젖었다. 선다 싱의 몸에서 더운 기운이 발산되어서인지 등에 업힌 노인이 의식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으로 조금도 춥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은 마을에 이르렀다. 선다 싱의 눈앞에 한 사내가 꽁꽁 언 채로 쓰러져 죽은 모습이 보였다. 시체를 살펴본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바로 자기 혼자만 살겠다고 앞서가던 동행자였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도 부메랑이 작용하여 자신만 살려하던 이기적인 사내가 얼어 죽은 것이었다.

도둑의 일화에도, 록펠러 재벌가와 선다 싱의 이야기에도 선과 악의 행동은 그대로 부메랑을 불러온 것이었다.

고대소설의 주제를 권선징악으로 했던 선인들의 예지를 이제서 알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도 부메랑이'

호랑이와 사자의 무서운 포효보다 수십만 배 더 무서운 것이 되어 살 수 있게 하소서.

어둠을 양식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양심의 불모지에서 빛으로 싹이 트는 생활이 되게 하소서.

남상선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남상선210-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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