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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택(연세소아과 원장) |
오래전에 마츠모토 세이초의 작품 중 '점(點)과 선(線)'이라는 작품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철길을 따라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열차 시간표와 범행 시간의 상관관계를 따져가면서 알리바이 여부를 파악하는 그런 소설이었다.
여행할 기회가 많다 보니 가는 곳마다 명소라는 곳을 찾는 즐거움도 함께 누리곤 한다. 전주 남문시장과 대구 서문시장에서 오후까지는 그저 그런 시장이지만 해가 지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에서 리어커들이 모여들더니 젊은이들의 먹거리 축제가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참 부러웠다. 사람 사는 동네 같았다.
청년먹거리라는 점(點)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선(線)을 형성하고 이런 모습들이 시장을 활성화하고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면(面)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그렇게도 부러웠다.
내가 사는 금산에 청년창업을 유도하고 맛집들을 대거 영입하는 사업을 벌였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예산을 투입했다고 한다.
금산에는 없던 영화관도 만들어지면서 대전 나가면 영화 한 편 보는데 1만2000원 주어야 하지만 금산에서는 딱 반값이면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다. 이 사업이 성공해서 외지의 젊은이들이 금산을 많이 찾아 주기를 기대한다.
금산군이 앞장서고 지역 상인들이 협조하면서 일단 '점'은 만들어 놓았다. 문제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지역과 외지를 연결하는 '선'을 형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우선 영화관 의자가 나에겐 불편했다. 영화를 볼 때 고개가 약간 뒤로 젖혀져야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데, 조금이지만 고개를 들어야 하게 의자가 만들어졌다. 디테일의 문제이다. 담당자가 의자에 10분만 앉아보았어도 체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점, 카페, 그리고 소소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작고 아름다운 상점들이 많이 만들어졌는데, 아직까지는 찾는 사람은 외지인보다 동네 사람들이 더 많다.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을 것 같다.
첫째는 SNS 상에서 떠들썩하게 화제가 될 만한 대장주, '랜드마크'의 소재가 부족하다.
금산군 복수면의 한우 음식점 단지는 30년 전에 현영숙 할머니가 소를 한 마리 통째로 잡아 대단히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평양한우 할머니식당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너무 많은 손님들이 대도시에서 찾아들다 보니 주위에 계룡한우를 비롯한 많은 한우 식당들이 성업하게 된 것이다. 당시에는 개인이 만든 명소이지만 새로운 것으로 넘쳐나는 지금 세상에서 개인이 세인(世人)의 주목을 받는 일을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1박 2일을 유치하든지, 아니면 충청도 사람인 백종원씨같은 유명한 분을 모셔오면 더욱 좋겠다.
둘째,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맛집'이다.
내 입맛에는 시장과 주변에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은 음식점이 여러 개 있다. 가격으로든 맛으로든 몇 개 음식을 특화시키고 널리 홍보함으로써 맛집을 띄워주어야 한다. 그래야 평양할머니 한우와 같은 효과를 다른 음식점과 상점들도 누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고장을 만들어야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면은 선 없이 만들어질 수 없고, 선도 점 없이는 생길 수 없는 법이다. 새롭고 외부에 자랑할 만한 새로운 많은 점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지역을 발전시키고 그 사람들이 방문한 김에 인삼시장에서 수삼도 한 뿌리 사갈 수 있는 모습이 만들어진다면 지역발전에 활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금산이 인삼으로만 먹고 살 수 있던 시대는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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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