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앞두고 특수부서 '빨간불'

  • 사회/교육
  • 교육/시험

대학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앞두고 특수부서 '빨간불'

입학사정관 등 근무시간 준수 어려워
실기고사 진행땐 주말 초과근무 불가피

  • 승인 2019-06-19 17:59
  • 신문게재 2019-06-20 5면
  • 김유진 기자김유진 기자
1034363466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대학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대학에도 도입이 되지만 일부 부서의 경우 업무 특성상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19일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일반 행정부서는 적용에 큰 무리가 없지만, 입학사정관 등 특수 부서는 주 52시간 내에 업무를 완료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대전의 한 사립대는 지난해 입시기간동안 입학사정관들이 주 2~3회 야근을 하며 수험생들의 서류를 심사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자기소개서와 학생부 등 검토해야 할 서류가 다른 전형보다 많다. 한 학생의 서류를 여러 사람이 나눠서 심사하기가 불가능한 구조다.

문제가 되기는 입학팀도 마찬가지다. 미술, 음악 등 실기고사를 치러야 하는 경우 입학팀 직원들은 주말에도 추가 근무를 해야 한다. 실기고사가 오전 9시부터 시작된다면 직원들은 7시부터 출근해 시험장을 준비하고, 고사가 종료되면 장소를 정리하는 등 많게는 10시간 가까이 추가 근무시간이 발생한다. 수시부터 정시 실기까지 최대 6개월 동안 주말에 노동을 해야 한다. 주말 근무를 한다고 해서 평일에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말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평일에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대학 입학팀 관계자는 "인력을 충원해서 업무를 분담하라고 하지만, 입시 업무는 근무인원 수가 많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미술 등 예체능 실기고사를 치르면 아침 7시부터 준비해야 하고, 시험이 끝난 후 채점까지 마치면 자정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입학팀에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라고 하면 입시 진행이 불가능하다"며 현실적인 도입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학 입학처장들은 지난 3월 20일 열린 전국입학처장협의회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어렵다는 것을 교육부에 피력해왔다.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에서 입시관련 부서를 배제하거나, 탄력근무제 6개월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부서 배제는 산업분류체계 업종분류에서 예외업종으로 지정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입학처장들은 지난달 28일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에 건의 공문을 보냈지만, 2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박태훈 전국입학처장협의회장(국민대 교수)은 "주 52시간 제도에 맞추려면 근무 시간을 줄여야 하고, 근무시간을 줄이려면 입학팀의 업무량을 줄여야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입학사정관들이 면접을 보다가 퇴근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실기가 많은 대학들은 입시 진행에 타격이 크다. 법을 위반하지 않고 입시를 치르기 위해서는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유진 기자 1226yuji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강훈식 비서실장 “태안화력 고 김충현 사망사고 엄중 처리”
  2. 대전YWCA, 현충일 맞아 임진각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캠페인
  3. (사)대한민국육군발전협회 대전세종지부, 현충일 맞아 애국심 고취 행사
  4. LH세종본부, '주택 7필지·상업 2필지·주차 1필지' 공급 예고
  5. 세종 새솔유치원, '되살림 장터' 성료
  1. [전문인칼럼] 상법 개정
  2. 세종시 '나노신소재', 글로벌 시장서 기술 혁신 눈길
  3. [문화 톡] 화가 오정숙 추상화의 매력에 빠져
  4.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상상을 상상하다
  5. [독자 시] 세 송이 카네이션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구상...세종시 희생양 삼나

이재명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구상...세종시 희생양 삼나

이재명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구상이 '수도권 과밀 해소'는 외면한 채, '세종시=행정수도' 완성에 역행하는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은 도로 청와대 유턴으로 '수도권 중심의 권력 구도'를 다시 고착화하고 있고, 서울~세종~부산을 오가며 업무 비효율을 심화할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카드마저 결국 꺼내 들었다. 2004년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 후 21년의 세월을 흘려보낸 '행정수도 이전' 대의는 여전히 기나긴 사회적 합의란 문구로 희망고문을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입법·사법·행정의 이원화 구도를 개선해도 모..

충청 정가, 포스트 대선 여야 희비 속 주도권 경쟁 본격화?
충청 정가, 포스트 대선 여야 희비 속 주도권 경쟁 본격화?

6·3 대선 성적표를 받아든 충청 정가의 여야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당내외 변화에 관심에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승리를 자평하는 분위기 속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물밑경쟁이 예상되며, 국민의힘은 22대 총선과 4·2 보궐, 6·3 대선으로 이어지는 3연패 패배 후유증 극복이 과제로 지목된다. 21대 대선을 치른 충청 정가는 모처럼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4·10 총선과 올해 4·2 보궐, 6·3 대선까지, 연이어 공직선거를 치렀던 만큼 당분간 휴식과 내부 정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승리에 고취된 분..

男 육아휴직 늘어나는데, 절반 이상은 대기업 재직
男 육아휴직 늘어나는데, 절반 이상은 대기업 재직

우리나라의 남성 육아 휴직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중 절반 이상은 대기업에 재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 청년 재직자가 대기업보다 월등히 많은 국내 고용산업 구조를 감안했을 때, 중소기업의 남성 육아휴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육아휴직 제도 사각지대 개선 방안'에 따르며 고용행정통계를 토대로 2023년 기준 육아휴직급여를 받은 수급자와 재직 중인 기업 규모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육아휴직급여 수급자는 해당 연도에 중복 인원을 제거한 육아휴직급여를 받은 순 수급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공공기관 시설물에 광고 전단지 안됩니다’ ‘공공기관 시설물에 광고 전단지 안됩니다’

  • 대통령 당선 현수막 대통령 당선 현수막

  • ‘제21대 대선 끝’…철거되는 벽보 ‘제21대 대선 끝’…철거되는 벽보

  • 제21대 대선 개표 시작 제21대 대선 개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