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 생일의 의미

  • 오피니언
  • 여론광장

[공감 톡] 생일의 의미

김소영/수필가

  • 승인 2019-12-0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1156794036
게티 이미지 뱅크
"생일 축하해!"

겨울이 되면 우리 가족은 축제의 계절이 된다. 왜냐하면 네 사람의 생일이 모두 몰려있기 때문이다. 사실 축제라기보다는 목돈이 드는 때이다. 생일선물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예수님의 생일인 크리스마스까지 껴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제일 먼저 생일인 딸내미는 한 차례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했는지 두 손 가득 생일 선물을 들고 들어왔다. 그런데 생일 선물 중 하나를 꺼내더니 선배 언니가 엄마 선물이라며 전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너희 학교 선배가 엄마 선물을 왜?"



그 선배는 자신이 아는 지인의 생일이 되면 친구의 선물은 물론 그 친구의 어머니 선물을 꼭 챙겨 준다는 것이다. 그 친구을 태어나게 하고 키워 준 사람이 어머니이기 때문에 진짜 선물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서 챙긴다는 것이다.

이런 기특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딸내미의 가까운 사람이란 것에 감사했다. 어떻게 20대 초반인 젊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아마 가정교육을 잘 받은 모양이다. 그 선배 언니의 집안은 매번 생일 때 낳아 키워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가르쳤을 것이다.

생일, 내가 태어난 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축하받을 일인가? 내가 이 세상에 축하받을 일을 한 것이 있는가?

조선 후기 호남을 대표하는 큰 학자인 위백규(1727-1798)는 사람들이 생일잔치를 벌이는 풍습을 보고 생일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남겼다.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수많은 만물 가운데 내가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참으로 행운이다. 사람들은 이 행운을 기뻐하여 생일잔치를 벌인다. 하지만 생일은 낳아준 부모의 은혜를 헤아리고 부모가 만들어준 신체를 수양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부모의 은혜를 알지 못하고 신체를 잘 수양하지 못하면 외모가 사람 꼴을 갖추었다 하여도 짐승과 다를 것이 없으니 자신의 부모도 짐승의 부모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생일을 맞이하여 공경하는 마음을 가질 것은 물론이요, 타인의 생일에도 공경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그러면 생애의 모든 날이 자신의 공경하는 마음을 돌아보는 날이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행운을 온전하게 하는 법이다.

사람은 1년에 한 번 생일을 맞는다. 그러나 벗이나 친지 등의 생일까지 합하면 매달 생일을 맞게 되는 꼴이다. 위백규 선인께서는 매달 생일을 맞고 매일 생일로 삼아 그때마다 생일의 의미를 생각하여 자신의 마음을 반성하고 몸을 수양하는 날로 삼으라고 했다. 이것이 성인이 되는 길이요, 성인까지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못난 인간은 되지 아니할 것이라 했다. 이것이 진정한 생일의 의미가 아닐까?

예전엔 누가 생일을 챙겨주지 않으면 섭섭하기만 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이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무엇을 하고 살았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축하받는 것에 연연하기보다는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나와 여전히 함께 해주는 이들에 대한 감사를, 나의 생일을 함께 보내주고 축하해 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하는 날로.

김소영/수필가

김소영 최종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명이 벗고 달린 새해 첫 날! 2026선양 맨몸마라톤
  2. [세상보기]가슴 수술 후 수술 부위 통증이 지속된다면
  3. 충남교육청, 2026 충남 온돌봄 운영 길라잡이 발간
  4. 대전 동구, 겨울철 가족 나들이 명소 '어린이 눈썰매장' 개장
  5. 충남도, 지속가능한 20년 미래 청사진 확정
  1. [날씨]주말에 평년기온 회복…3일 낮최고 2~6도안팎
  2. 코레일, 동해선 KTX-이음 개통 첫 날 이용객 2000명 넘어
  3. [독자칼럼]대전·충남 통합, 중부권 미래를 다시 설계할 시간
  4. 이장우 대전시장 "불퇴전진으로 대한민국 신 중심도시 충청 완성하겠다"
  5. 충청 출신 與野대표 지방선거 운명의 맞대결

헤드라인 뉴스


아동인구 감소 현실의 벽… 세종 국공립 어린이집 취소 `파장`

아동인구 감소 현실의 벽… 세종 국공립 어린이집 취소 '파장'

아동 인구 감소로 보육시설 운영난 가중과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세종시 국공립 어린이집 개원이 취소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정원 수용률이 지역 최하위 수준인 산울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내 2027년 개원 예정이었으나, 시가 지난 6월 주민 의견 수렴 과정 없이 개원 최소 결정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종시는 "인근 지역 보육수요까지 감안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산울동 주민들은 "현실을 외면한 행정"이라며 원안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는 이달 보육정책위원회에 안건을 재상정..

[현장] 응급실 시계에 새해는 없다네…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뿐
[현장] 응급실 시계에 새해는 없다네…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뿐

"응급실 시계에 새해가 어디 있겠습니까.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 뿐이죠." 묵은해를 넘기고 새해맞이의 경계에선 2025년 12월 31일 오후 11시 대전권역 응급의료센터가 운영되는 충남대병원 응급실. 8살 아이의 기도에 호흡 유지를 위한 삽관 처치가 분주하게 이뤄졌다. 몸을 바르르 떠는 경련이 멈추지 않아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호흡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처치에 분주히 움직이는 류현식 응급의학 전문의가 커튼 너머 보이고 소아전담 전문의가 아이의 상태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여러 간호사가 협력해 필요한..

"할아버지는 무죄에요" 대전 골령골에 울린 외침…학암 이관술 고유제 열려
"할아버지는 무죄에요" 대전 골령골에 울린 외침…학암 이관술 고유제 열려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가 6·25전쟁 발발 직후 불법적인 처형으로 목숨을 잃은 학암 이관술(1902-1950) 선생이 1946년 선고받은 무기징역형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그의 외손녀 손옥희(65)씨와 학암이관술기념사업회는 2025년 12월 31일 골령골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터에서 고유제를 열고 선고문을 읊은 뒤 고인의 혼과 넋을 달랬다. 이날 고유제에서 외손녀 손옥희 씨는 "과거의 역사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역사를 근간으로 하는 단체와 개개인의 노력 덕분에 사건 발생 79년 만에 '이관술은 무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새해 몸만들기 관심 급증 새해 몸만들기 관심 급증

  • 병오년 이색 도전…선양 맨몸마라톤 이색 참가자 병오년 이색 도전…선양 맨몸마라톤 이색 참가자

  • 맨몸으로 2026년 첫 날을 힘차게 ‘출발’ 맨몸으로 2026년 첫 날을 힘차게 ‘출발’

  • ‘붉은 말의 기운 받아 2026년도 힘차게 나아갑시다’ ‘붉은 말의 기운 받아 2026년도 힘차게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