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입닫고 귀닫은 대전고등·지방법원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입닫고 귀닫은 대전고등·지방법원

윤희진 경제사회부장

  • 승인 2019-12-11 12:46
  • 수정 2019-12-11 12:53
  • 신문게재 2019-12-12 23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1윤희진(온라인용)
윤희진 부장
“글쎄요. 법원이 행사한다는 얘기는 못 들었네요.”
“기각이면 그나마 다행일 정도입니다.”

올해 대전 법조계 안팎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시민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종적을 감춘 반면, ‘가혹한’ 판결로 곡(哭)소리가 넘치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4월 ‘법의 날’이나, 9월 ‘법원 날’에는 법원 문을 활짝 열고 며칠씩 시민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선보였다. 음악회와 글짓기, 그림 그리기를 비롯해 외부강연과 법원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한 프로그램도 많았다. 봄, 가을이면 법원을 오가는 법조인과 시민의 표정까지 밝게 정도였다.

판결 또한 검찰과 변호사 등 법조계 구성원들이 수긍하기 어려운 양형은 많지 않았다. 형사사건만 하더라도, 중대한 범죄를 제외한 상당수는 항소심에서 적절한 합의나 피해보상이 이뤄졌다면 감형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필두로 한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 이후부터 달라졌다.

대전법원은 애초 매년 4월 법의 날에 ‘법원 개방행사’를 하다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부임 이후 9월 법원의 날로 옮겨 행사를 했다. 이후 ‘국정농단이 사법농단’으로 이어지면서 법원 날도 희미해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에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법의 날은 물론 법원의 날, 대전고법과 지법은 그냥 지나쳤다.

두 기관의 홈페이지만 봐도 얼마나 문을 걸어 잠갔는지 알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고법이 공고하는 '새소식'에 행사는 한 건도 없다. 지법은 어린이날 청양군 어린이 20여명 초청, 청소년법률토론대회, 음악회 등 3건이 있는데, 참여대상이 한정적이었다.

문을 닫았으면 조용할 법도 한데, 오히려 곡소리는 커지고 있다.

곡소리의 진원지는 대전지법 형사항소부와 대전고법 형사부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사건을 맡는 항소심이라 그런지,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게 쏟아지고 있다.

판사와 검사를 지낸 이른바, 전관 변호사들조차 ‘감형은 바라지도 않고, 기각만 해도 천만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합의도 했고 충분한 보상도 이뤄졌는데도, ‘법정구속’하고, 집행유예는 실형으로, 실형은 더 가혹한 실형으로 내려지고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유사한 사건인데, 전임 재판부와 확연히 다르다 보니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습성상 ‘판결이 뒤집혔다'는 기사 쓰는 걸 좋아하는 기자들조차 기사로서의 가치를 느끼지 못할 만큼, ‘가혹한’ 판결이 많아 쏟아지고 있다.

일부에선 합의부의 ‘묘미’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합의부는 다수결이다. 예전에는 재판장(부장판사)의 의견을 잘 반영했지만, 요즘엔 젊은 ‘우 배석판사와 좌 배석판사’가 힘을 합치면 이길 수 없다고 한다. 지법 형사항소부에선 ‘너희끼리 해봐라’며 포기하는 재판장이 생기면서 가혹한 양형이 선고된다는 게 안팎의 얘기다. 고법 형사부는 그 반대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엔 혼자 밥을 먹는 부장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월요일엔 부장판사들이 함께 식사하고, 그 외에는 통상 재판부별로 먹는데, 배석판사들이 따로 약속을 잡으면서 외로운 ‘혼밥’ 부장판사들이 생기고 있다.

내년에는 판사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대전지방법원장'을 뽑는다는데, 법원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궁금하다.

윤희진 경제사회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70세 이상 버스 교통비 지원, 조례 제정 추진
  2. 대전교도소·대전의사회 협력,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3. '대학생이 제안한 위성을 우주로'…항우연 경연대회 7개 팀 선정
  4. 32사단, 대둔산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 착수
  5. 대전 금연구역 5만여 곳에 지도원 35명… 단속 한계에 정책 실효성 의문
  1. [사이언스칼럼] 발전소를 더 지어도 풀리지 않는 전력망의 기술 과제
  2. [책으로여는 미래] AI 시대, 깊이 읽고 바르게 판단하는 힘…학교도서관에서 키운다
  3. 고교 이주배경학생 급증하는데…대전·세종 한국어학급 '0'
  4. [세상보기] 각자도생의 시대
  5. [교단만필] 글자보다 먼저 자라는 것들

헤드라인 뉴스


서산공항 운명 가를 타당성 재조사, 서산시 경제·정책성 확보 총력

서산공항 운명 가를 타당성 재조사, 서산시 경제·정책성 확보 총력

충남 서산시가 서산공항 건설사업의 타당성 재조사에 본격 대응하며 사업 정상 추진을 위한 경제성과 정책성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산시는 서산공항 건설사업의 총사업비 증액에 따라 진행되는 타당성 재조사에서 공항 건설의 필요성과 지역 발전 효과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충남도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이번 재조사는 서산공항 건설사업비가 기존 484억 원에서 899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추진됐다. 국토교통부는 8월 기획예산처에 타당성 재조사를 요청했으며, 기획예산처는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

금강유역 물관리·소방 역량 결집… 재난 대응망 강화
금강유역 물관리·소방 역량 결집… 재난 대응망 강화

기후위기 시대 복합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물관리와 소방 전문기관이 손을 맞잡았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금강유역본부(본부장 이종식)는 23일 전북 전주시 본부에서 전북소방본부(본부장 진형민)와 위기대응 공동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최근 집중호우와 태풍, 대형화재 등 재난 양상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양 기관이 보유한 전문성과 기반시설을 연계해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재난 발생 시 물관리 전문기관의 시설과 자원을 소방 대응체계에 적극 활용하는 데 있다. 우선 시설물의 안정적인..

20년째 제자리 성남중 설립…대전 동구의회 대책 촉구
20년째 제자리 성남중 설립…대전 동구의회 대책 촉구

대전 동구 성남동에 중학교 학교용지가 계획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학교 설립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학생들의 통학권 보장과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중학교 설립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23일 대전 동구의회에 따르면, 이지현 의원은 제296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성남동 지역 학생들의 통학 여건 개선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성남중 설립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 이번 건의안은 2004년 성남동 구성지구에 중학교 학교용지가 계획된 이후 20년 넘게 학교 설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속되고 있는 주민들의 교육환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