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 연가-김재석 작가]에필로그

  • 사람들
  • 뉴스

[리야드 연가-김재석 작가]에필로그

  • 승인 2020-01-20 09:02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리야드연가 책표지 완성본(7월4일)
에필로그
[리야드 연가-김재석 작가] 에필로그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삶은 따로 있었기에….







나는 루루에게 이 편지를 잘 전해주었는지 지금 돌아보면 기억이 없다. 단지 내 기도만은 신에게 전달되어 그가 건강한 삶을 살아갔으면 했다. 왕초보 영어실력으로 사우디에 들어가 나는 6년간 병원 근무를 했다. 돌이켜 보면 젊은 날, 리야드로 떠난 취업 방랑기이자, 아웃사이드 프린스와 '썸' 타며 지낸 세월이었다. 건어물녀인 나에겐 리야드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약간 푼수기도 있고, 삶을 단순하게 생각하자는 나름 개똥철학(?)도 가지고 있어서 복잡한 시추에이션을 싫어했다.

리야드 국립중앙병원에서는 일단 청소부터 하고 보자 했다. 영어 못하는 것은 둘째 문제고, 당장 내 개코가 청소 상태를 못마땅해 했다. 어떤 이는 사우디는 너무 제약이 많다고 한다. 특히 여성은 운전도 못하고, 외출도 자유롭지 못하고, 스포츠 관람도 못하고, 뭐도 못하고, 못하고 투성이라고…. 맞는 말이다. 그런 걸 왜 못하게 하는 거야, 하고 지금도 하늘에 다 삿대질을 하고 싶다. 그 전에 내 주변 청소를 하고, 영화관에 못 가는 대신 안방 비디오 생활 탐구도 하고, 한 번 외출할 때는 목록을 잘 정리해서 쇼핑센터를 허벌나게 뛰어다니며 살 물건만 샀다.

단순한 삶은 끌리는 매력이 있다. 특히 아웃사이드 애들이 좋아한다. 왕궁 밖에 사는 아웃사이드 프린스가 좋아했다. 나는 도서관 자리 잘 지켜줘, 하며 밖으로 싸돌아다니는 연애꾼도 아니고, 그렇다고 방구석에서 허벅지나 콕콕 찌르는 청상과부스타일도 아니다. 그저 단순한 매력을 포자처럼 퍼트려서 주변을 누룩으로 만들고 싶을 뿐이다. 나의 연애론은 누룩이 든 빵과 닮았다. 반죽 속에 꼭꼭 숨어있다 부풀리고 모습을 바꿔놓는다.

리야드에서 병원 생활은 뭐랄까,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트를 탔다. 하루는 멜랑꼴리한 먹구름이 끼었다가 하루는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상황극이 펼쳐졌다. 특히 걸프전쟁 때는 독수리오형제는 아니지만 방독면이 든 사물함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병원을 지켰다.

그 곳에서 좋은 친구도 만났고, 페미니스트와 이야기하고, 때로는 농땡이 치기도 하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영화도 보고, 나만의 올빼미 둥지를 만들어 나갔다. 삶은 더 없이 단순했고, 머릿속에선 두 녀석이 옥신각신했다.

나쁜천사 : 비디오 보는데 짜증나게 모자이크 좀 치우자.

착한악마 : 실루엣 같애. 조금 가려서 보는 맛도 있잖아.

나는 철부지처럼 아라비안나이트 나라를 찾아가서 전혀 다른 이슬람 문화를 접했다. 무슬림 여성은 아니었다 해도 그곳에서 여성으로서 불편함이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지금도 그가 선물한 영어로 번역된 코란을 가지고 있다. 다만 들춰 보진 않는다. 비밀스런(?) 연애, 그 역시 좋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삶은 따로 있었기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국화로 물들다", '제26회 아산시 국화전시회 개최'
  2. 대전 유성국화축제 한창…13만 분 가을꽃 물결
  3. 세종시행 '중앙행정기관' 임시 둥지, 2027년 어디로?
  4. 세종시 대평동 '상가 공실' 전환점 맞나… '라면 페스타'가 온다
  5. 온통대전, 11월부터 월 최대 9만 1000원 캐시백 받는다
  1. 제주관광공사, 인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 팝업 '성료'
  2. 대덕구의회 사퇴 촉구 빗발치지만 주민소환은 '그림의 떡'
  3. 김찬술 대덕구청장 결국 병원행…區의회는 또 원구성 무산
  4. 2026년 육군본부 국정감사
  5.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

헤드라인 뉴스


김장 앞두고 배춧값 내렸지만… 농가도 소비자도 웃지 못한다

김장 앞두고 배춧값 내렸지만… 농가도 소비자도 웃지 못한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무 가격이 지난해보다 떨어졌지만 생산 농가와 소비자 모두 마냥 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농민들은 생산비 상승과 농산물 판매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고, 소비자들은 새우젓 등 일부 양념 재료의 가격 급등으로 김장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장 물가 안정에도 농가와 가계의 서로 다른 고민이 자리한 셈이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546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하락했다. 무도 1개당 2251원으로 7.5% 내..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가기관`… 종사자 주거 안정 대책은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가기관'… 종사자 주거 안정 대책은

중앙행정기관의 대규모 이전을 앞둔 세종시에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성공적이고 원활한 이전을 끝마치기 위해선 이전 기관 종사자들의 정주여건 안정화가 필요충분조건이란 판단에서다. 당장 내년 2000여 세대의 임대주택을 비롯해 3년간 1만 세대의 입주가 가시화된 상태인데, 공급 물량을 더욱 확대하고 인허가 기간 단축 등 주택 수급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20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내년 중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를 비롯한 27개 중앙행정기관, 종사자 기준 3000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세종으로 자..

은행서 잠자는 계좌 3억 4000만개... 장기 미거래 계좌 해마다 `급증`
은행서 잠자는 계좌 3억 4000만개... 장기 미거래 계좌 해마다 '급증'

금융권에서 장기간 거래가 없거나 휴면 상태인 '잠자는 계좌'가 3억 4000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숨은 금융자산을 찾아주고 있지만, 장기 미거래 계좌 등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장기 미거래·미청구 계좌와 휴면금융자산 계좌는 총 3억 4191만 개로 나타났다. 2021년 말(2억 6440만개)보다 7751만개(29.3%) 증가했다. 장기 미거래 계좌는 통상 3년 이상 거래가 없는 계좌를 의미한다. 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건설폐기물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건설폐기물

  • 국회 과방위 국감장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국회 과방위 국감장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 가을비에 바빠진 발걸음 가을비에 바빠진 발걸음

  •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