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기침은 방귀처럼 마스크는 속옷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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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기침은 방귀처럼 마스크는 속옷처럼

■전문의 칼럼
이양덕내과 이양덕 원장

  • 승인 2020-04-19 10:52
  • 신문게재 2020-04-20 10면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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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덕내과 이양덕 원장
코로나19로 많은 국민이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고 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릴 수는 있지만 기침 소리를 따라 귀로 파동처럼 밀려오는 불안감은 막을 수 없다.

또한,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도 정작 사람들이 밀집한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벗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병원의 대기실은 이런 상황을 자주 접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대기실로 나가 불쾌감과 불안감을 느끼는 다른 환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기침은 방귀처럼 마스크는 속옷처럼 해 줘야 기침을 통한 감염병의 전파를 막을 수 있다', '기침은 방귀처럼 참았다가 다른 사람이 없는 밖에서 해 주고 마스크는 혼자 있을 때만 내리면 된다' 등의 부탁을 하곤 한다.

음식물을 먹다가 흡인 때문에 갑자기 발생한 기침 등은 기도확보를 위해 바로 해야 한다. 하지만 가래가 거의 없는 마른기침이나 만성기침 등은 어느 정도 참을 수 있고 반복적인 기침은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오히려 더 많은 기침을 유발하기도 한다.

병원에 내원하는 대부분 환자의 기침은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어서 사람이 없고 환기가 잘 되는 장소로 옮겨서 할 수 있다.

방귀는 고약한 냄새가 있지만, 미생물이 없고 화학물질로 이루어진 기체이기 때문에 병을 전파할 수는 없다. 반면에 기침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등의 미생물을 비말 안에 포함하고 있어 고약한 냄새는 없지만, 타인에게 병을 전파할 수 있다.

기침과 방귀의 구성성분을 보더라도 기침이 냄새만 없을 뿐이지 방귀보다 공공보건학적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타인의 건강에 심각한 해를 가할 수 있다.

하지만 기침 예절이 방귀 예절보다 관대한 정도를 넘어 때로는 기침을 삼가야 하는 상황에도 거침없이 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필자의 문화적 해석과 역사적 해석은 다음과 같다.

기침은 보통 사극에서 보듯이 양반이 '이리 오너라!'하며 머슴을 부를 때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불만을 표시할 때 주로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침은 감추지 않아도 되는 행위로 여겨져 온 것 같다. 반면 방귀는 민담에 자주 나오듯이 시집살이하는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소박맞는 이유가 되곤 했다.

방귀는 냄새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약자가 강자로부터 핍박을 받는 구실이 될 수 있으므로 남에게 들키지 않게 해야 했던 것 같다.

고대 사회에서는 전염병이 나쁜 공기를 통해서 전파된다고 믿었다. 미아스마설(Miasma theory)은 유행병의 원인이 썩는 물질에서 나오는 오염된 공기라고 보았다.

미아스마설에 의하면 유행병은 사람들 사이에서 직접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오염된 공기가 발생한 지역에 노출된 사람들이 감염되는 것이다.

그래서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악취의 제거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19세기 중엽까지 미아스마설은 유행병의 주요한 학설이었으니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행동 양식에도 영향을 줬으리라.

생리적 현상인 방귀 소리를 자신의 것 외에는 듣기 어렵지만 기침 소리를 일상생할에서 쉽게 듣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신종 바이러스 질환이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는 이 시대에 기침에 대한 문화적 관대함은 더는 용납돼서는 안 된다.

방귀처럼 남에게 소리마저 감출 정도의 예의가 필요하다. 이제 감염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 인류가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악수, 볼 키스, 포옹 등의 문화도 변하고 있다.

새로운 감염병은 언제 출현할지 알 수 없고 누구라도 최초감염자가 될 수 있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다. 평소에 '기침은 방귀처럼' 하는 문화적 습관의 변화가 예고 없이 오는 유행병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강력한 방패가 될 수 있다. /이양덕내과 이양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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