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형 지붕'서 찾은 백제만의 부드러움

'아치형 지붕'서 찾은 백제만의 부드러움

<중국속의 백제문화> 6. 무령왕릉속의 독창적 문화인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1-27 13면
  • 글=박기성.사진=김상구 기자글=박기성.사진=김상구 기자

 <글싣는 순서>
 1. 비상하려는 봉황의 꿈, 백제금동대향로
 2. 룽먼석굴(龍門石窟)에 남겨진 백제인의 흔적
 3. 서산마애삼존불과 백제인의 미소
 4. 부여 정림사와 뤄양 영녕사 소조상
 5. 사비도성과 난징(南京)의 건강성
 6. 무령왕릉속의 독창적 문화인
 7. 백제 유민들의 흔적
 8. 백제문화 탐구의 새로운 모색
 9. 사진으로 보는 중국속의 백제문화
 10. 시리즈를 마치며


6. 무령왕릉속의 독창적 문화인
 
 지난 1971년 7월 공주 송산(宋山)의 왕릉 계곡에서 6호분 배수구 공사 중 왕의 무덤이 발견됐다. 널길 바닥에서 왕의 묘지와 매지권 및 왕비의 묘지를 새긴 지석 2매가 발견됨은 물론 2600여 점에 달하는 유물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공주 무령왕릉은 세상에 알려졌으며 잃어버린 백제사의 한 장면을 이어주고 있다.

 백제문화의 국제성과 독자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무령왕릉은 중국 육조시대(265~589년)의 묘제와 같아 계보적인 연원이 중국에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무령왕릉처럼 벽돌로 아치형 천정을 구축한 무덤은 중국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아 백제만의 독창적인 사례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물론 중국 육조시기의 대표적인 무덤인 주연묘에서 아치형 지붕을 채용한 사례는 부분적으로 나타나지만 말이다. 주연묘 및 육조석각 등을 통해 중국 묘지문화와 무령왕릉의 독창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아치형지붕을 채용한 주연(朱然)묘=동오(東吳)시기의 3세기 묘 가운데 하나인 주연묘는 벽돌무덤으로 난징(南京) 인근 안휘성 마안산시에 위치한다. 중국은 마안산에서 육조시대 무덤만 100여기 발굴했으며 이 가운데 대표적인 무덤이 바로 오나라 장군인 주연묘와 동오묘다.

특히 마안산시가 지리적으로 난징과 가까운 위치로 인해 문화계승에 있어서 닮은 점이 많은 것으로 중국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 1984년 발굴된 주연묘는 한 무덤 안에 주연의 관과 부인의 관이 함께 안치돼 있다. 무령왕릉의 경우 왕과 왕비가 함께 안치돼 있는 것과 흡사하다.

무령왕릉과는 달리 아치형 무덤은 아니지만 아치형 지붕 쌓는 방법은 3세기 때 이미 주연묘에서 부분적으로 나타난다. 네 벽의 중간 부분부터 시작해서 양단의 위로 쌓아올려 인(人)자형의 벽면이 되게 만들어 뾰족한 사각형을 만들었다. 주연묘는 오나라 시대 묘 가운데 비교적 일찍 아치형지붕을 채용한 사례다.

무령왕릉의 문이 1개인데 비해 주연묘는 2개의 문으로 돼있다. 이곳에서는 몽촌토성에서 발굴된 채색청자기를 비롯해 청자반구대, 청자양, 청자호자, 청자향로 등 모두 50여 종의 부장품들이 출토됐다. 칠기 종류만 80여점에 달한다. 백제시대 유물들과 흡사해 당시의 문화적인 교류를 짐작케 해준다. 마구간과 돼지우리 등 가축과 가축우리를 흙으로 만들어 무덤에 함께 매장했으며 진묘수와 동다리미 등 백제 무령왕릉에서도 출토된 부장품들도 눈에 띈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진묘수와는 달리 짐승얼굴에 사람 몸을 한 청자진묘수다. 두 눈은 밖으로 튀어나오고 두 귀는 머리위에 있으며 내민 혓바닥은 땅에 까지 닿는 등 다소 흉측한 형상이다. 안휘성 마안산 동오묘에서 출토된 석지권(錫地券)의 경우 무령왕릉의 매지권과 흡사하다. 3행 91자로 기록된 석지권에는 `오나라 분위(직급의) 장군이 회계군에 사는 맹윤이다. 죽은 맹윤을 위해 아들 맹일이 단양 마두산 무덤 일대를 샀다. 동쪽으로는 큰 길이 있고 서쪽은 산끝까지다.

남북 좌우로 길이가 50장(丈151m)을, 값으로는 50만 위안이다. `봉황 3년 8월 19일'이라고 날짜까지 적혀있다. 오나라 시기인 서기 274년에 만들어진 무덤인 것이다.

▲육조시기의 석각=난징일대에서 발견된 무덤의 상당수는 육조시기의 것이다. 즉 265년부터 589년까지의 시기로 서진, 동진, 송, 제, 양, 진의 여러 왕조가 포함된다. 남조의 무덤은 커다란 봉분을 갖춘 예가 드문데 이는 백제의 무덤과 흡사하다. 그러면서도 그 주인공에 따라 규모와 형태, 매장방식 등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다.

석각은 이들 무덤 밖에 세우는 조형물로 석주(石柱), 석수(石獸), 석비(石碑) 등으로 꾸며진다. 이 가운데 하나인 숙회묘 석각은 양무제의 아우인 숙회가 51세 되던 526년 숨지자 건강성에 조성해 놨던 것이다. 높이 3m, 몸길이 3m로 두 마리의 사자형상을 했다. 숙회묘 안내표지판에는 `숙회묘 앞에 있는 돌 용의 9번째 아들 피사 두 마리'라고 표현했다. 앞 가슴위로 드리워진 수염자국, 앞다리와 뒷다리에 새겨진 구름 문양, 앞뒤다리 사이의 몸통에 달린 날개 등 상상속의 동물에 대해 중국인들은 `석피사'라고 칭한다.

▲고대 동아시아 문화 아우르는 백제무덤=무령왕릉은 수천 개의 벽돌을 쌓아 올려 조성한 벽돌무덤이다. 이 같은 벽돌무덤은 낙랑군과 대방군이 자리 잡았던 서북지방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 고유의 특성을 지닌 무덤은 돌, 나무, 흙 등을 이용한 무덤이다. 그러다가 무령왕릉에서 갑자기 벽돌무덤의 형태가 드러난 것이다.

이 같은 점을 비춰볼 때 무령왕릉의 축조에 중국의 무덤문화가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학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특히 백제가 남조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당시의 정치적 상황 등을 비춰볼 때 더더욱 그러하다. 무령왕릉은 이처럼 중국문화를 모방하면서도 백제 나름대로의 과학성과 독창성 및 백제적인 정신이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

무령왕릉은 28가지의 벽돌 수천 개를 이용해 쌓아올린 무덤이다. 정확한 설계도가 없으면 쌓기 어려운 무덤인 것이다. 특히 백토와 모래 물을 섞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은, 아치형 무덤은 남조시기의 무덤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을 정도의 과학성과 독창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무덤의 부장물에서도 백제적인 문화의 일면을 살필 수 있다.

무령왕릉의 널길 한 가운데에서 발견된 진묘수는 삼국시대 고분 가운데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물론 국내 고대 무덤에서도 널길의 좌우 벽에 그림으로 괴수(怪獸)를 나타낸 예는 있지만 이처럼 진묘수를 제작해 세운 예는 없으므로 이 유물의 유례는 역시 중국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무령왕릉의 석수는 머리에 뿔이 있고 날개를 형성한 무늬가 달려있다. 중국 진묘수들의 뿔의 형태는 다양하다. 주연묘의 진묘수가 동물 얼굴에 사람 몸을 한 진묘수라면 당나라시대에는 사람얼굴에 동물 몸 형상의 진묘수 등 갖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진묘수 뿔의 형태도 다양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무령왕릉 진묘수는 중국의 흉측스런 형태와는 달리 친근감이 드는 모습을 갖췄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마치 집에서 키우는 돼지 등 가축의 형태다. 웃는 듯이 입을 벌린 모습은 무섭다는 느낌보다는 귀엽고 앙증맞다는 느낌마저 준다. 중국의 진묘수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창적이며 백제 고유의 미의식과 자연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무령왕릉 부장품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 하나는 다름 아닌 환두대도(環頭大刀)다. 최초의 금속기인 청동으로 검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칼은 무력 그 자체였고 지배력의 상징이었다. 삼국시대에 들어오면서 베는 칼인 도가 주로 사용되는데 둥글게 처리된 끝부분에 끈을 묶어 손목에 감싸 전투 시 떨어뜨리지 않도록 고안된 칼을 둥근고리자루칼 즉 환두대도라고 부른다.

이 고리에 용이나 봉황 같은 최고 지배자를 상징하는 동물을 장식할 때 그 칼은 최고 권력을 상징한다. 무령왕릉에서 나온 환두대도는 화려함에서 그 무엇과도 비할 바가 없다. 특히 남조의 무덤에서는 아직 나오지 않아 특징적이다. 한반도를 통일하고 동아시아로 뻗어나가고자 했던 백제인들의 기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공주박물관 강원표 학예연구사는 “남조의 벽돌무덤양식을 백제에서는 유행시키지 않고 곧바로 석실무덤에 아치형 천장을 접목하는 등 백제적 무덤으로 변환시킨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부여박물관 이용현 학예연구사는 “무령왕릉에서도 살필 수 있듯이 중국의 다양한 선진문화를 받아들여 실생활에 적용함은 물론 일본 등 주변국에 전파하는 등 동아시아의 허브적인 역할을 한 고대국가가 바로 백제”라고 지적했다. /난징=글 박기성·사진 김상구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트램, 지하화 구간 착공 앞두고 캠페인 진행
  2. 유성복합터미널 경영은 누구에게? 사업권 입찰 소식에 교통업계 '관심'
  3. 진천고, 충주예성여고…교육부 신규 자율형 공립고 선정
  4. '차량에 보조장치' 세종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막는다
  5. [현장취재]충남대 총동창회 골프대회에서 학교 발전기금 2000만원 기탁
  1. '金金金金' 세종 장애인 유도선수단 잘 나가네~
  2. 충북 치료가능 사망률 전국 '꼴찌'…"지역 의료체계 강화 필요"
  3. 공장 사망사고 기업대표, 항소심서 징역형 법정구속
  4. KAIST 장영재 교수 1조 원 규모 '피지컬 AI' 국책사업 연구 총괄 맡아
  5. 수업 중 휴대폰 등 스마트기기 사용 원칙적으로 제한… 초·중등교육법 개정

헤드라인 뉴스


세종시 `국가상징구역` 구상 실행… 주변도 지각변동 온다

세종시 '국가상징구역' 구상 실행… 주변도 지각변동 온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최대 25만㎡)과 국회 세종의사당(최대 63만㎡), 시민 공간(최대 122만㎡)을 포함한 210만㎡로 조성되는 '국가상징구역'. 국가상징구역에 대한 마스터플랜 공모가 29일 본격화하면서, 이의 주변 지역에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국가 최고 권력 기관이 들어서는 입지 인근인 데다 사무공간과 상업시설, 오피스텔 등의 주거 기능, 공원, 문화, 교육, 휴식 등이 어우러질 시민 공간(역사+정신+정체성 내포)이 새로운 콘셉트로 등장한 만큼, 세종동(S-1생활권)과 6생활권 중심으로 다양한 기능의 추가 도입과 세부 계..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 지방세 더 감면…충청권 숨통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 지방세 더 감면…충청권 숨통

정부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비수도권·인구감소지역을 중심으로 지방세를 더 감면해 주기로 해 충청권 지자체들의 숨통이 다소 트일 전망이다. 또 전국 13만4000호에 달하는 빈집 정비를 유도하고자 빈집 철거 후 토지에 대한 재산세도 깎아주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28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5년 지방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물류·관광단지 등 지역별 중점산업 조성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수도권,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 순으로 지방세 감면율을 높게 적용키로 했다. 기존 산업단지의 경우 수..

[드림인대전] 초등생 윤여훈, 멀리뛰기 꿈을 향해 날다
[드림인대전] 초등생 윤여훈, 멀리뛰기 꿈을 향해 날다

멀리뛰기 국가대표를 꿈꾸는 윤여훈(용천초 6)은 교실보다 학교 밖 운동장이 더 친숙하고 즐거웠다. 축구를 가장 좋아했지만, 달리는 운동이라면 뭐든 가리지 않았다. 또래 아이들보다 몸이 유연하고 날렵했던 아이를 본 체육담당 교사가 운동을 권유했고 그렇게 육상선수 윤여훈의 꿈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멀리뛰기라는 운동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달리기는 원래 잘했으니까 선생님이 지도해주신 그대로 뛰니까 기록이 나오더라고요." 윤여훈의 100m 기록은 12초 중반에 이른다. 전국대회 단거리 상위권에 버금가는 기록이다. 윤여훈은 멀리뛰기와 단거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일찍 끝난 장마에 수위 낮아진 대청호 일찍 끝난 장마에 수위 낮아진 대청호

  •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