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의 도움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송백헌 교수가 최근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매주 1회 금요일에 게재되는 이 코너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것은 조선조에 있었던 ‘거덜’이라는 직책에서 유래된 말이다. 고려나 조선조에 궁중의 가마나 말에 관련된 일을 맡아보는 관청인 사복시에 소속된 하인을 ‘거덜’이라고 했다. 이 거덜은 임금은 말할 것도 없고 재상이 행차할 때 그 가마나 말이 가는 앞에서 벙거지를 쓰고 “에라, 게들 섯거라, 이판대감 납신다. 물렀거라, 교동대감 행차하신다”하고 소리치며 행인들을 비키는 전도(前導)꾼의 역할을 하였기 때문에 달리 벽제(辟除)꾼이라고도 했다.
여기서 벽제란 ‘앞을 쓸어 없앤다’는 뜻으로 쓰인 것처럼 당시에 그 횡포가 심하여 벽제꾼인 ‘거덜’에 의하여 넘어져 다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거덜’을 거느린다는 것은 권력과 부의 상징으로 차츰 인식되어 조선조 후기에 내려오면서 낮은 벼슬아치까지도 ‘거덜’을 앞세운 바람에 한양 육조거리와 종로거리는 벽제로 붐벼 이를 피해가는 피마(避馬)길이 생겨나기까지 하였다.
이처럼 ‘거덜’이 비록 하찮은 직책에 불과하지만, 항상 큰 소리로 사람을 몰아세우다 보니 자연히 우쭐거리며 몸을 좌우로 크게 흔듥 다니게 되었다. 그래서 버릇없이 경망하고 도도하게 구는 행동을 나타내는 ‘거드럭거리다’라는 말이 생겨났으며, 거만한 행동을 나타내는 ‘거드름’, ‘거드름부리다’ ‘거드름빼다’ ‘거드름피우다’‘거드름스럽다’ 등이 말이 파생되었는가 하면 걸을 때 몸을 몹시 흔드는 말을 가리키는 ‘거덜마’도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흔들흔들’한다는 의미가 더욱 발전하여 살림이 흔들거리고 밑천을 들어먹는 것을 ‘거덜나다’라고 하게 된 것이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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