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91세 원로 시인 최원규 충남대 명예교수

  • 사람들
  • 뉴스

[인터뷰]91세 원로 시인 최원규 충남대 명예교수

최원규 시집 <구순에서 칠순에게> 발간하다

  • 승인 2024-05-17 17:19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최원규 교수
“시에 미친 동네에 들어가 이들과 같이 살고 싶습니다. 시에 몰두하며 지내는 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스러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91세 원로 시인 최원규 충남대 명예교수가 시집 <구순九旬에서 칠순七旬에게> 를 발간한 뒤 이렇게 말했다.



최원규 교수는 “시간은 많이 있지만 저의 시간은 없다”며 “세월이 가면 기억은 없어진다지만 십 년이나 이십 년, 삼십 년 전의 일이 바로 어제와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생생한 기억들이 저의 피를 들끓게 한다”며 “저의 하루는 너무 길며 또 너무 짧고, 살아온 세월이 아쉽고 고맙고 또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은 변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짧고 긴 것의 일이 아니라 어느 순간의 가슴 속에 일렁이는 파도 같이 온 몸이 피 끓는 희열이고, 비애라고 생각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누구에게나 가슴 한 가운데 낙인 찍듯 지워지지 않는 무형의 끈으로 동여맨 듯 불타듯 뜨겁게 타고 있는 것이 있다”며 “시간은 가도 그 곳에 얼굴은 있고, 얼굴에는 말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시를 가슴에 안고, 시를 위하여 순교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저는 시를 사랑하는 시인들과 이승에서나 저승에서까지 같이 갈 것”이라고 전했다.



20240517_123227
최 교수는 “각설하고 모국에서 태어남을 축복이라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숙연해지는 이유는 과장된 애국심의 발로가 아니라 모국어로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세계에서 여행하기 좋은 나라를 뽑을 때 한국이 제일 좋다는 말을 들었다”며 “저는 8.15, 6.25, 5.16, 4.19 등 우리 현대사의 파도를 현장에서 지켜보았다”고 전했다. 또 “제 목숨은 지켜낼 수 있었지만 대한민국은 폐허 그 자체였다”며 “목숨을 지킨 것은 천행이라 하여도 수많은 형제가 저승으로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최 교수는 “빈곤과 공포와 경악 속에서 저는 다행히 시를 쓰며 극복했다”며 “참으로 고맙고 그립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또 “근자의 일이지만 밤 1시 아내가 낙상할 때 119를 불러 골든타임을 넘기지 않게 병원 응급실로 보내준 나라가 대한민국 외 어느 나라에 또 있겠는가”라며 “대한민국에 매일 절을 올리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구순을 넘어갈수록 점점 더 눈물 나게 고마운 마음 헤아릴 수 없다”며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모두 매일 손잡고 뜨겁게 고마운 행운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시집의 출판을 도와준 대전문화재단과 도서출판이든북 이영옥 사장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최원규 교수는 1933년 충남 공주 출생으로 충남대 대학원 문학박사이다.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충남대 인문대학장, 국립 대만사범대학 교환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이다. 1962년 <자유문학> 신인상에 당선돼 문단에 등단했고, ‘육십년대 사화집’ 동인이다. 시집 <오랜 우물 곁에서>, 시선집 <하늘을 섬기며> 등 20여 권을 출간했다. 저서로 <한국현대시론>,<한국현대시의 형상과 비평>, <우리시대 문학의 공간적 위상 등> 이 있다. 수필집으로 <꺼지지 않는 불꽃>,<시는 삶이다>, <찾으며 버리며> 등이 있다.

제22회 현대문학상, 제5회 한국펜문학상, 제19회 현대시인상, 제7회 시예술상, 제5회 정훈문학대상, 제11회 충남도문화상, 진을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언어문학회장을 역임했고, 한국문인협회 고문, 현대시인협회, 한국펜클럽, 대전시인협회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온기 페스티벌" 양산시, 동부 이어 서부 양산서 13일 축제 개최
  2.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3. 천안시, 2026년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4. 대전 학교 냉난방 가동 체계 제각각 "중앙통제·가동 시간 제한으로 학습권·근무환경 영향"
  5.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1. [중도초대석]김연숙 심평원 대전충청본부장 “진료비 심사, 의료질 평가...지속가능한 의료 보장”
  2. ‘조진웅 소년범’ 디스패치 기자 고발당해..."소년법, 낙인 없애자는 사회적 합의"
  3.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노후 전선·붕괴 직전 천장… 충남경제진흥원 지원 덕에 위기 넘겨
  4.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5. 대전경찰, 지난 대통령선거 선거사범 50명 송치… 지난 20대보다 174%↑

헤드라인 뉴스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조국을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을 기리고 모시는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전국 광역도 중 유일하게 국립호국원이 없었던 설움을 씻어내고 충남에서도 호국영령을 제대로 예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9일 총사업비 495억원 규모의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을 위한 2026년 타당성 연구용역비 2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기준 충남 보훈대상자는 3만3479명으로, 참전유공자·제대군인 등을 포함한 향후 국립묘지 안장 수요는 1만8745명으로..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인공지능(AI) 버블 우려와 미국 12월 금리 변동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지만, 충청권 상장사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일반서비스와 제약 업종의 활약이 돋보이면서 한 달 새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전월 대비 4조 5333억 원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9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11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79조 446억 원으로 전월(174조 5113억 원) 보다 2.6% 늘었다. 같은 기간 충북 지역의 시총은 2.4%의 하락률을 보였다. 대전..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후 2시 43분께 "태안화력발전소 후문에서 가스폭발로 연기가 많이 나고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인력 78명과 소방차 등 장비 30대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해당 폭발로 인해 중상을 입은 2명은 병원으로 이송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여 만인 오후 3시 49분께 초진을 완료했고 현재 자세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내포=오현민 기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