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장이 내장의 한부위라고?
우리가 흔히 ‘억장’하면 내장의 일부를 연상하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심정이 불편할 때 흔히 ‘염장을 지른다’, ‘오장이 문드러진다’, ‘가슴이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등 신체의 일부가 상하는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에 ‘억장이 무너진다’라는 말도 무슨 내장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억장이 무너진다’에서 ‘억장’은 내장의 한 부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일억 발(丈:장은 양팔의 길이)이나 되는 높은 길이를 나타낸다.
이 말은 본래 억장지성(億丈之城)의 준말로서 일억 발이나 되는 높은 성을 가리킨다. 이처럼 튼튼하고 높은 성이 갑자기 무너진다고 볼 때 얼마나 놀라겠는가?
이처럼 돌발적으로 실망스러운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억장이 무너진다’고 쓴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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