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여인용 모자 ‘아얌’이 ‘아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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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여인용 모자 ‘아얌’이 ‘아양’으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 22. 아양을 떨다

  • 승인 2012-03-30 10:23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의 도움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송백헌 교수가 최근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매주 1회 금요일에 게재되는 이 코너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귀여움을 받으려고 짐짓 애교 있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사람들은 아양을 떤다고 한다.

이 말의 핵심인 아양이란 아얌이 변한 말이다. 아얌은 겨울에 부녀자들이 나들이 할 때 추위를 막으려고 머리에 쓰는 방한구를 가리킨다.

조선 초기에는 남성들이 나들이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방한구로 귀를 덮는다 하여 이엄(耳掩)이라 하였던 것인데, 조선 중기 이후에는 남자들이 사용치 않고 여성 전용으로 사용되면서 귀를 내놓고 이마만을 덮고 있어 액엄(額掩)이라 불렀다.

따라서 아얌이란 이 액엄이란 단어가 우리말로 변화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남성 전용의 이엄이 뒤에 여성 전용의 액엄으로 바뀌면서 귀 가리개가 이마 가리개로 바뀐 것이다.

이마를 가린다는 뜻을 지닌 여자 전용의 액엄으로 바뀌게 된 것은 남녀 간에 내외하는 풍습이 엄격했던 당시에 이것을 쓰면 얼굴이 가려져 여자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액엄은 과거 여인들이 즐겨 쓰던 추억의 모자인 셈인데 지금도 추석이나 설 그리고 큰 행사 때 어린 소녀나 젊은 여인들이 화려한 한복 옷차림에다 머리에 이 아얌을 쓰고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그러면서도 그 모자(사실은 변형된 것이지만)를 아얌이라고 아는 이는 드물다.

원래 이 아얌은 겉은 고운 털로 되었고, 가장자리에는 2∼3cm의 검은 털로 선을 둘렀다. 뒤에는 긴 드림을 늘어뜨리는데 이 드림을 아얌드림이라 하였다. 댕기와 비슷한 검은 자줏빛 아얌드림에는 밀화(蜜花) 또는 금판(金版)으로 만든 매미를 군데군데 달아 장식하였다.

또 앞이마와 뒤에는 자주 또는 검정색 조영이나 산호주를 꿴 끈이 달려있고 끝에 술 장식을 드리우고 있다.

이처럼 현란하게 생긴 아얌을 예쁜 여인이 쓰고 머리를 조금 흔들면 술 장식과 아얌 드림이 가볍게 떨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되므로, 남에게 잘 보이려고 간사스럽게 행동하는 모양을 빗대는 말로 바뀌었다.

따라서 ‘아양을 떨다’의 원형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아얌을 흔들다’였다. 그것이 뒤에 아얌은 아양으로 바뀌고 ‘흔들다’는 경망스런 행동을 나타내는 ‘떨다’로 바뀌어서 지금처럼 ‘아양을 떨다’는 말로 변한 것이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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