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살롱]어둠 속 밝게 빛나는 '몸짓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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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살롱]어둠 속 밝게 빛나는 '몸짓의 향연'

[백영주의 명화살롱]호안 미로 '제비의 사랑'

  • 승인 2016-01-06 17:44
  • 백영주 갤러리 ‘봄’관장백영주 갤러리 ‘봄’관장
▲ 미로 '제비의 사랑',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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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로 '제비의 사랑', 1934

작년에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갔을 때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밖의 날씨 탓인지 유독 어둡게 느껴지는 전시관을 누비던 중, 딱 그때 상황에 맞아떨어지는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어두운 배경 위에 빨강, 노랑, 하양, 초록, 상아색으로 환하게 빛나는 몸짓들의 향연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배경 위에 멋들어진 필기체로 쓰인 ‘Hirondelle Amour(제비의 사랑)’이 바로 제목이었다.


스페인 대표화가… 야수파·입체주의 등 거쳐 초현실주의 전환
색채보다 자유분방한 선·신비한 형태의 상징작 형상물 돋보여
현실세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동화적인 상상력 제공



미로가 1918년에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는 야수파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1919년 파리에 진출하면서 피카소와 알게 되었다. 이 시기에는 루소를 닮은 정밀하고 엄격한 풍경화와 인물화가 많고, 1921년부터는 입체주의의 영향을 받은 정물화를 그렸다. 이후 자연 형태에 주관적 변형을 가하여 표현함으로써 대상에 대한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데포르메나 역학적 구성 속에 에스파냐인 특유의 강렬한 감정이 감도는 작풍으로 변하였다. 1922년 스페인으로 돌아와 농지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발표하다가 급속히 초현실주의로 전환하였다.

1925년에는 초현실주의 제1회전에도 작품을 내고, 파울 클레에게 자극 받아 초현실주의적 환상에 장식성을 가미한, 유머감각이 넘친 곡선과 색채에 의한 독자적 화풍을 형성하였다. 이 시기의 대표작이 바로 <어릿광대의 사육제>다. <어릿광대의 사육제>를 그릴 무렵 미로는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림은 밝고 즐거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이 그림에서 보이는 많은 생명의 상징들은 모두가 즐거운 음악에 심취해 흔들흔들 춤을 춘다.

이렇게 미로의 그림에서는 색채보다 자유분방한 선과 신비한 형태의 상징적 형상물이 돋보인다. 가볍고 활기에 찬 선들은 4차원 공간을 헤엄쳐 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다가 갑자기 새로운 형상을 만들고는 이내 형상의 갇혀진 테두리에서 벗어나 다른 형상으로 옮겨간다.


▲ 미로 '어릿광대의 사육제',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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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로 '어릿광대의 사육제', 1925

대표작 중 하나인 '제비의 사랑'… 새·사람 어우러져 어두운 배경 밝혀
가난했지만 작품 가득채운 밝은 기운… 밝은 정서·율동적인 구성 특징
사람들의 정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데 탁월… 넓고 풍요로운 세상 보여줘



미로의 선들은 유기적인 생명체로 음악적인 리듬과 새로운 형상을 지닌다. 이들은 우리에게 현실 세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동화적인 상상력을 제공해 준다.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더 넓고 풍요로운 세상을 그림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호안 미로의 초현실주의는 아주 밝은 정서, 단순화·순수화된 형태와 색채의 조화에 의한 율동적인 구성을 대표적인 특징으로 삼는다. 주로 바르셀로나와 파리를 왕래하면서 회화·판화·조각·도자기 등 다방면에 재능을 발휘했다.

1934년에 완성된 <제비의 사랑>은 미로의 대표작 중 하나로 새와 사람이 한데 뒤섞여 어두운 배경을 밝힌다. 제비의 주를 이루는 검은색이 배경이지만 ‘사랑’이라는 주제를 반영하듯 작품의 분위기는 어둠 속에 몸을 맡긴 댄서처럼 밝다. 이와 같이 그는 어떤 장르에서 작업하든 사람들의 정서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매우 탁월했던 화가였다. 이러한 힘은 여러 장르를 오가며 각 장르의 특징을 융합할 수 있었던 그의 능력에서 나왔을 것이다.

“내 그림에서 최초의 단계는 자유이고 무의식이다. 그러나 제2단계에서는 주의 깊게 계산되어 그려진다”는 말처럼 초현실주의자 호안 미로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히 무의식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을 구체적인 현실로 재구성하는 데 있었다.

백영주 갤러리 ‘봄’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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