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침사랑안마지압원 이시환 원장·민윤희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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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침사랑안마지압원 이시환 원장·민윤희 부원장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 승인 2016-04-07 14:35
  • 신문게재 2016-04-08 22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휴먼스토리]침사랑안마지압원 이시환 원장·민윤희 부원장

부부가 둘 다 시각장애인이지만 그 누구보다 밝고 행복하게 보람을 찾으며 열심히 사는 부부가 있다.

대덕구 계족산로 43번길 14, 구 중리동 499-10번지주향감리교회 옆골목에 들어서면 보건복지부 건강안마 바우처 지정기관인 침사랑안마지압원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자극요법, 안마 지압, 자세교정 전문원으로 잘 알려진 침사랑안마지압원의 이시환 원장(47)과 민윤희 부원장 부부(46)는 1급 시각장애인이지만 장애를 이겨내고 다른 시각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해주면서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안마지압원을 운영하는 CEO 부부로 자수성가했다. 이에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이시환 원장과 민윤희 부원장 부부를 만나 그 누구보다 금슬좋게, 행복하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편견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남편 이시환 원장 이야기>

-이 원장님, 침사랑안마지압원 시각장애인 전 직원들과 함께 마라톤대회에 나가신다죠?

▲예. 오는 4월 17일에 3대 하천 마라톤대회가 있는데 작년에 이어 우리 안마지압원 직원 20명이 마라톤대회에 나갈 예정이에요. 대전의 가장 큰 마라톤클럽인 주주마라톤클럽에서 페이스메이커로 자원봉사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작년 10월엔 대청호 마라톤대회에도 참여했답니다. 이번에는 10km 코스를 55분을 목표로 달릴 예정이에요. 마라톤을 함으로써 시각장애인도 비장애인의 도움이 있다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 체력을 단련해 고객분들께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 원장님은 중도장애인이 되신줄 압니다. 어떤 사연이 있으신지요.

▲94년도 25살에 직장에서 자동화 프로그램을 시운전하다가 화공 약품이 눈에 들어가면서 하루아침에 실명을 하였습니다. 2년간 병원 생활을 했지만 한줄기 빛조차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남에 의해 식물처럼 길러지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러웠습니다. 시골집에 갔을때 저를 보고 너무나 안타까워하시고 슬퍼하시는 부모님의 눈물에 정말 괴로웠고 죽지 않을 만큼만 먹고 누워있는 생활을 하게 됐죠. 6개월만에 체중이 80kg에서 50kg으로 줄었고 몸은 쇠약해졌습니다.게다가 목이 전혀 안돌아가는 상황이 됐는데, 병원생활에 지쳤던 저는 어느 시각장애인이 자극요법 안마지압을 잘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습니다.그런데 거기서 그분의 자극요법과 안마 지압을 받고 나서 목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는 신기한 체험을 한겁니다. 그때 퍼뜩 ‘내가 이렇게 좌절할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날로 당장 장우산을 지팡이 삼아 짚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을 찾아가 6개월동안 점자를 배우고 재활교육을 받았죠.

-이 원장님은 그 후에 대전맹학교에 입학하신거죠?

▲예. 서울에서 내려와 동구 가오동에 위치한 대전맹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학교에서는 3년간 안마, 지압, 마사지, 해부생리, 임상, 진단, 침구, 보건, 병리 등 이료과목을 체계적으로 배웠답니다. 제가 17회 졸업생인데요. 고 1때부터 안마사로 자원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그런 경험들이 침사랑안마지압원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방학 동안 집에 가면 절망하시는 부모님을 뵙는 게 너무 괴로워 가오동에 자취방을 얻어놓고 공부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안마지압 마사지를 일컫는 이료 과목에서 1등을 하면 30만원의 장학금을 주는데, 그 돈으로 방을 얻었죠. 학교 다닐때는 도서관 문이 열릴때부터 닫힐때까지 공부했습니다. 추석명절에도 집에 안가고 방학 동안 폐쇄하는 기숙사에 머물며 공부하기 위해 장롱 속에 몰래 숨어있기도 했죠. 하하하! 부모님 돌아가시기 전에 온전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각오로 흐르는 눈물을 참고 참았습니다.

-침사랑안마지압원은 어떻게 개원하게 되셨나요?

▲졸업 후 바로 개원을 하고 싶었지만 당장 돈이 없으니 서울로 올라가 안마시술소에서 일했습니다. 이때 40일간 일하고 500만원이라는 큰 돈을 벌었죠. 제가 일이 끝나도 쉬지 않고 공부하는 모습을 본 시술소 누님들이 기특하게 여겨 저에게 손님들을 몰아준 덕분입니다. 그러나 안마시술소에서 계속 이렇게 돈에 얽매여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2003년 다시 대전으로 내려와 500만원을 종자돈 삼아 중리동 이 자리에 침사랑안마지압원을 개원했습니다.

-원장님은 건강안마 바우처사업으로 시각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많은 도움을 주신줄 압니다.

▲2003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수행하다가 2009년부터 보건복지부의 건강안마 바우처사업을 함께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60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에게 안마와 지압 마사지 서비스를 해드리는 사업이죠. 이후 보건복지부로부터 품질평가 우수기관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공공기관의 감사를 받을때마다 ‘시각장애인이니 어쩔 수 없어’하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시각장애인이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환자들의 혈압과 혈당, 체중, 신장체크는 물론 모든 검진 내용을 정안인들보다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모든 프로그램을 자동화한 것이죠. 제가 프로그래머 출신이라서 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직원들에게 넉넉히 보수를 주려면 보건복지부 바우처 사업은 늘 적자일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20명의 시각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줬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얼마 전 저희 안마원의 시각장애인 직원 한명이 그동안 모은 월급으로 집을 샀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개원한지 13년동안 지각과 조퇴를 한번도 안한 직원이 3명이나 되는데요. 직원들이 거의 퇴사자 없이 열심히 일해줘서 너무나 고맙답니다. 그런 훌륭한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지요. 그 공을 인정받아 2013년 장애인의 날에 대전시장상을 받았고 보건복지부 품질평가 우수기관상을 받았습니다. 또 건강안마 바우처 우수 프로그램으로 시장상도 받았죠.

-원장님 부부가 운영하시는 침사랑안마지압원이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안마지압원으로는 전국적으로 규모가 제일 큰 것으로 압니다. 책임감도 크실테고 보람도 많으시겠습니다.

▲대전시내 50여곳의 안마원은 대부분 1~2명의 직원들이 일을 합니다.그런데 저희 안마원은 20명의 시각장애인을 고용하고 있으니 규모가 제일 큰 편이죠. 지금 저희 지압원은 DB 작업을 통해 1만9300명의 고객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맹학교 학생들이 매년 저희 안마원으로 견학을 오는데 방학때가 되면 공주대와 전주 우석대, 대구대, 중부대 특수학과 학생들이 실습하러 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이론과 실기를 가르쳐주고 입학등록금을 벌 수 있도록 해줍니다. 미래에 시각장애인 교사가 될 학생들에게 안마 지압 치료 경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교육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죠. 침사랑안마지압원을 개원하면서부터 저와 아내의 모교인 대전맹학교에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안마원에 환자로 왔다가 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중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입학생에게 매년 1명씩 장학금을 줍니다. 이 학생들이 졸업해 의사가 되었을때 안마가 국민건강에 기여하는 것을 인정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외치는 시각장애인의 절규이지요. 일반인들이 시각장애인에게 먼저 다가와 손을 내미는게 쉽지 않은데 저희 안마원에 다녀가신 분들이 지압을 받으시고 건강해지셔서 진정한 이웃이 됐을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중 한분을 소개하자면 3개월간 저희 안마원에 다니시며 건강이 좋아지신 쌈밥집 사장님이 계십니다. 그분은 6년째 저의 생일인 음력 12월10일만 되면 케이크를 사들고 저에게 점심을 사주시겠다고 찾아오십니다. 그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겠어요. 이렇게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이 있어 행복합니다.

-원장님,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실까요?

▲저는 60세까지 자극요법, 안마, 지압 치료 경험을 쌓고 60세 이후엔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딸아이를 비롯한 시각장애인 후학들에게 전수해주고 싶습니다. 60세 이후엔 전국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자극요법 안마 지압 특강을 할 계획입니다.

시각장애인의 장점을 아시나요? 밤에 불을 끄고도 점자로 책을 읽을 수 있답니다(하하하). 저희 딸에게 어릴때부터 점자로 책을 많이 읽어줬더니 글을 잘 쓰더군요. 이번 학기엔 학급 회장도 됐답니다. 부모가 시각장애인인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딸아이가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제 좌우명은 성실인데요, 13년동안 한주도 빠지지 않고 토요일밤부터 일요일엔 밤을 세워 공부합니다. 저도 허준과 같은 최고의 명의가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80세엔 반드시 명의가 돼 있을겁니다.

제가 꼭 하고 싶은 일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온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면서도 느끼지 못하며 살아가는 세상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습니다. ‘여러분! 세상은 정말로 아름답습니다’라고요.

저에게 시간적인 여유와 공간이 주어진다면 난을 키우고 싶습니다. 난에 물을 주고 났을때 묻어나오는 그 싱그러움이 감동이에요. 꽃의 아름다움도 만져서 느낄 수 있답니다. 싱그러운 공기와 꽃내음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습니다.


<아내 민윤희 부원장 이야기>

-민윤희 부원장님, 젊은 시절에 시각장애인이 되셨다지요?

▲예. 저는 안구망막색소변성증에 걸려 중도실명했어요. 일명 ‘RP환자’라고 하는데요. 시야 폭이 점점 좁아지고 가늘어져서 실명하는 병이에요. 원인도 없고, 약도 없고, 현대 의학으로 고칠 수도 없죠. 10대 후반부터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15세 이후 급격히 증세가 심해지더군요. 대학 졸업 후엔 더 안보여 사회생활이 어렵게 됐습니다. 20대 후반에 결국 장애 진단을 받았죠. 삼성안내견학교의 지원으로 안내견 복실이와 전주에서 살았습니다. 제가 어릴때 바쁘신 부모님을 대신해 외삼촌과 외숙모가 저를 키워주셨는데 외숙모가 강직성 척추염 진단을 받으셨어요. 저에겐 친어머니와 다름없는 외숙모를 위해 해드릴 수 있는게 뭘까 고민하다가 자극요법, 안마, 지압을 배워 외숙모를 고쳐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대전맹학교에 입학하면서 안내견 복실이와는 작별을 했죠.

-남편분과는 어떻게 만나 결혼을 하게 되셨나요?

▲제 남편 이시환 원장은 대전맹학교 선배인데 그당시 맹학교에서 자극요법과 안마, 지압을 제일 잘하는 학내 1인자였습니다. 이시환 선배를 따라다니면서 자극요법과 안마, 지압을 배우고 서울로 함께 공부하러 다니면서 친해지게 돼 결혼하게 됐지요. 저는 한남대 사범대 특수교육과에 입학해 교사자격증 취득 후 교사가 되려했는데 남편의 설득으로 교사가 되는 꿈을 포기하고 남편이 개원한 침사랑안마지압원에서 같이 일하게 됐답니다. 교사가 되는 것을 포기한 대신 남편과 함께 최고의 명의가 되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기(氣)운동을 하고 있죠.

-부원장님은 성격이 매우 밝고 긍정적이신 것 같아요.

▲제가 앞이 안보인다고 울고만 있으면 부모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게 아프시겠어요. 부모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고 싶어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죠. 그렇게 안보이시겠지만, 제 꿈이 본래 개그맨이었답니다(하하하). 개그맨 서경석씨와 같이 개그맨 시험을 봤었어요. 영화배우 시험도 봤었죠. 신성일씨와 엄앵란씨 아들 강석현씨 주연의‘단한번뿐인 내인생’이란 타이틀의 영화였어요. 그런데 이때부터 시력을 잃게 돼 더이상 영화 출연을 할 수 없었죠. 그렇지만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맹인이지만 이렇게 남편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몰라요.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평생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아무 꿈 없이 살았을 거예요. 지압원 가족들과 마라톤대회도 나가고, 저희 딸 아이 학교 공개수업도 다녀오고, 환자들도 정성껏 돌보면서 재미있고 보람있게 삽니다. 양지초등학교 4학년인 저희 딸 승화는 저희 부부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어요.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맙지요. 먼훗날 ‘대덕구 중리동에 이허준과 민예진 아씨가 살았다’는 전설을 남기고 싶은 것이 저의 부부의 꿈이랍니다.

대담·정리=한성일 취재 4부장(부국장)

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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