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안대를 쓴 그들에게

  • 국제
  • 명예기자 뉴스

다시 안대를 쓴 그들에게

  • 승인 2016-08-17 14:42
  • 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
얼마 전 서울남부지검의 33살 김모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누구나 선망하는 최고 권력기관에 막 입성한 젊은 검사가 도대체 왜 그랬을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초기에는 자살 원인을 단순 업무 스트레스로 규명했다. 하지만 동기들과의 단체 채팅방에서 진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자살 원인은 상사인 김모 부장의 폭언과 폭행으로 추정된다. ‘부장검사에게 매일 욕을 먹으니 자살 충동이 든다.’, ‘보고 때면 결재판으로 찌르고 수시로 폭언을 한다.’는 메시지는 충격이었다.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지고 가해자는 처벌받아야 한다. 처벌 받더라도 가해자의 죄가 모두 씻기진 않는다. 하지만 진실을 덮려는 검찰내부의 움직임 때문에 ‘적어도’ 그 정도는 해야 최소한의 정의가 지켜지는 것만 같다.

사실 필자는 故김모 검사의 동기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법연수원 41기 동기회는 가해자의 처벌과 진실 규명을 외치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앞으로 검사로서 삶을 이어 갈 이들에게 용감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대한민국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고 있다. ‘검찰에 밉보이는 인사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말이 있는 이유다. 업무특성상 외부와의 교류가 적고 상명하복 문화 또한 강하다. 이 같은 특성을 빗대 강철조직이라 부르기도 한다. 유대의식이 강한 엘리트집단. 누구도 적으로 두고 싶지 않은 집단이다. 하지만 굳이 검사가 아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남은 이들에게는 곧 삶의 터전이다.

사건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하자는 내부 분위기에 반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집단에 속해 있다 보면 덮고 지나쳐야 하는 일이 태반이다. 불합리한 제도와 절차, 그리고 비도덕적 행위들은 관행처럼 이어져 온다. 타인의 고통을 봐도 침묵하는 분위기도 공공연하다. 이는 비단 검찰조직 뿐만이 아니다.

소신 있게 행동하기란 참 어렵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어가고,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아질수록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시선을 피하는 이를 욕할 수도 없다. 누군가의 자식이자 배우자이고 동시에 한 가정이 가장일 이들에게 ‘정의의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용기를 냈다.

그리스어로 법은 Dike, 정의는 Dikaion다. 로마어에서 법은 Ius, 정의는 Iustitia다. 두 단어 사이의 관계에서 알 수 있듯이 법과 정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법과 정의의 상징인 정의의 여신상은 두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다. 정의 실현을 위해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고 공평을 지킨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에 검찰은 안대를 풀고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 제 식구임을 확인하고 시선을 회피했다. 故김모 검사의 동기들인 젊은 검사들은 다시 안대를 썼다. 그리고 진실을 가려 달라고 요청했다.

정의의 여신은 싸움을 중재하기 위해 칼을 들고 있다. 하지만 그 칼은 정의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끔 용기를 주는 도구 일지도 모른다. 정의를 위해 칼을 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미디어아카데미 명예기자 전민영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방문 환경 개선" 양산 천성산 미타암, 새 공양간 건립공사 준공
  2. 주말 사우나에 쓰러진 60대 시민 심폐소생술 대전경찰관 '화제'
  3. 대전 교사들 한국원자력연 방문, 원자력 이해 UP
  4. 낮고 낡아 위험했던 대전버드내초 울타리 교체 완료 "선제 대응"
  5. 대전우리병원, 척추내시경술 국제 교육 스파인워커아카데미 업무협약
  1.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심장­호흡재활센터 개소
  2. 유등교 중고 복공판 사용 형사고발로 이어져…안전성 이슈 재점화
  3.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졸업자 지역 취업 증가 목표…실현 가능할까?
  4. 충남대병원 안순기 예방관리센터장 보건복지부장관상 수상
  5. 충청권 광역철도망 급물살… 대전·세종·충북 하나로 잇는다

헤드라인 뉴스


[기획] 철도가 바꾸는 생활지도… 2030년대 충청 `30분 생활권`

[기획] 철도가 바꾸는 생활지도… 2030년대 충청 '30분 생활권'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대전~옥천 연장, CTX(광역급행철도)가 2030년대 중반까지 순차적으로 개통될 경우, 대전·세종·충북을 오가는 시민들의 생활권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이동시간 단축이다. 현재 대전 도심에서 세종 정부청사까지는 교통 상황에 따라 40~50분이 걸리지만, CTX와 광역철도가 연결되면 통근 시간은 20~30분대로 줄어든다. 세종 근무자의 대전 거주, 혹은 대전 근무자의 세종 거주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 교통체증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젊은 직장인과 공무원의..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