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잠긴 문을 여는 열쇠

  • 국제
  • 명예기자 뉴스

언어, 잠긴 문을 여는 열쇠

  • 승인 2016-11-04 12:53
  • 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영어를 못해? 한국인들은 10년 넘게 영어를 배웠다고 하는데 내가 만난 한국인들은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는 애들 못 봤어. 나는 6년 정도 배웠는데 의사소통은 가능하거든. 왜 다들 나보다도 못하는 거야?”
“음...한국은 듣기, 말하기보다 읽기랑 쓰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거든. 그리고 한국 주변에는 영어를 쓰는 국가가 별로 없어. 그래서 주변 국가를 여행하더라도 영어는 잘 안 쓰다 보니 연습할 기회도 적은 것 같아.”

오르비에토 피자집에서 만난 한 이탈리아인이 나에게 물었다. 나도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했지만 자신 없는 게 사실이다. "Hi, My name is Minyoung Jeon"을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는데 써 먹을 기회도 없었다.

대학시절 내내 다른 활동을 한다고 남들 다 가는 해외어학연수 한 번 안 갔다.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한다는 자체가 신났다. 하지만 간단한 대화가 끝나면 주제는 급격하게 어려워졌다. 빨라지는 대화속도 역시 감당하기 어려웠다. 사대방의 말을 대충 이해하더라도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이 머릿속에서 전환이 되지 않았다. 나도 이런 내 자신이 답답한데 상대방은 어떻겠는가.

“너 어디 사람이야?”
“나 이탈리아. 밀라노 근처에 있는 소도시에서 왔어.”
“근데 영어 되게 잘한다.”
“왜? 영어 잘하는 이탈리아인은 평범한 게 아니야?”
“응, 영어 잘 못 하던데?”
나폴리 호스텔에서 만난 (이름이 기억 안 나는)친구는 영어를 꽤 잘했다. 나폴리로 오는 동안 기본적인 영어도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던 나는 깜짝 놀랐다. 호스텔에서 만난 이 친구는 억양이 독특했지만 꽤 영어를 잘했고, 반가운 마음에 영어 잘한다고 한 말이 마치 내가 ‘나는 영어 잘해’라는 뜻으로 들렸다 보다. 이후에 굉장히 빠르게 얘기 하는 통에 몇 번이고 ‘sorry?’를 해야 했고, 억양이 독특하다(이상하다는 말을 순화한 걸로 보인다)는 소리도 들었다.

“언어는 문을 여는 열쇠(key)같아.”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한 중국인 친구가 말했다. 그 때 듣자마자 감동받았다. 그 당시는 ‘한번 문을 열기가 힘들지, 열고 면 언어라는 문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당시에도 굉장히 감동받아서 너무 훌륭한 비유라며 듣자마자 박수를 쳤다. 하지만 나중에 곱씹어 생각하니 다른 의미일 수도 있었다. ‘언어는 닫혀 있는 문화와 문화, 사람과 사람간의 문을 여는 열쇠다’는 의미일 수 도 있다. 어떤 의미이든 모두 훌륭했다. 언어란 닫혀 있는 무언가를 여는 열쇠는 맞다.

잠시나마 새로운 세계에 다녀오니 같은 자리에만 있다 보니 더 노력해야 된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새로운 세계와 의사소통을 위해서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핑계는 그만대고 이제 굳게 닫혀 있던 문을 한번 열어 보려 한다./ 전민영 미디어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방문 환경 개선" 양산 천성산 미타암, 새 공양간 건립공사 준공
  3. 주말 사우나에 쓰러진 60대 시민 심폐소생술 대전경찰관 '화제'
  4. 대전 교사들 한국원자력연 방문, 원자력 이해 UP
  5. 낮고 낡아 위험했던 대전버드내초 울타리 교체 완료 "선제 대응"
  1. 대전우리병원, 척추내시경술 국제 교육 스파인워커아카데미 업무협약
  2.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심장­호흡재활센터 개소
  3. 유등교 중고 복공판 사용 형사고발로 이어져…안전성 이슈 재점화
  4.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졸업자 지역 취업 증가 목표…실현 가능할까?
  5. 충남대병원 안순기 예방관리센터장 보건복지부장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기획] 철도가 바꾸는 생활지도… 2030년대 충청 `30분 생활권`

[기획] 철도가 바꾸는 생활지도… 2030년대 충청 '30분 생활권'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대전~옥천 연장, CTX(광역급행철도)가 2030년대 중반까지 순차적으로 개통될 경우, 대전·세종·충북을 오가는 시민들의 생활권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이동시간 단축이다. 현재 대전 도심에서 세종 정부청사까지는 교통 상황에 따라 40~50분이 걸리지만, CTX와 광역철도가 연결되면 통근 시간은 20~30분대로 줄어든다. 세종 근무자의 대전 거주, 혹은 대전 근무자의 세종 거주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 교통체증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젊은 직장인과 공무원의..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美 연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원·달러 환율 향방은?
美 연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원·달러 환율 향방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10일(현지시간) 고용 둔화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로 인해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최근 1500원대를 위협했던 원·달러 환율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3.50∼3.75%로 내렸다. 이는 올해 9월과 10월에 이은 3번 연속 금리 인하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 사이의 금리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좁혀졌다. 파월 의장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