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3. 불타는 5월의 대지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3. 불타는 5월의 대지

  • 승인 2017-06-13 00:01
  • 최민호최민호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3. 불타는 5월의 대지

희뿌옇게 흐려 있다.

회색이라기보다는 희고, 우윳빛이라고 하기에는 깨끗하지 못한, 요즈음의 구름 빛깔이다.
100년 만에 처음 겪는 가뭄이 계속되고 있었다.

작년 10월 이후 5월말까지 강우량 합계는 제로였다.

6월 하지를 고비로 마지막 모내기를 끝내야 할 농촌에서는 논 댈 물이 없어 관정을 뚫고, 양수기를 동원하여 실개천, 냇가, 방죽 등 물이 고여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주둥이를 밀어 넣어 보지만, 애꿎은 미꾸라지, 송사리 떼나 빨려 올라와 논바닥에서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을 뿐 속절이 없었다.

마탁소는 가뭄속에 수목원에서 몇 개월째 나무를 돌보느라 그렇지 않아도 까무잡잡한 얼굴이 아프리카 토인처럼 되어버렸다.
52세, 165㎝의 작달막하고 깡마른 체구, 반질반질한 피부, 양 옆의 뺨에 깊게 패인 주름살은 대 여섯 살은 더 먹어 보이게 한다.

안면도 국제꽃박람회 회장조성 부장이다.

해수욕장에서 약 1㎞정도 떨어진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는 수목원.
작은 야외음악당을 연상시키는 지형으로 박람회의 부전시장이다.

평평한 부지에 꽃잔디와 개똥나무로 고려청자의 형상을 만들어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 느낌의 청자 자수원과, 그 옆으로 조선시대 「별서정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별서정원(別墅庭園)이란, 벼슬을 뒤로 하고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는 선비들의 정원이었다.

전남 담양군의 양산보(梁山甫) 소쇄원(瀟灑園), 강진군의 정약용(丁若鏞) 다산정원(茶山庭園), 그리고 완도군 보길도(甫吉島)의 윤선도(尹善道) 부용동정원(芙蓉洞庭園)이 대표적이다.
수목원에는 또 튤립, 팬지, 메리골드, 과꽃, 페츄니아, 붓꽃, 백일홍 같은 100가지가 넘는 꽃으로 25가지 ‘빛깔의 화원’을 만들고 있었다.

조경공사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말할 것도 없이 물이다.
충분하고 끊임없이 뿌려줘야 한다.
그런데 물이 너무나 부족한 것이다.
꽃과 나무가 말라죽기 일보직전이었다.

비상대책으로 지하수 2개 공을 파서 스프링클러로 연신 물을 뿌리고 있으나 양도 턱없이 부족하거니와 농부들의 눈치가 여간 살펴지는 게 아니었다.
새까맣게 탄 그의 얼굴은 더 타들어 갈 수 밖에 없었다.

▲ 꽃 핀 참오동나무/출처=ⓒ이효성, 오마이뉴스
▲ 꽃 핀 참오동나무/출처=ⓒ이효성, 오마이뉴스

오동나무가 서 있었다. 잎을 쳐다보았다.
우리나라 수목 중에서 가장 큰 잎을 가진 나무이다.
학명 파울로우니아 코리아나(Paulownia Coreana).
학명에 코리아나가 붙어 있는 한국의 특산종.
울릉도가 원산지다.

옆으로 다가갔다. 순간 마탁소는 보았다.
오동나무 이파리들이 갑자기 부르르 떨더니 몇 장이 발밑에 떨어지는 것을.

‘바람도 없는데, 수분 부족인가’,

다시 한 번 나무가지의 잎사귀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분명했다.
이파리들이 쳐다볼 때마다 가늘게 떨고 있었다.

조팝나무의 이파리를 살펴보았다. 아무 힘도 없이 축 쳐져 있었다.
자식들이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있다.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침의 권적운도 물러가고, 파란 하늘이 눈 속 가득히 들어온다.
눈이 부셨다.
눈에서 눈물 두 줄기가 마부장의 주름지고 메마른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다시 한번 가늘게 떨고 있는 오동나무를 바라보았다.

‘이상한 일도 다 있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전날 밤의 꿈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생각만 해도 망측스러웠다.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부장은 조팝나무와 오동나무 밑둥치에 조심스럽게 겨냥하여 소변을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링거액이다. 기운 좀 차려라.”
(계속)

/글=우보 최민호

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교육행정 몰리고 시설직은 주춤…교육청 공채 경쟁률 '온도차'
  2.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3.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4. 판사 낭독 착오로 ‘징역 8년→8개월’… 144억 전세사기범 항소심서 다시 징역 8년
  5. 6·3 지방선거 기간 대전·세종 장애인 투표 과정서 혼선
  1. aT-한국수출입은행, K-푸드 수출 확대 공조
  2. 대전시 ‘시장임기 일치조례’ 첫 적용 임박 논란 증폭
  3. 1조2천억 필수의료 특별회계 곧 시행…"우선순위 논의 시민협의체 필요"
  4. 생활고 이유 대전서 초등생 딸 살해하려 한 부부… 검찰 징역 12년 구형
  5. 4년 만에 권력교체 된 충남도의회… 민주당 중심 원구성 윤곽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시장임기 일치조례’ 첫 적용 임박 논란 증폭

대전시 ‘시장임기 일치조례’ 첫 적용 임박 논란 증폭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대전시 산하 출자·출연기관장들이 대거 교체되는 가운데, 시장과 기관장 임기를 맞춘 현행 조례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장 교체기 마다 불거졌던 전 현직 인사 갈등 해소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시장 임기에 맞춰 기관장이 교체되는 구조가 부작용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정 발전을 위해 전문성이 최우선 돼야 하다는 자리지만 이른바 '선거 공신'들의 낙하산 인사 자리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1일 대전시에 따르면 관련 조례 적용으로 민선 8기 이장우 시장과 임기를 함께..

6·3 지방선거 기간 대전·세종 장애인 투표 과정서 혼선
6·3 지방선거 기간 대전·세종 장애인 투표 과정서 혼선

지난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 기간 대전·세종 지역 장애인 투표 과정에서도 선관위 준비·대응 미숙으로 혼선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의원실(국민의힘)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전달받은 지난 지선 기간 시각장애인 민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중 6개 지역에서 투표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대전의 한 투표소에선 투표보조용구 점자 오탈자로 시각 장애인이 불편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에선 투표보조 제도 안내 당시 직원이 시각장애 선거인이 아닌 동행인에게 안..

2027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부결에 소상공인 `탄식`... "처지 외면한 처사" 비판
2027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부결에 소상공인 '탄식'... "처지 외면한 처사" 비판

2027년 최저임금을 업종별 차등 적용안이 최저임금위원회 표결 끝에 무산되면서 소상공인들의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경기 상황에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 등은 다른 업종보다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해야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적용할지를 놓고 표결했지만, 반대 14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출석위원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노사는 최저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