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13. 진달래 꽃 마누라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13. 진달래 꽃 마누라

  • 승인 2017-07-18 09:18
  • 최민호최민호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13. 진달래 꽃 마누라

마탁소가 집으로 오는 국도변 연도에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드문드문 산 중턱의 진달래.

흐드러진 노란 개나리와 수줍은 듯 피어있는 진달래를 볼 때마다, 진달래는 우리 마누라, 개나리는 옆집 바람기 있는 아낙… 이라는 느낌을 마탁소는 지우지 못한다. 

‘살며시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를 떠올리지 않아도 진달래를 볼 때면 마음이 늘 처연해진다.

청순가련형의 갸날픈 여인, 진달래는 참꽃이라고도 했지.

진달래와 닮은 철쭉은 꽃에 독이 있어 먹을 수 없다. 그러나 진달래는 독이 없어 떡도 만들고 술도 빚으니 참꽃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진달래…

마탁소는 진달래를 보면 또 해당화가 생각난다. 왜 그런지 이유는 없다.

어쩐지 아련하고 슬픈 여인.

안면도의 해당화는 바다의 진달래요, 진달래는 바다의 해당화 같은 정서를 마탁소는 가지고 있다.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머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 모르는 아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채 하얐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어서
입술에 대히고
'너는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한용운 "해당화")
 

나리 나리, 개나리…

가지를 뻗어 가며 주위를 노랗게 물들이면서도, 아직 용기는 없어 감히 서울까지는 못나간 반반한 시골 여인…

마음은 착하고 연하다마는 가끔 울렁거리는 천성의 바람기는 아마도 생김새가 예쁘다는 어렸을 적부터 들은 얘기 때문이리라.

결국 도시에 나가 보았지만, 연애는 했어도 화끈한 로맨스는 없었다.

추억마다 아롱지는 상처와 연민…

그래도 아직은 곱고 예쁜 얼굴을 거울에 비쳐본다.

개나리…

혼자 장편 소설을 쓰면서 속도를 내서 2차선 길을 달린다.

마탁소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진달래는 진달래요, 개나리는 개나리일 뿐, 이미지라는 것은 사람들이 제각기 만들어 낸 픽션일 따름이다.

진달래의 분홍이나 자색은 중국에서는 고귀하고 장엄한 색깔로 보아서 자금성(紫禁城)이라는 권위의 집합체를 이 색깔로 나타냈지만, 미안하게도 이태리에서 자색은 실패나 죽음을 몰고 오는 색깔로 본다.
 
그들은 오페라를 할 때 절대로 자색 옷을 입지 않는다. 오페라 구경가는 관객이 자색 옷을 입고 가는 것은 실패를 기원하는 저주로 본다. 


개나리의 노란색은 중국에서는 황제의 색깔이요, 자존심의 색깔이다.

말레이시아나 인도에서는 왕실의 로열 컬러다.
 
그렇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노동자의 색깔이요, 기독교권에서는 가장 혐오하는 색깔이다.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의 옷이 노란색이었다.

노란색은 허무를 뜻한다.

서유럽에서 노란 개나리를 누구에게 보냈다면, 그것은 애정이 식었다는 절교의 선언이다.

브라질에서는 노란색이 절망의 색깔이요, 이슬람교에서는 죽음을 뜻한다.

예전에 이라크의 폭력테러 집단 알카에다 조직이 미국인 인질들을 잔인하게 참수했을 때 노란 색 옷을 입힌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지 모른다.

개나리의 꽃말이 ‘희망’이요, 진달래의 꽃말이 ‘사랑의 즐거움’이라고 붙인 문화는 그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

아무튼 그들도 그들이듯이 마탁소의 눈에는 진달래는 그렇게, 개나리는 이렇게 보이는 걸 어쩌란 말인가?

진달래 꽃 우리 마누라.

생각할수록 진달래 같은 마누라가 참으로 보고 싶었다.

(계속)​ 

/우보 최민호


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중수청, 세종 임시 개청 후 옛 대전세무서 부지로 이전 추진
  2. 대천해수욕장, 126명 안전요원 총출동
  3. 학교 믿고 입주했는데…입주민 "교육청 중재 나서라"
  4. 부산 동구, 북항 해양레저에 시민 1000명 모였다
  5. [르포] 선풍기도 없는 40.2도 정산부스… 폭염 속 공영주차장 근로자
  1. [르포] 대청호 녹조 시작점 추소리 가보니…걷어내도 짙은 초록빛
  2. [교육부 하반기 업무계획] 국가인재위원회 신설… 거점국립대 3곳 성장엔진·AI 분야 패키지 지원
  3. '우린 비급여만'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 대전 65곳 충남 31곳
  4. 과학기술정보연구원, 1억원 상당의 신기술 기업 이전 완료
  5. 대덕특구 공동관리아파트 R&D 맞춤형 심사 대상될까…예타 폐지 새기회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2037년 전력자립도 108% 달성 관건은 `주민 수용성`

대전시 2037년 전력자립도 108% 달성 관건은 '주민 수용성'

대전시가 2037년까지 전력자립도 108%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역 산업계는 목표 달성의 핵심인 대형 발전소 건설이 과거 서구 평촌산업단지 LNG발전소 건설 추진 당시처럼 주민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며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6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25 지역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전의 전력자립도는 2.96%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력자립도가 5%를 밑도는 지역은 전국에서 대전이 유일하다. 16위 광주(9.56%)의 3분의 1에도 못..

정부 국가철도망 계획에 대전시 역량 집중해야
정부 국가철도망 계획에 대전시 역량 집중해야

철도사업의 출발점인 정부의 5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2026~2035년) 발표가 임박하면서 지역 철도사업 반영을 위해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의 역량 집중이 요구된다. 전국 지방정부 건의와 국정과제 등 검토사업만 300개 600조원에 달해 지자체 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6일 대전시와 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연내 확정할 전망이다. 당초 지난해 말 발표가 예정됐지만, 국토교통부는 발표를 올해로 미뤘다. 6월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지역 간 갈등과 선거 전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송전선로 반대 대행진, 서구청장에 "직접 나서 의견수렴·대안 제시해야"
송전선로 반대 대행진, 서구청장에 "직접 나서 의견수렴·대안 제시해야"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과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하는 전국 대행진 참가단이 대전에 도착해 주민 의견 수렴과 보호 대책 마련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6일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송전탑백지화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 등 20여 명은 유성구청에서 서구청까지 거리행진을 벌인 뒤 전문학 서구청장과 간담회를 열고 의견서를 전달했다. 대전에서는 서구와 유성구 일부 지역을 경과대역으로 하는 345㎸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추진되면서 예정 지역 주민들이 건강권과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참가단은 서구가 송전선로 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