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17. 꽃의 메시지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17. 꽃의 메시지

  • 승인 2017-08-01 00:01
  • 최민호최민호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17. 꽃의 메시지

실로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였다. 마치 작은 북을 치는 장남감 병정들의 합주인 양 첫 장마비는 메마른 대지를 그렇게 두드렸다.

안면도의 모감주나무에 노란 꽃이 꽃봉오리를 열면서부터였다.

며칠 전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 걸 모감주나무의 꽃잎들이 예보하고 있었다. 노란 꽃봉오리가 방긋이 열리는 개화를 보면서 마치 구세주라도 되는 양 나무 앞에서 고개를 숙여 절을 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비를 갈구했었다.

감로수와 같은 비를 맞보며 이 땅의 농부들의 주름살은 그제서야 밝게 펴지는 듯 했다.

"나무가 영물이야. 나무가 먼저 알아"

안면도는 윤기가 촉촉해 졌다. 엊그제 내린 비로 백사장 위에 복토한 땅이 마치 카펫을 깔아놓은 것처럼 폭신폭신했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국제 꽃박람회 조직위원회 상황실. 매달 한번 열리는 전략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조직위원장과 간부들, 도지사와 도의 간부들이 연석으로 참석해 꽃박람회 추진상황에 대한 보고를 주고받고 지원대책이나 문제점들을 토의하는 브레인스토밍 회의였다. ​

오늘 토의 주제는 주제관 설치와 컨셉에 관한 사항이었다.

이 주제는 그동안 전문가와 실무자들이 여러 차례 걸쳐 논의해 온 것이었지만, 쉽게 결론이 나지 않고 저마다 의견이 분분하여, 전략회의에서 확정하자고 해서 마련된 것이었다.

박람회나 컨벤션 관련 교수들, 화훼전문가와 업체대표들, 광고이벤트 회사 사장들과 실무자들이 전문가 자격으로 동석했다.

예고된 대로 꽃박람회의 주제인 ‘꽃의 메시지’에 관한 내용과 표현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전시유치부장 주곤중이 앞으로 나왔다. 그는 방금 프랑스 파리의 AIPH총회에 갔다가 돌아왔다. ​

“꽃박람회는 주제가 ‘꽃의 메시지’입니다. 부제가 ‘꽃과 인간의 교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현재까지 검토한 ‘꽃의 메시지’에 관한 표출 컨셉은 대략 3가지 방안으로 압축되고 있습니다.”

제1안은 꽃이 주는 인간의 ‘평화에 관한 메시지’,

제2안은 ‘자연과 환경’이라는 ‘환경파괴에 대한 재각성’,

제3안은 ‘유전공학과 생명공학’의 컨셉이었다. ​

토론이 시작되었다. 문화국장이 먼저 발언을 하였다.

“저는 제1안이, 현재 테러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세계 각국의 공통된 현안이고 이러한 관심사를 안면도에서 꽃을 통하여 평화의 메시지로 세계에 전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이고 최근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통한 긴장상황과, IS 테러사태로 인한 간접적인 테러 당사국이기도 하기 때문에 전쟁터와 테러의 현장에서 피어나는 평화의 꽃을 리얼하게 표현하여 인류에게 평화에 관한 원초지심과 인간애를 회복하자는 메시지로서 제 1안의 주제가 매우 의미깊다고 생각합니다.”

박람회의 권위자 정강환교수가 손을 들었다. ​

“그렇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습니다.

꽃박람회는 꽃박람회일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꽃박람회가 어떤 주제를 설정해서 그 주제에 충실한 것은 좋지만, 꽃박람회라는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주제를 너무 강하게 의식해서 집착하면 꽃박람회의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습니다.

의미에 속박되지 말고 자유롭게 꽃의 발현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오히려 편하고 접근하기가 쉽습니다. 관람객들이 마음 편하게 꽃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도록 하면 그것으로 족할 뿐, 거기에 너무 의미를 부여해서 집착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을 통하여 꽃의 세계도 얼마나 화려해지고 풍요로와지고 있는가를 보이면서 예를 들어 미래 세계에서 생명공학이 인류와 자연에 공헌하는 바를 여러 가지 각도에서 조망하는 제3안이 좋습니다.” ​

이제까지 듣고만 있던 ‘밀레니엄 홀딩 202사’ 사장 김광선이 발언을 했다. ​

“주제를 정할 때는 무엇보다도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의 정체성 즉, 아이덴티티가 명확해야 좋습니다. 즉, 안면도 꽃박람회가 다른 국제박람회와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제1안과 제3안은 그 주제가 안면도가 아니면 안 될 이유라는 건 없습니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도 그러한 주제는 언제든 다루어 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2안은 컨셉을 들어보니까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자연과 환경’이라는 진부한 주제라서 처음에는 신통치 않게 생각했습니다만 전시 내용을 들으니, 동양적 사유방식에 의한 환경의 존재, 동양적 철학에 바탕을 둔 환경보전의 해석,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대등한 공존이라는 한국적 사고방식이라는 큰 주제를 담고 있는 점이 매우 독특합니다.

꽃의 5감을 표출하신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내용도 매우 독특하고, 표현의 콘텐츠가 동양적 사상을 담은 내용이 된다면, 그것은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의 정체성으로서 유닉크한 컨셉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서양이나 유럽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안면도만의 독창적인 주제로서 제2안이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회의 막바지에 도지사는 위원장과 귀엣말을 잠시 주고받았다. 도지사가 말했다. ​

“3개 안 다 좋은 컨셉을 연구했습니다.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위원장과도 상의한 결과 평화의 메시지라는 제 1안은 시의적절하고 고통 받는 세계인의 평화를 염원하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

그런데 역시 정강환교수와 김광선 사장님의 말씀대로 안면도만의, 그리고 꽃박람회라는 본질에 입각한, 한국인만의 유일하고 창조적인 주제를 우리들만의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새로운 문화의 지평을 온 인류에게 제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연과 환경의 신비성에 관한 꽃의 메시지라는 제2안으로 하되, 유전공학적 측면에서 제3안으로 제시한 여러 첨단기법을 가능한 한 많이 활용해서 전통과 첨단, 동양과 서양, 자연과 과학이 조화될 수 있도록 꾸며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

주곤중은 후유하고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러면서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며 굴리었던 단어를 입 밖에 내어보았다.

‘플라워 텔레스코프, 후루마쓰 나리코, 플라워 텔레스코우프 후루마쓰 나리코…….’(계속)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우보 최민호


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학교급식종사자들 "교육청 임금체불" 노동청에 진정 신청
  2. [춘하추동]다문화 사회와 문화 정체성
  3. 자녀 둘 기혼 숨기고 이성에게 접근해 6천만원 가로챈 40대 '징역형'
  4. 유명 선글라스 신제품 모방한 상품 국내유통 30대 구속기소
  5. 지역의사제에 충청권 의대 판도 변화… 고교별 희비는 변수
  1. 스프링 피크, 자살 고위험 시기 집중 대응
  2.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
  3. 건양사이버대 26학번 단젤라샤넬, 한국대학골프대회 우승
  4. 생기원, 첨단 모빌리티 핵심 소재 '에코 알막' 원천기술 민간에 이전
  5. 금강유역환경청, 충남지역 초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헤드라인 뉴스


가뜩이나 좁은데 여기서 더?… 장태산 `버스 주차장` 반토막

가뜩이나 좁은데 여기서 더?… 장태산 '버스 주차장' 반토막

"주말만 되면 버스가 줄지어 들어오는데, 여기는 애초에 다 못 받는 구조예요. 그마저도 줄어들면 더 뻔한 거 아닌가요." 대전 서구 관광 명소인 장태산 자연휴양림의 고질적인 주차난이 인근 사회복지시설 이송로 확장 사업으로 심화될 우려가 크다. 도로 확보를 위해 대형버스 주차 면적을 절반으로 축소될 계획인데, 밀려나는 수요를 수용할 대안이 없어 도리어 도로 혼잡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서구와 대전시에 따르면 응급차량 통행을 위한 장태산 진입도로 확장 공사가 추진된다. 이 과정에서 1주차장 일부가 도로와 보행로로 편입돼 대..

충청권 2월 취업자 수 1년 전보다 5만9300명 늘었다
충청권 2월 취업자 수 1년 전보다 5만9300명 늘었다

충청권 2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5만 93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력 산업인 제조업과 건설업의 동반부진으로 고용의 질적 회복은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18일 충청지방데이터청의 '2월 충청지역 고용동향'에 따르면, 충청권 4개 시·도의 취업자 수는 322만 8100명으로 지난해 316만 8800명과 비교해 5만 9300명 증가했다. 지역별 취업자 수는 대전만 감소했고 세종·충남·충북은 모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대전의 경우 취업자 수는 79만 59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800명(-0.6%)..

`정부부처·위원회`의 세종시 이전… 6.3 지방선거 분수령
'정부부처·위원회'의 세종시 이전… 6.3 지방선거 분수령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외 정부부처의 추가 이전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후속 과제에 대해선 명확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작년 1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도로 상정된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 등 수도권 잔류 중앙행정기관의 정부세종청사 이전 표류가 대표적이다. 지방시대위원회를 필두로 업무 효율화와 연관성상 이전이 시급한 대통령 및 총리 직속위원회 이전도 수년째 메아리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0회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에 이은) 추가 정부 부처 분산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전라와 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도심 유휴공간, ‘스마트팜으로 대변신’ 도심 유휴공간, ‘스마트팜으로 대변신’

  • 사이버 선거범죄 ‘꼼짝마’ 사이버 선거범죄 ‘꼼짝마’

  •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

  • ‘반려견과 함께’ ‘반려견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