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20. 마탁소의 부탁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20. 마탁소의 부탁

  • 승인 2017-08-11 00:01
  • 최민호최민호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20. 마탁소의 부탁

막스 쉬뢰더는 한국의 마탁소로부터 온 편지를 열어보았다.

편지는 영어로 씌어 있었다.

‘… 튜라플리네스의 유전자 합성이 어느 정도 진전이 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지난 4월 퀸즈데이 때 쉬뢰더 박사가 보여주신 환상의 꽃이 지금도 눈에 어른거립니다.

유전자 합성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하셨으니, 쉬뢰더 박사님의 학문적 업적위에 조만간 결실을 보게 되리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쉬뢰더 박사님께 정중한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튜라플리네스가 완성된다면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에 튜라플리네스의 독점적 전시 기회를 향유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안면도 꽃박람회는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았기 때문에 튜라플리네스가 전시된다면 대중의 이목과 매스컴에서의 평판으로 박람회의 성공은 물론 튜라플리네스의 홍보에도 다시없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전시를 허용해 주신다면 튜라플리네스 특별전시관을 설치할 것입니다.

저희 조직위원회로서는 꿈에 그리던 이상향의 꽃으로 생각되어, 다른 어떠한 꽃 전시회에 앞서 배타적인 협약을 미리 맺고 싶은 것입니다.

이에 관한 대가는 박사님과 협의 하에 적정하게 지불될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저의 개인적인 부탁입니다.

저에게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은 한국의 KAIST 물리학과에 다니고 있는 마순원이라고 합니다.

제 아들은 앞으로 미국의 대학에 유학을 갈 예정인데,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유럽의 유수한 과학자들과 만나 견문과 식견을 넓힐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씀을 드리고자 하는 것은, 제 아들이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쉬뢰더 박사님의 연구소를 방문해 리서치 어시스턴트로서 근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사 하는 부탁입니다.

특히 네덜란드의 선진 화훼기술과 유전자 합성기술에 관한 견학을 허용해 주실 수는 없는지 하는 것입니다.

물리학에 관한 여러 유수한 교수님과의 교류를 주선해 주실 것도 아울러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마는, 저로서는 아들에게 식물과 유전공학에 대한 관심도 아울러 가져 줄 것을 바라는 마음에서 부탁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편지의 말미에 마탁소는 아들의 수상경력 등 이력을 첨부했다.

두 가지 부탁 모두 숙고해야 할 내용이었다.

​쉬뢰더는 두 가지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첫째는 튜라플리네스는 아직 유전자 합성이 완성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언제 성공할는지 기약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섣불리 협약을 맺고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다면 네덜란드와 라이덴 대학의 명예와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성공할 경우 배타적으로 전시를 허용하는 대가로 얼마를 요구해야 한단 말인가?

안면도 꽃박람회에 전시할 때까지는 다른 곳에는 판매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아닌가?

그에 따르는 손익의 계산은?​

국제꽃박람회에 최초로 출품되는 신품종이라고 하는 대대적인 홍보를 할 것이기 때문에 막대한 홍보비를 절약할 수 있음은 물론 마케팅을 촉진하는 효과도 대단히 클 것이라는 계산도 서긴 섰다.​

밴드왜건(편승) 효과는 틀림없을 것이다.

양자를 비교해볼 때 무엇이 유리할까?

두 번째 부탁도 썩 달갑지는 않다.

외국의 학생 손님을 맞이한다는 것은 어쨌든 부담스럽고 귀찮은 일이다.

행여 마순원이라는 학생 때문에 쉬뢰더 연구소의 첨단 연구기술이 유출될 염려는 없을 것인가?

원칙적으로 이것도 득 보다는 실이 많은 부탁이다.

하지만, 마탁소의 부탁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비즈니스 상으로는 아무 관계없는 사람이지만, 튜라플리네스에 관한 순진한 기대가 마음에 걸렸다.

그 어린이 같은 천진한 눈빛이라니…….

답장을 썼다.​

튜라플리네스의 배타적 전시문제는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니 다음 기회에 논의하기로 하고, 마순원의 연구소 방문은 환영하니 구체적인 일정과 희망을 알려달라고 썼다.​

편지를 보내고 막스 쉬뢰더는 연구소의 창문을 열고 저 멀리 북해쪽을 향해 펼쳐져 있는 대지를 바라보았다. 산을 볼 수 없는 헤르메스미어.

북해의 선선한 바람이 연구소 주변 운하 변에 심어져 있는 포퓰러 나무의 이파리들을 가볍게 흔들고 갔다.

바람에서 물 냄새가 나는 듯 했다.​

‘한국에는 아직도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걸까?’

(계속)

/우보 최민호

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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