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21. 부녀는 말이 없고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21. 부녀는 말이 없고

  • 승인 2017-08-15 00:01
  • 최민호최민호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21. 부녀는 말이 없고 

후루마쓰의 집은 야마노아마고우치 산의 기슭에 넉넉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대부분의 일본 집이 앞마당을 정원으로 꾸며져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후루마쓰의 집은 이층 목조 집으로 앞마당이 없고 후정이 넓었다.​

집의 뒤 현관을 나오면 자갈과 모래로 냇가를 표현한 듯한 조그만 일본식 정원이 있고, 그 뒤로는 각종 키가 크고 작은 꽃과 나무가 이러저러한 배치로 보기 좋게 심어져 있었는데, 같은 수종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후정의 연장선상에서 나지막한 나무 울타리를 건너 저 건너편에는 아예 수목원을 조성한 듯 작은 팻말이나 패찰이 붙은 정돈된 모양의 꽃과 나무가 평지와 구릉을 타고 끝이 보이지 않게 전개되어 있었다.

나무들은 모두 교목으로 아름들이 나무도 많이 있어 마치 긴 삼림욕장을 연상시키기도 하였다.​

아름답고 그윽하였다.​

‘후루마쓰 마사히로(古松征廣),

후루마쓰 나리코 (古松成子)’

그의 집 현관에 나란히 붙어 있는 문패였다. 

사당으로부터 연구실로 돌아 온 후루마쓰는 곧 히노키로 만든 목간에서 더운 목욕을 하였다.

수증기에서 배어나오는 나무의 이 싱그러운 향기는 뜨거운 물의 기운과 함께 몸의 구석구석을 청정하게 정화시켜 주는 것만 같다.​

아침의 사당 참배에서 배어나온 땀을 히노키는 더욱 더 배어나오게 하면서 후루마쓰의 몸 전체에서 독기와 사기를 깨끗이 씻어준다.​

머리마저 청정해지며, 몸의 세포 하나 하나가 생기를 찾아 기운이 넘쳐진다.​

목욕을 마치고 유카타로 갈아입은 후루마쓰는 곧 서재로 향하였다.

아침은 늘 뜨거운 차에 밥을 말아 마른 김 가루와 와사비를 뿌려 간을 맞춘 담담하고 개운한 맛의 오차즈케이다.

나리꼬가 쟁반에 오차즈케를 들고 서재에 들어왔다.

귀엽고 예쁜 딸 나리코.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가 숙녀가 되었지만, 아빠의 시중에 그녀는 외출을 잘 모른다.​

어머니가 돌아간 4년 전부터 부쩍 나리코는 어른스러워졌다.

나리코가 아버지에게 사당에 잘 다녀오셨냐는 인사를 하자 후루마쓰는 고개를 끄덕여 그렇다고 대답을 하였다.​

막 대학 생활에 발랄한 캠퍼스 생활을 해야 할 나리코가 자기의 시중을 지극하게 드는 것을 보며 후루마쓰는 아버지에게 신경쓰지 말고 너의 일이나 잘 하라고 하지만, 어머니를 닮은 나리코는 별 말이 없이 아버지에게 순종하였다.​

오차즈케로 식사를 마친 후루마쓰에게 나리코는 편지를 하나 내 보였다.

수신: 후루마쓰 나리코 사마(樣)

발신: 2008 안면도 국제꽃박람회 전시유치부장 주곤중

후루마쓰는 편지를 뜯어 내용을 쭉 훑어보았다.

먼저 주곤중 자신에 대한 소개와 함께 안면도 꽃박람회를 설명하면서 플라워텔레스코프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내용을 전한 뒤 이 문제로 일차 방문해도 좋겠느냐는 편지였다. 

그리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편지를 응시하다가 그는 나리코에게 편지를 돌려주었다.​

​좋다는 의사표시를 하라는 것이었다.

두 부녀 사이에는 말이라는 대화가 전혀 없었다.

(계속)

/우보 최민호


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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