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35. 녹색은 전쟁의 색깔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35. 녹색은 전쟁의 색깔

  • 승인 2017-10-0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마순원이 제프를 방문했을 때 그는 해양연구실 모니터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시윕스 (SeaWiFS: Sea-viewing Wide Field-of-view Sensor)' 광역해양측정위성이었다.

제프는 순원을 보자 모니터를 얼른 껐다.

순원에게 제프는 늘 새로운 존재로 다가왔다.

순원은 이번에도 식물강의를 청했다. 제프는 껄껄 웃었다.

"식물이 얼마나 신비롭고 무섭기까지 한 것인지 이제 알게 되지 않았나요? 인간들은 절대로 식물을 지배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동물이니까요. 식물을 지배하려 한다면 오히려 재앙이 닥칠 수 있지요.

최근의 기후변화도 그런 것이지만….

오늘은 감자 얘기나 해 볼까요?"

감자는 아메리카대륙이 원산지이다. 1555년 이름 모를 선원이 남미 안데스산맥에서 유럽으로 가져왔다. 유럽인들은 감자를 들여온 지 200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그 뿌리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감자는 단백질, 비타민 C까지도 공급하는 이상적인 식품이었다.

아일랜드에서 감자는 주식이 되었다. 1760년에서 1840년 사이에 아일랜드의 인구가 150만에서 물경 900만으로 뛰었다. 인구 폭발이었다. 감자 덕분이었다.

그런데 1845년과 46년 사이 감자역병이 돌았다. 감자수확이 격감하자 아일랜드인들은 기아에 허덕이게 되었다.

100만 명의 아일랜드인이 굶어 죽었다.

역병이 사라질 전망이 보이지 않자 사람들은 땅을 떠나기 시작했다.

150만명의 아일랜드인이 미국으로 이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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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에 이민이 본격화된 것은 이때부터였고, 미국이 세계 최강의 다민족 국가가 된 것은 바로 감자가 결정적인 계기였던 것이다.

"19세기 초 살리실산의 구조를 화학자들이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1899년 독일 바이엘사의 화학자들은 조팝나무와 버드나무에 있는 살리실산의 구조를 모방해 아세틸 살리실산을 합성해냈죠.

이것이 만병통치약으로 불리는 아스피린입니다.

식물은 만병을 통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프의 결론은 식물의 속성을 정확히 알고 이를 이용하면 인간과 자연은 얼마든지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데, 인간이 이러한 자연의 은총을 모르는 무지로 인해 기아와 질병 등으로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가슴 아픈 일은 사람들이 식물에 대해 알려고 하기 이전에 뛰어넘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오만함이죠.

그 오만함이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를까요?

생명공학이니 유전자 합성이니 하는 말을 들으면 분노를 넘어 그로인해 초래될 재앙이 나는 두려워지는 것입니다."

제프는 아울러 식물이 얼마나 인간을 지배할 수 있는 영험을 가지고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했다.

마치 인간의 오만에 경종을 울리려는 듯 했다.

"무당식물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무당들의 환각제이지요. 세계적으로 약 60종의 무당식물이 있습니다.

벨라도나, 사리풀, 독말풀, 만드라고라 등을 섞어 만든 마녀고약도 있지요. 독풀인 동시에 약초입니다.

모르핀이나 마리화나에 대해서는 잘 아시겠지요. 시베리아의 일부 부족은 환각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느타리버섯을 먹습니다."

순원은 제프의 이야기가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새로운 지식을 축적하는 기회였다.

스키타이인들은 마(麻·삼)의 씨앗을 달궈진 돌 위에 올려놓고 여기에 물을 부어 발한욕을 한다. 그러면 시간이 한없이 느리게 가는 세상을 맛보게 된다.

멕시코 인디오들은 페요테 선인장을 먹는다. 이것을 씹게 되면 벽이 숨을 쉬고 나무가 일그러져 보이는 환각을 일으킨다.?

에쿠아도르 케츄아 지방의 무당들은 아야후아스카라고 하는 식물로 만든 '영혼의 덩굴'이라는 음료를 마시면 미래를 직접 본다고 믿고 있다.

"이런 식물들은 모두 특수한 화학물질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화학물질은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곤충의 유충들을 죽이는데 쓰는 독인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유충들은 이러한 물질이 들어있는 잎을 더 좋아합니다. 영악한 식물들이지요. 독에 당의정을 발라 놓은 셈이지요.

식물들은 가시, 갈고리, 털, 이빨과 같은 곤충의 무기를 무디게 하는 규소처럼 수없이 많은 화학물질을 내뿜고 있습니다.

녹색은 '전쟁의 색'입니다.

그리고 꽃은 '독의 전쟁터'인 것을 아셔야 합니다.

우리가 즐기는 커피의 카페인이 원래 유충을 죽이거나 딱정벌레를 불임으로 만드는 물질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제프에 따르면 독특한 효능을 갖고 있는 양념이나 약탕 호르몬도 결국은 독이자 약이다. 겨자기름은 기어 다니는 거의 모든 곤충의 살충제나 다름없다. 이를 이소티오시아네이트라고 한다.

타닌은 곤충의 장조직을 상하게 하는데 떡갈나무의 타닌은 대략 8월경에 가장 분비되며 그것은 이 시기에 떡갈나무들을 공격하고 쏠아먹는 적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클로버는 양의 생식력을 감퇴시키고 출산을 어렵게 만드는 에스트로겐이라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심지어 양의 우유가 나오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 호주의 양들은 약 100만 마리가 해마다 클로버 병으로 새끼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순원씨, 식물을 연구할 때 절대 오만해서는 안 됩니다.

겸허하게 그들을 대해야 합니다.

제가 순원씨에게 가르쳐 드리고 싶은 것은 오로지 이 한마디.

'식물을 오만하게 대하지 말라'입니다."

(계속)

우보 최민호

최민호컷1
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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