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36. 바다의 색깔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36. 바다의 색깔

  • 승인 2017-10-05 23: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펜타곤의 임마뉴엘이 프리드리히 소장을 찾아온 것은 이틀 전 방문 전화를 하고 나서였다.

해양 실험을 위해 캘리포니아 만에 띄워 놓은 요트를 타고 임마뉴엘은 혼자 찾아왔다. 햇빛의 온기가 바람 사이로 기분좋은 쾌적함을 느끼게 해주는 가을의 중엽이었다.



늘 그렇듯이 임마뉴엘은 말이 없었다.

과묵한 그는 선글라스를 치켜들고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프리드리히는 요트의 갑판 위 흰 벤치위에서 직접 우려낸 커피를 서비스하였다. 기왕에 왔으니 바다 낚시라도 즐길 법도 하건만 임마뉴엘에게는 그런 것을 제안하는 것조차가 실례일 것만 같은 고지식한 면이 있었다.

그는 현역 해군 장교였다.

먼 바다의 색깔은 마치 녹색 신호등에서 보는 에머랄드 빛이었다.

바다의 색깔은 늘 변한다.

"녹조 현상입니까?"

임마뉴엘이 무뚝뚝하게 물었다.

"아직은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요. 곧 그렇겠지만."

"어떻습니까?"

"최근 상당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중요한 발견이지요."

프리드리히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허물없이 담소를 나누듯이 담담하게 임마뉴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정 식물 플랑크톤이 만들어지면서 생성되는 독소에는 복어독보다 더 강한 것도 있으며 그 물을 마신 가축이 대량으로 죽은 사례는 수없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런 식물 플랑크톤이 발생한 물을 농작물에 주게 되면 성장저해와 품질 저하를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것은 호수 안의 용존 산소량이 극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어류가 대량으로 치사되는 경우입니다.

식물 플랑크톤에 이런 맹독성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학계에서는 잘 알고 있지만, 만일 이를 호수등에 고의로 살포하면 호수의 물이 독물이 된다는 사실은 펜타곤에서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관심은 그 쪽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아실 겁니다.

저의 관심은 생태계의 변화입니다. 최근 저는 식물 플랑크톤을 대량으로 증식시키거나 제거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오존과 자외선을 이용하는 것입니다마는 이와 함께 플랑크톤의 포자를 뿌려 증식시키는 방법을 개발해 낸 것입니다.

기술적인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마는 필요하시면 보고서를 별도로 참고하십시오."

그러면서 프리드리히는 임마뉴엘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는 아무런 표정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고급 비밀일수록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스파이들의 일면을 보는 것 같았다.

바다
"아시다시피 식물 플랑크톤은 해양에서는 1차 생산자로서 동물플랑크톤과 어류와 같은 모든 해양 소비자의 기본적 먹이입니다.?해양의 일차생산과 육상의 일차생산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다에서의 식물 플랑크톤은 동물플랑크톤에 의해 거의 전부가 먹히나, 육상에서는 약 10% 정도만이 초식동물에 의해 먹힌다는 것이다.

이 말은 바다의 동물은 식물 플랑크톤의 수만큼 생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식물 플랑크톤이 없으면 바다는 사막입니다.

반대로 많으면 많을수록 바다의 생물군은 풍부해 집니다.

육지의 사막을 초목이 있는가의 여부로 판단한다면 바다의 사막은 식물 플랑크톤이 얼마나 있는 가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바다 생태계의 운명을 식물 플랑크톤이 좌우하고 있습니다."

"전략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렇습니다. NASA와 펜타곤은 이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미 NASA는 그 중요성을 깨닫고 우리와 공동 협력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입니다마는."

"식물 플랑크톤의 변화에 의해 어획량의 조절은 물론, 안보상의 전략수립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생태 변화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지만..."

임마뉴엘과 프리드리히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는 커피를 약속이나 한듯 동시에 마셨다. 목이 마른 것이다.

시간이 됐다는 듯 프리드리히는 가방 속에서 서류봉투를 꺼냈다.

"1급 비밀- 식물 플랑크톤의 전략적 이용의 가능성 모색을 위한 생태 변화연구"

표지에 작성자나 작성일자 등 그 외의 사항은 어떠한 것도 기입되어 있지 않았다.

임마뉴엘이 그렇게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임마뉴엘이 입을 떼었다.

"저는 해군 출신이라 세계의 바다를 다 돌아봤지만, 바다마다 색깔이 다르다는 것에 의문을 품어 본적은 없었소. 사파이어 같은 파란색, 에머랄드같은 푸른색, 비취색, 그리고 회색이나 흰색의 바다도 많이 보았소.

그런데 그런 아름다운 색깔이 바로 식물 플랑크톤의 색깔 때문이라는 것은 박사를 통해 처음 알았소. 학자들은 참 위대하오."

그리고 임마뉴엘은 캘리포니아를 떠났다.

프리드리히는 떠나는 임마뉴엘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캘리포니아 앞바다의 색깔은 영락없는 프리드리히의 눈동자 색깔을 닮았고, 사색에 잠긴 그의 눈동자의 깊이는 그 바다의 깊이와 같았다.

(계속)

우보 최민호

최민호컷1
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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