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41. 바벨탑의 부활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41. 바벨탑의 부활

  • 승인 2017-10-2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바벨탑을 쌓는 것을 보고 신이 인간의 능력이 두려워서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각각의 언어를 바꾸었다 라는 신화는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신이 영원불멸하다면, 그리고 바벨탑을 쌓았을 때 두려워했던 신이 지금도 그 신이라면 곧 인간은 멸망될 일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인간은 영어라는 언어로 세계가 통일되어 가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바벨탑을 쌓았을 때보다도 더 신속하게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은 다시 한번 인간을 멸망시키거나, 말을 바꾸어버리든가 할 일이다.

당초 후루마쓰 나리코의 언어학에 대한 관심은 문학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차차 그것은 언어의 기원에 관한 관심으로 경도되어 갔다. 인간 언어의 가지가 어떻게 분화되어 왔는가를 추적하는 것인데, 그것은 결국은 언어가 어떻게 기원되었는가 하는 것과 연결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였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1886년 프랑스의 파리언어학회는 "본회는 언어의 기원에 관한 어떤 논의도 수용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제정해 논문집 표지에 인쇄까지 하였다.

언어기원에 관한 종교적, 국수적, 사상적 주장들에 대해 종언을 고하는 선언이나 다름 없었다.

바벨탑
나리코는, '언어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언어는 다른 형태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인식에 대해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는다. 아버지는 말이 아닌 눈으로도 감정을 표현한다.

'아버지'

나리코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자기로서는 따라갈 수 없는 가장 정제된 의사표시 방법에 늘 스스로의 부족한 언어의 한계를 깨닫곤 했다.?

"식물, 나무도 말을 한다. 아버지가 말을 하듯이 말이다."

나리코는 그런 것에 대해 신기해하지 않는 언어학자가 꿈이었다.

나리코에게 2년 전 오늘은 잊어지지 않는 하루였다.

학교에서 돌아와 리포트를 쓰고 있던 저녁나절 갑자기 아버지가 나리코의 문을 벌컥 열고는 문 앞에 기대서서 경탄의 빛을 담은 눈으로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그러한 표정과 그러한 행동, 그러한 눈을 나리코는 일찍이 본적이 없었다.

아버지는 미동도 하지 않고 나리코만을 지켜보며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손끝은 서재로 향했다. 나리코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정말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플라워텔레스코프의 모니터에서 반복되는 파동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비란코 상이 말을 하기 시작했어."

수화로 말을 하는 아버지의 온몸은 흥분과 기쁨으로 떨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것을 음악을 언어로 바꾸는 변환기, 즉 '뮤직 투 랭귀지 컨버터(MTLC)'라고 명명했다. 이것이 파장의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순히 파장기라고만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리코도 이미 알고 있는 바였다.

순전히 농아라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한 이 파장기를 후루마쓰는 식물실험에 자주 이용했는데, 그것은 음악과 변환언어를 동시에 입력함으로써 식물과 자신이 같은 음악을 듣는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하루는 후루마쓰가 음악을 끄고 변환된 언어만을 입력하자 플라워텔레스코프에 꽃나무가 반응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비단 비란코 상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꽃은 아니지만 동일한 음악에 익숙해 있던 꽃은 음악이 없이 파장기만의 입력으로도 동일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파블로프가 조건반사의 법칙을 발견한 것과 같은 현상이었다.

후루마쓰는 놀랐다. 그리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그것은 꽃나무가 음악이 아닌 메시지를 이해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파장, 즉 메시지를 입력하면 식물이 거기에 반응하다니!'

후루마쓰는 꿈을 꾸는듯 했다.

식물이 '기쁘다'는 말을 입력하면 거기에 반응하고, '아름답다'고 입력하면 거기에 반응하고, '빠르다'고 입력하면 거기에 반응하고, '슬프다'라고 입력하면 거기에 반응하다니!

나리코도 흥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두 부녀는 플라워텔레스코프에 나란히 앉아 메시지를 입력했다.

'기쁘다.'

꽃은 파장을 보내왔다. 인간이 보낸 파장과 동일한 파장이었다.

'기쁘다.'

'슬프다' 라는 파장을 입력했다.

'슬프다.'

꽃이 보내는 파장의 곡선은 메시지에 따라 분명히 달랐다.

이후 후루마쓰의 일기는 날로 두터워져 갔고, 그 내용은 가히 세계를 경악에 빠뜨릴 놀라운 일과 실험결과, 그리고 경험으로 채워져 갔다.

나리코는 휴학을 했다. 아버지와 함께 해야 할 작업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생물의 역사를 온통 바꾸는 바벨탑을 쌓기 위해서였다.

(계속)

우보 최민호

최민호컷1
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중수청, 세종 임시 개청 후 옛 대전세무서 부지로 이전 추진
  2. 대천해수욕장, 126명 안전요원 총출동
  3. 학교 믿고 입주했는데…입주민 "교육청 중재 나서라"
  4. 부산 동구, 북항 해양레저에 시민 1000명 모였다
  5. [르포] 선풍기도 없는 40.2도 정산부스… 폭염 속 공영주차장 근로자
  1. [르포] 대청호 녹조 시작점 추소리 가보니…걷어내도 짙은 초록빛
  2. [교육부 하반기 업무계획] 국가인재위원회 신설… 거점국립대 3곳 성장엔진·AI 분야 패키지 지원
  3. '우린 비급여만'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 대전 65곳 충남 31곳
  4. 과학기술정보연구원, 1억원 상당의 신기술 기업 이전 완료
  5. 대덕특구 공동관리아파트 R&D 맞춤형 심사 대상될까…예타 폐지 새기회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2037년 전력자립도 108% 달성 관건은 `주민 수용성`

대전시 2037년 전력자립도 108% 달성 관건은 '주민 수용성'

대전시가 2037년까지 전력자립도 108%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역 산업계는 목표 달성의 핵심인 대형 발전소 건설이 과거 서구 평촌산업단지 LNG발전소 건설 추진 당시처럼 주민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며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6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25 지역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전의 전력자립도는 2.96%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력자립도가 5%를 밑도는 지역은 전국에서 대전이 유일하다. 16위 광주(9.56%)의 3분의 1에도 못..

정부 국가철도망 계획에 대전시 역량 집중해야
정부 국가철도망 계획에 대전시 역량 집중해야

철도사업의 출발점인 정부의 5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2026~2035년) 발표가 임박하면서 지역 철도사업 반영을 위해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의 역량 집중이 요구된다. 전국 지방정부 건의와 국정과제 등 검토사업만 300개 600조원에 달해 지자체 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6일 대전시와 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연내 확정할 전망이다. 당초 지난해 말 발표가 예정됐지만, 국토교통부는 발표를 올해로 미뤘다. 6월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지역 간 갈등과 선거 전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송전선로 반대 대행진, 서구청장에 "직접 나서 의견수렴·대안 제시해야"
송전선로 반대 대행진, 서구청장에 "직접 나서 의견수렴·대안 제시해야"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과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하는 전국 대행진 참가단이 대전에 도착해 주민 의견 수렴과 보호 대책 마련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6일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송전탑백지화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 등 20여 명은 유성구청에서 서구청까지 거리행진을 벌인 뒤 전문학 서구청장과 간담회를 열고 의견서를 전달했다. 대전에서는 서구와 유성구 일부 지역을 경과대역으로 하는 345㎸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추진되면서 예정 지역 주민들이 건강권과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참가단은 서구가 송전선로 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