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301. 내 마음의 보석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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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301. 내 마음의 보석상자

어떤 궁금증

  • 승인 2017-11-1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어려서부터 사랑에 대한 갈증이 남달랐다. 이는 어머니의 너무도 이른 연기와도 같은 '증발'이 그 단초를 제공했다. 얼굴의 기억은커녕 사진 한 장조차 남기지 않고 떠난 설한풍(雪寒風)의 어머니는 지금껏 역시도 원망과 에움길 반감의 정점을 이룬다.

따라서 사랑, 특히나 부모의 자녀에 대한 애정과, 이성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은 마치 수주대토(守株待?)처럼 어떤 한 가지에만 고집하는 어리석음의 범주에서 탈출하기 힘들었다. 어쨌거나 꽃다운 젊음의 시절에 지금의 아내와 만나는 행운이 찾아왔다.

그리곤 용오름의 기세로 그녀를 사랑했다. 그때의 러브스토리는 지금도 흐뭇한 <내 마음의 보석상자>이다. 해바라기는 이를 이렇게 찬미했다. "난 알고 있는데 우리는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 우린 알고 있었지 서로를 가슴깊이 사랑한다는 것을 ~"

당시 나는 호텔의 운영 책임자로, 그녀는 은은한 찻집의 여주인 동생으로 와서 알바를 하고 있었다. 첫눈에 반한 나는 그녀와 만나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좋았다. 그 즈음엔 호텔에 숙박하는 손님의 인적사항을 숙박계에 적은 뒤 담당 파출소에 가서 확인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심야가 되면 그녀와 늘 그렇게 팔짱을 끼고 파출소에 가는 게 어떤 일과였다. 하루는 그렇게 파출소에서 나오는데 그 앞을 지나던 지인이 물었다. "홍 지배인, 뭔 잘못한 일이라도 있는 겨?" "아뉴, 왜유?" "근데 왜 파출소서 나온댜?"

문득 개구쟁이 행세를 하고픈 충동이 물결쳤다. "이 멋진 아가씨를 희롱한 죄로 진술서와 반성문을 쓰느라 왔지유." 나의 개그에 그녀는 배를 잡고 웃었다. 그렇게 데이트를 하면서 우린 사랑의 싹을 쑥쑥 키워나갔다.

세월은 '최종병기 활'보다도 빨리 흘러 내 나이도 예순에 도달했다. 오는 주말에 아들이 예비 며느리와 집에 온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평소 입이 가분가분한지라 엊저녁 초등학교 대전 동창들 모임에서 그 사실을 소문냈다.

축하와 부럽다는 이구동성이 가득한 술잔으로 돌아왔다. 세월이 바뀌어 시어머니가 오히려 며느리의 눈치를 보는 시절이라고 한다. 심지어 명절임에도 시댁에 오지 않는 며느리도 없지 않다는 얘길 어제 어떤 동창에게서 들은 바 있다.

어쨌거나 사위 사랑은 장모요, 또한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했던가… 사위를 다시 얻은 아들로 여기는 정서에 더하여 아들이 사랑한 '그녀'가 내 며느리가 된다면 딸에 버금가는 사랑으로 대하리라 다짐해본다.

아들 역시 결혼하게 되면 '남 편'이 아니라 시종일관 성실한 '남편'의 본분을 견지하길 바란다. 그나저나 아들은 며느릿감의 어떤 면에 반했을까? 또한 첫 데이트 장소는 어디였을까? 나보다 더 신이 난 아내는 오늘, 아들과 며느릿감에게 맛난 식사를 해 주겠다며 장을 크게 봐왔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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