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50. 피어나는 꽃박람회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50. 피어나는 꽃박람회

  • 승인 2017-11-2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주곤중은 순원의 편지를 받고 뛸 듯이 기뻐했다. 플라워텔레스코프가 드디어 완성되었고 안면도 꽃박람회에 전시 가능하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즉각 사무차장 제갈벽호에게 보고가 올라갔다. 제갈벽호는 회의를 소집했다.



"마탁소 부장, 결재할 안건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예, 아들한테서 예리코의 장미가 전시 가능하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예리코의 장미라니?"

마탁소는 예리코의 장미에 대해 간부들에게 상세히 설명하였다. 모두들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정말입니까 그런 꽃이 있다는 것이? 그 꽃이 안면도에 올 수 있다니, 정말 경사입니다. 주 부장이 말하는 그 복잡한 그 기계는 무엇이죠?"

주곤중은 플라워텔레스코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간부들은 또 서로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꽃과 대화를 한다고요? 정말 꽃이 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까? 거짓말 같군요. 아무튼 낭보중의 낭보군요. 또 보고할 사항은?"

자문역 조정재가 말했다.

"우선 중국에서 답이 왔습니다. 곤명시에 있는 무초를 출품해 준다는군요."

"무초라. 춤춘다는 무초(舞草)입니까?"

"음악을 틀면 꽃이 움직입니다. 춤추듯 움직인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음향의 진동에 의해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므로, 유리관에 밀폐시켜 진동이 전달되지 않도록 하여 정말 소리에 따라 춤을 추는 모습이 연출되도록 전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 실제로 춤을 춘다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실제로 춤을 춥니다. 운남성 곤명시에서는 옛날부터 이 꽃을 신비하게 여겨 황후에 바쳤던 꽃입니다."

무초
무초
"또 다른 보고는 없습니까?"

밀레니엄 홀딩 202사 대표 김광선이 일어났다.

"프랑스 자연사박물관의 식물원장으로부터 회신이 왔습니다. 꽃의 오감을 표현하는 적절한 꽃들을 나름대로 알아보고 있는데 우리 전시회의 성격과 맞을지는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무슨 꽃 종류 입니까? 목록은 왔습니까?"

"예, 우선 네펜데스를 비롯한 희귀 식충식물종류를 53가지를 보내겠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이제까지 국제전시회에서는 가장 많은 종류가 전시되는 박람회가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에 더해 미모사나 백일홍 종류로 손으로 만지면 잎을 움츠리는 식물을 5종류 보내겠다고 합니다.

또 곤충은 사람이 못 보는 색깔을 구분한다는 점에 착안해 자외선과 적외선으로 꽃의 색깔을 보여주는 스펙트럼 장치를 부착한 기계를 보내겠다고 합니다. 이 기계를 통해 보면 우리 눈에 안 보이는 꽃의 또 다른 색깔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프랑스 자연사박물관에서 보내기로 한 전시물은 다양했다.

그 중에는 타닌류의 독소를 뿜어내 동물을 물리치는 아프리카 아카시아, 뽕나무가 함유하고 있는 타닌성분의 분석자료와 동물에게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보여주는 데이터도 포함돼 있었다.

아울러 삼림욕 등에 유용하게 쓰이는 살균물질인 피톤치드나 테르펜을 방출하는 소나무와 함께 이러한 물질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실험용 기자재를 보내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도록 배려했다.

건강에 좋은 식용 꽃, 라벤더, 라일락, 카틀레야나 덴드로븀, 베고니아, 샤프란, 멜론꽃, 카네이션 등 15가지 정도의 꽃을 보내기로 했다.

"참, 황금꽃 제작에 대해 아이디어는 없습니까?"

제갈벽호의 물음에 모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도 조정재가 나섰다.

"황금꽃이 아니고 개막식 행사에 관해서인데요. 프랑스의 배상진씨와 최근 연락이 되어 긴밀히 논의한 것이 있습니다. 별도 보고 드리겠습니다."

월드컵 심포니에 대한 조정재의 보고를 받은 제갈벽호는 이 역시 엄청난 계획이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황금꽃은 잘 진행되고 있소? 소재를 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는데, 정해졌소?"

"예, 아직 논의 중에 있습니다. 곧 보고 드리겠습니다."

위원장 방을 나온 제갈벽호는 부리나케 황금꽃 제작을 의뢰한 최순달 교수를 찾았다.

"솔직히 고민입니다. 황금꽃을 무슨 꽃으로 해야 할지 아이디어가 영 떠오르지를 않습니다."

"컨셉은?"

"아무튼 황금이란 변하지 않고 귀한 것의 상징이니까 영원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공감이 갈 그런 꽃이어야 하는데, 무엇을 대상으로 해 봐도 적당한 게 없습니다."

"영원히 아름다운 꽃이라, 그런 꽃이 있소?"

"그러니 고민입니다."

"그런 꽃은 없소. 나 같이 서양미술을 한 사람 입장에서 보면 꽃은 늘 사라지는 것을 뜻해왔지 영원으로 보아 온 적은 없소.

독화법, 그림을 읽는 법 말이요, 그 것으로 볼 때 꽃은 허무와 가식으로 해석하는 법입니다.

밤거리의 창부는 항상 장미를 들고 있지 않소?

동양에서도 화무십일홍이라, 꽃은 열흘 이상 가는 것은 없다고 했소.

영원히 아름다운 꽃? 그런 것은 없는 법 아니오?

그런데 영원히 아름다운 황금꽃을 조각하라니, 참으로 어렵군요."

"그러면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글쎄요, 헌데 꽃은 결국 뭐요, 씨를 만들려고 있는 것 아니요? 꽃은 허무해도 씨는 영원한 것 아닙니까?"

제갈벽호는 기운이 빠지는 것 같았다. 회의를 소집해야겠다. 이 문제를 결말짓지 않으면 안 된다.

시간이 없었다.

제갈벽호 차장, 조정재 자문역, 김광선 대표, 주곤중 부장, 마탁소 부장 이렇게 주요 간부들이 다 모였다.

황금꽃.

만설이 난무했다. 결론이 날 것 같지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제갈벽호가 불쑥 말했다.

"헌데 꽃은 결국 뭐요, 씨를 만들려고 있는 것 아니요? 꽃은 허무해도 씨는 영원한 것 아닙니까? 대대손손. 뭐 이런 관점에서 아이디어는 없을까?"

브레인스토밍 회의는 방향을 선회했다. 간부들은 또 다시 열을 품어 대었다. 긴 회의가 끝나자 모처럼 참석자들은 얼굴에 희색이 돌며, 즉석에서 회식을 하자고 결의를 했다. 소주 한 잔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황금꽃의 결론을 낸 제갈벽호는 오랜 체증이 가시듯 마음이 가벼웠다.

3일 뒤 검은색 승용차 한대와 경찰 호위차 한대가 서울대 미대 건물로 미끄러지듯 빨려 들어갔다. 황금 금괴 2개를 싣고.

(계속)

우보 최민호

최민호컷1
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학교급식종사자들 "교육청 임금체불" 노동청에 진정 신청
  2. [춘하추동]다문화 사회와 문화 정체성
  3. 자녀 둘 기혼 숨기고 이성에게 접근해 6천만원 가로챈 40대 '징역형'
  4. 유명 선글라스 신제품 모방한 상품 국내유통 30대 구속기소
  5. 지역의사제에 충청권 의대 판도 변화… 고교별 희비는 변수
  1. 스프링 피크, 자살 고위험 시기 집중 대응
  2.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
  3. 건양사이버대 26학번 단젤라샤넬, 한국대학골프대회 우승
  4. 생기원, 첨단 모빌리티 핵심 소재 '에코 알막' 원천기술 민간에 이전
  5. 금강유역환경청, 충남지역 초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헤드라인 뉴스


가뜩이나 좁은데 여기서 더?… 장태산 `버스 주차장` 반토막

가뜩이나 좁은데 여기서 더?… 장태산 '버스 주차장' 반토막

"주말만 되면 버스가 줄지어 들어오는데, 여기는 애초에 다 못 받는 구조예요. 그마저도 줄어들면 더 뻔한 거 아닌가요." 대전 서구 관광 명소인 장태산 자연휴양림의 고질적인 주차난이 인근 사회복지시설 이송로 확장 사업으로 심화될 우려가 크다. 도로 확보를 위해 대형버스 주차 면적을 절반으로 축소될 계획인데, 밀려나는 수요를 수용할 대안이 없어 도리어 도로 혼잡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서구와 대전시에 따르면 응급차량 통행을 위한 장태산 진입도로 확장 공사가 추진된다. 이 과정에서 1주차장 일부가 도로와 보행로로 편입돼 대..

충청권 2월 취업자 수 1년 전보다 5만9300명 늘었다
충청권 2월 취업자 수 1년 전보다 5만9300명 늘었다

충청권 2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5만 93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력 산업인 제조업과 건설업의 동반부진으로 고용의 질적 회복은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18일 충청지방데이터청의 '2월 충청지역 고용동향'에 따르면, 충청권 4개 시·도의 취업자 수는 322만 8100명으로 지난해 316만 8800명과 비교해 5만 9300명 증가했다. 지역별 취업자 수는 대전만 감소했고 세종·충남·충북은 모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대전의 경우 취업자 수는 79만 59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800명(-0.6%)..

`정부부처·위원회`의 세종시 이전… 6.3 지방선거 분수령
'정부부처·위원회'의 세종시 이전… 6.3 지방선거 분수령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외 정부부처의 추가 이전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후속 과제에 대해선 명확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작년 1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도로 상정된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 등 수도권 잔류 중앙행정기관의 정부세종청사 이전 표류가 대표적이다. 지방시대위원회를 필두로 업무 효율화와 연관성상 이전이 시급한 대통령 및 총리 직속위원회 이전도 수년째 메아리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0회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에 이은) 추가 정부 부처 분산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전라와 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도심 유휴공간, ‘스마트팜으로 대변신’ 도심 유휴공간, ‘스마트팜으로 대변신’

  • 사이버 선거범죄 ‘꼼짝마’ 사이버 선거범죄 ‘꼼짝마’

  •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

  • ‘반려견과 함께’ ‘반려견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