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 미투, 강건너 불구경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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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 미투, 강건너 불구경 아니다

  • 승인 2018-03-12 09:43
  • 이건우 기자이건우 기자
성폭력 및 성희롱을 비난,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시일이 지날수록 거세지고 있다. 까면 깔수록 속살이 드러나는 양파처럼 피해여성들의 절규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성을 억업할수 있는 권력과 재력이 없는 기자에게는 동 떨어진 남의 일이었다. 마치 친구나 동료들과 만남, 술자리에서 씹을 수 있는 가벼운 안주거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충청대망론의 선두주자로, 차기 대권에 근접한 잠룡으로 국민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가해자로 전면에 등장하면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함께 셀카를 찍었던 적극 지지자의 한 사람으로써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국가와 국민을 외쳤던 정치인 안희정의 이면에 숨겨졌 있던 추악한 진실은 미투에 대한 많은 고민을 안겨줬다.

발생지인 미국보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미투 열풍이 거세지게 된 원인을 뭘까. 나름대로 궁구한 결론은 두가지다. 우선 유교를 기반으로 하는 뿌리깊은 가부장적, 남존여비 사상에서 기원한다고 본다. 어려서는 아버지를, 결혼해서는 남편을, 늙어서는 아들을 따라에 한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이는 정치계, 문단, 영화, 종교계 등 거의 사회 전 분야에서 드러나는 참상에서 이를 엿볼수 있다. 이는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의 일탈, 병리현상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인 병폐라는 이야기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부계혈통을 바탕으로 남성과 여성의 차별적인 관념에 기반한 호주제가 존재했었다. 호주제는 '성 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이라는 이유로 2005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근거 법률인 호적법이 폐지됐다. 하지만 아직도 지자체 자치법규 등에는 호적·호주·본적·원적 등 호적법에 등장하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등 그 뿌리가 남아있어 정부가 지난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그 잔재를 없애기로 했다. 이는 남성중심의 사회구조를 남여 평등체제로 개혁하려는 정부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져 환영한다.

또한 상사와 부하, 즉 권력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조직내 문제이기도 하다. 문단이나 영화계에서의 성폭력을 보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거장이나 감독에 의해 저절러 진다. 피해자들은 소망하는 것들, 인생이 파괴될까봐 두려움에 홀로 고통을 감내한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진보진영의 민낯이라고 폄하하는 것에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홍준표 한국당대표는 청와대 여야대표 회동에서 뜬끔없이 기획설을 제기해 여성계를 비롯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단지 농담이었다는 변명으로 얼버무리기에는 뒷맛이 고약하다. 이런 편협된 인식은 미투운동의 진실을 외곡, 그 부작용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펜스룰'이다. 2002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밝힌"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는 처세법이다. 이 처세법이 변질돼 직장에서 여직원과 회식을 같이하지 않거나 출장동행을 거부하고 심지어 업무지시도 톡으로 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이는 결국 사회생활에서의 경력 쌓기나 직장에서의 승진 등에서 여성에게 또 다른 차별이 될 것이다.

미투운동은 일회성 화제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무슨 일이 있으면 무섭게 즉각적으로 끓어 올랐다가 쉽게 잊어버리는 한국인 특유의 냄비근성을 배격해야 한다. 정부도 개인도 진지한 자세로 남여 성평등의 실현이라는 전제아래서 대책을 수립해야 가슴 아픈 미투를 추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우 기자 kkan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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