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롬의 세상만사] 나는 그 고양이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 오피니언
  • 기자수첩

[박새롬의 세상만사] 나는 그 고양이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 승인 2018-04-24 09:17
  • 신문게재 2018-04-25 21면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해가 지고 도로가 어둠에 잠겼다. 갈 길은 그만큼 깜깜했고 자동차는 속도제한 표시가 보이지 않는 시골마을의 길을 술렁술렁 넘어갔다. 자동차는 한 마리 야수처럼 전조등을 밝히고 고요한 밤길을 으르렁거렸다. 맞은편 도로를 달려오는 차는 없었다.

도로를 고요하게 가로지르던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한 건 찰나였다. 자동차는 브레이크를 밟으며 옆으로 비틀거렸다. 고양이 역시 놀라서 걸음을 멈췄다. 다행히 그들은 놀랐을 뿐 다치지 않았다. 좁은 길에서 마주쳤을 때 서로 비켜주려다가 제자리에서 왼쪽, 오른쪽 왔다갔다 반복하는 사람들처럼 잠시 머쓱해졌다가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그 길을 계속 달리던 자동차는 두 번의 로드킬 현장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한번은 도로 한복판에 피할 길 없이 누운 고양이의 몸 위를 통과했고, 또 다른 한번은 핸들을 꺾어 밟지 않고 지나쳤다. 그러나 피가 틀림없는, 오래되고 넓은 면적의 붉은 자국이 이어진 길 위에 몇 군데 더 남아있었고 어떤 동물인지 알 수 없지만 털이 붙어있는 작은 덩어리가 주변에 흩어져 있기도 했다.

자동차가 사람과 부딪혔다면, 차에 타고 있던 사람은 당연히 최선의 구조를 해야 한다. 물론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최소한 도덕적으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얼마나 당연한지는 쓰러진 사람을 구조하지 않고 달아난 자동차 운전자가 법적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알 수 있다.

어떤 짐승은 차에 치이고 난 뒤, 바퀴에 닳고 닳아 보이지 않을 때까지 도로를 떠나지 못한다. 눈에 보이는 형체가 있을 때에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혀를 차게 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가엽기는 하지만 흉한 모습으로 인식된다. 사람은 자신과 같은 생명체인 짐승이 그렇게 죽어도 어쩔 수 없는 존재, 그래도 되는 대상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사람도 아닌 작은 짐승의 죽음에 왜 신경써야 하는지 의문이라면, 사람을 위한 거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로드킬은 당신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다음 사람의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로드킬에 놀란 차량 운전자가 현장을 피하려고 급히 핸들을 꺾거나 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있고, 동물 사체 때문에 다른 동물이 현장에 나타나 2차 로드킬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로드킬을 당한 동물이 살아있다면 지역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로 연락하고, 사망했다면 고속도로에선 한국도로공사 콜센터, 국도나 지방도에선 생활민원서비스(지역번호+120)에 전화하면 된다.

메마른 아스팔트 위에서 꿈틀거리던 지렁이를 집어 촉촉한 흙 위로 옮겨주는 사람에게 반한 적이 있었다. 잘 보이지도 않는 존재를 살려주려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인간적이고 감동적이었다. 인간이 무엇보다 존중받아야 할 가장 위대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생명의 죽음을 애도할 줄 아는 것도 그 위대한 존재로서 해볼 만한 일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예산사과농장 한관수 대표, 10㎏ 사과 500박스 후원, 나눔과 지원 활동 지속
  2. 대전 서대전육교서 오토바이 교명주 충돌… 40대 운전자 숨져
  3. 갤러리아 타임월드 매각된다?... 지역 유통업계 '술렁'
  4. 더블유렌트카, '2026 예당호 모터 페스티벌' 성료
  5.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
  1. 충남대 통합신청서 부결 후폭풍… 보직교수 5명 일괄 사표
  2. 조합이냐 신탁이냐… 정비사업 어떤 방식이 좋을까?
  3. 과기부 소관 공공기관 일부 통폐합…국립과학재단 신설
  4. "김 원초 광천산 아니어도 '광천김'" 대법, 지역서 쌓은 명성 인정
  5. [사설]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민심의 경고'

헤드라인 뉴스


[함께 지켜온 물, 대청호의 다음 25년] 1. 상류의 삶, 하류의 먹는 물

[함께 지켜온 물, 대청호의 다음 25년] 1. 상류의 삶, 하류의 먹는 물

대청호는 550만 충청권 주민이 함께 마시는 물이자, 상류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깨끗한 물을 지켜야 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상류와 하류가 감당하는 몫과 이해관계는 달랐다. 이런 차이를 넘어 대청호를 함께 지키기 위해 2002년 주민과 시민사회, 지방정부,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유역 거버넌스가 만들어졌다. 중도일보는 대청호를 둘러싼 상·하류의 갈등 속에서 거버넌스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 어떤 한계와 과제를 마주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나아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물관리 환경 속에서 550만 충청의 공동 식수원인 대..

대한민국 정부·지방정부·공공기관 향한 사이버 공격 급증
대한민국 정부·지방정부·공공기관 향한 사이버 공격 급증

대한민국 정부 부처와 지방정부는 물론 공공기관 전반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피해가 발생한 지 몇 년이 지나도 정보 유출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대전 대덕구)이 16일 제공한 44개 중앙행정기관과 17개 광역자치단체의 보안 장비가 자동 탐지한 사이버공격 건수는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15억 7000만 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740만 건에 달한다. 이 중 실제 공격으로 확인된 건 35만 374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정도..

한전 직원들, 태양광사업 겸직 들통나 징계받고도 사업 계속
한전 직원들, 태양광사업 겸직 들통나 징계받고도 사업 계속

한국전력 일부 직원들이 금지된 태양광 사업을 겸직하다가 징계를 받고도 계속 사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방침을 도입한 후에도 소용이 없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이 16일 제공한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한전의 태양광 겸직 관련 징계는 해임이 15건, 정직 233건, 감봉 29건, 견책 3건 등 모두 280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후 2024년부터 겸직 적발로 징계를 받은 건수는 해임이 7건, 정직 109건, 감봉 14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