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의 세상만사] 무관심 속의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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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의 세상만사] 무관심 속의 불편함

  • 승인 2018-06-20 10:43
  • 김유진 기자김유진 기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하는 길이었다. 버스 안에는 엄마 품에 잠든 갓난아이부터 등교하는 학생들, 출근하는 직장인들 등 바쁜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느 한 정류장에 멈췄을 때다. 지팡이를 짚은 승객이 출입문 쪽으로 걸어갔다. 거동이 조금 불편한 사람이겠거니 어림짐작했는데 아니었다. 그 승객은 계단을 내려갈 때 지팡이로 먼저 짚고 두드려본 다음 내려갔다. 시각장애인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만약 정류소 안내 소리가 작았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길에도 길가의 점자블록을 유심히 보게 됐다. 횡단보도까지 안전하게 안내하는 구역이 있는가 하면 흔적기관처럼 다 닳아서 일반 보도블록과 다름없는 곳도 있었고 그마저도 없는 인도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버스도 마찬가지였다. 정류장 안내 소리가 제대로 들리는 노선도 있었지만 "다음 정류장은…. 이번 정류장은 모 아파트입니다" 와 같이 일부 정류장을 건너뛰고 안내하는 버스도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눈을 감고 씻기를 해봤다. 첫 번째 단계부터 난관이었다. 눈을 감자 어떤 통이 클렌징 오일인지, 내가 집어 든 게 필링제인지 폼 클렌저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겨우 세수를 마치고 머리를 감으려는데 하마터면 린스로 나지도 않는 거품을 만들려고 헛수고를 할 뻔했다. 색이 다른 뚜껑과 샴푸·린스라고 적힌 글자는 눈을 감으니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3.3 제곱미터도 채 되지 않는 욕실에서 씻는 것조차 버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하철역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는 어떨까. 설치되어있지 않은 출구가 있는 출구보다 훨씬 많았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도 실제 사용하기에 충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구색만 맞춰놓은 경우를 더 쉽게 볼 수 있었다. 비단 지하철역 화장실뿐 아니라 자주 가는 건물들의 화장실 대부분이 그랬다. 둔산동, 은행동 등 지하도로로 내려가는 계단에도 장애인 리프트가 설치되지 않은 구간이 꽤 있었다.

지난 14일 서울에서는 장애인들이 휠체어 리프트 시위를 벌였다.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그들은 지하철 1호선 역에서 타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지하철역도 많고 리프트조차 없는 곳도 많다. 아무 불편 없이 다녔던 길거리가 누군가에게는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힘겨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버스 안내멘트가 잘 안 들리면 전광판 확인하면 되지, 지하도로쯤 계단으로 내려가면 되지' 했던 생각이 달리 보면 오만이었을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비장애인들의 기준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버스의 안내방송은 더 커져야 하고, 인도의 점자블록은 더 자주 관리해야 하며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더 많아져야 한다. 또한 더 많은 종류의 물건들에 점자가 생겨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생긴다고 해도 비장애인들에게 피해가 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당연하다 여겼던 것들을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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