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효인의 세상만사]축제가 끝나고

  • 오피니언
  • 기자수첩

[임효인의 세상만사]축제가 끝나고

  • 승인 2018-07-04 14:38
  • 신문게재 2018-07-05 21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연극은 세상의 가난을 구할 수 없지만 위로할 순 있습니다. 연극은 이 세상에 희망을 줄 수 있고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 연극을 만들어가는 연극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연극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국연극협회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세상의 가난을 구할 수 없지만 위로할 순 있다. 연극제 폐막식에서 정대경 한국연극협회장이 한 말이다. 울컥했다. 세상을 위로할 수 있다는 연극이 그 어떤 예술 만큼이나 가난하다는 아이러니는 차치하고 무대에 선다는 행복만으로 또 다른 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연극의 위대함이 새삼 다가왔다.



대전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가 끝났다. 18일간 전국을 대표하는 16개 극단이 창작극을 선물했다. 연극으로 탄탄히 실력을 다진 유명 배우들도 매일 밤 대전시민과 만나 자신의 삶을 이야기했다. 크고 작은 공연과 퍼포먼스도 끊임없이 열렸다. 대전시민으로서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개최지역 대표 팀은 대회 최고상을 주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우리 지역 극단이 대상을 받은 것도 행복에 덤을 얹었다. 수상을 축하한다.

벅찬 감동이 서서히 스며들기 전, 그런데 연극제를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다. 안방에서 열린 축제의 주인공이 된 기쁨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누군가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원도 대표로 참가한 극단 소울시어터 얘기다. 디제잉 페스티벌을 방불케 하는 폐막식 행사장 입구에 손팻말을 들고 서 있던 이들. 소울시어터는 '협회'가 정한 규정에 충족하지 못해 시상에서 배제됐다. 협회는 연극 연출과 배우의 70%를 협회원으로 구성해야 하나는 규정을 뒀다. 협회는 연극제가 임박한 지난달 22일에서야 이 같은 사실을 소울시어터에 알렸다. 지역 연극인을 대표·대변하는 한국연극협회 강원지회도 무신경하긴 마찬가지다. 사건 전후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KakaoTalk_20180704_143423134
지난 2일 폐막식 무대 앞에 소울시어터 단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서 있자 행사 관계자가 만류하고 있다.
소울시어터는 수상 배제 사실을 알고도 연극을 올렸고 무대 후 관객들에게 부당함을 전했다. 보이콧은 협회의 '수혜적 태도'에 부응하는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모두가 웃고 즐기는 폐막식에서 무표정인 사람은 이들밖에 없었다. 연극제는 끝났지만 이들에겐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내 집에서 열린 잔치에서 누군가는 입을 내밀고 있다. 그들 간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일단은 찝찝함이 크다. 힘들게 준비했을 잔치에 옥에 티가 남았으니 말이다. 그래도 짚고 넘어갈 부분은 확실히 해야 한다. 세상의 가난을 위로할 수 있는, 희망과 행복을 주는 연극은 연극협회만의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연극제'는 타이틀에 맞게 대한민국에서 연극을 사랑하는 모든 이의 축제여야 한다. 그러라고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연극제가 열리는 거다. '협회'는 '같은 목적을 가진 이들이' 설립해 유지해 나가는 모임이다. 이들의 목적이 연극 그 자체에 있다면 이번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없어야 한다. 책임 있는 수습을 기다린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박용갑, 택시운송법·조세특례 개정안 발의… 택시 상생 3법 완성
  2. 2027학년도 충청권 의대 입학정원 118명 증가…지역의사제에 단계적 확대
  3. 이 대통령 “충남·북, 대전 통합 경제권·행정체계 고민해봐야”
  4. 박범계, 6·3 지방선거 불출마… "통합 논의 멈춰, 책임 통감"
  5. 천안시, 물총새공원 주차장 조성안 주민설명회 개최
  1. 첼리스트 이나영, '보헤미안' 공연으로 음악적 깊이 선보인다
  2. 황운하 “6월 개헌 위해 여야 국회 개헌특위 구성에 나서달라”
  3. 대전농협, '백설기데이' 홍보 캠페인 진행
  4. 금강환경청, 아산 인주산단에서 '찾아가는 환경관리' 상담창구 운영
  5.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헤드라인 뉴스


[르포] 방파제 테트라포드, 이런 원리로? KIOST 연구현장 가보니

[르포] 방파제 테트라포드, 이런 원리로? KIOST 연구현장 가보니

방파제 테트라포드(tetrapod)는 어떤 기준으로 설치될까? 지난 12일 오후에 찾은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수리실험동에선 해양구조물과 장비 등을 설치·운영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일상 속 당연시 여겨온 해양 구조물들의 설치 배경엔 수백번, 수천번 끈질긴 연구 끝 최적의 장비 규격을 찾아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들의 끈질긴 노력이 숨어 있다.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에 위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내 4005㎡ 규모의 수리실험동은 파도나 흐름을 인공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는 실험시설을 갖추고 있..

이 대통령 “충남·북, 대전 통합 경제권·행정체계 고민해봐야”
이 대통령 “충남·북, 대전 통합 경제권·행정체계 고민해봐야”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충남·북, 대전까지 통합해서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 행정체계를 만들어볼 거냐는 한번 고민해보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첨단·바이오 산업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중심, 충북’이라는 주제로 열린 ‘충북의 마음을 듣다’에서 충남과 대전의 행정통합이 “급정거를 한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도시들이 경쟁력을 올리려면 광역화가 시대적 추세가 됐다”며 “충청도 지금 대전, 세종, 충남·북으로 많이 나누어져 있는데, 지역 중심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지역연합..

2027학년도 충청권 의대정원 118명 증가…지역의사제에 단계적 확대
2027학년도 충청권 의대정원 118명 증가…지역의사제에 단계적 확대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올해 치러지는 2027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서울권을 제외한 지역 의대 모집 정원이 늘어남에 따라 충청권 7개 의과대학이 총 118명을 증원한다. 지역 거점 국립대인 충남대는 27명, 충북대는 39명이 늘어 각각 137명, 88명을 모집하고, 건양대와 순천향대 등 5개 사립 의대 역시 52명을 증원해 314명을 선발한다. 1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7학년도~2031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배정안'에 따르면, 2027학년도 지역 의대 32곳의 신입생 모집정원 증원 규모는 총 490명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 반갑다 야구야! 반갑다 야구야!

  • 내가 최강소방관 내가 최강소방관

  •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