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의 세상만사] 28번 좌석이 없길 바라며

  • 오피니언
  • 기자수첩

[김유진의 세상만사] 28번 좌석이 없길 바라며

  • 승인 2018-07-08 10:39
  • 김유진 기자김유진 기자
"28번 좌석이 어디인가요?"

친구들을 만나고 서울에서 대전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이었다. 한 승객이 객실 반대편 끝에서 28번 좌석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KTX엔 28번 좌석이 없는데...'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신경을 끄고 스마트폰 리듬게임을 실행하는 중이었다. 내가 앉아있는 좌석은 1A번이었는데 28번 좌석을 찾는 승객이 내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2B좌석에 앉았다. 2B를 28로 잘못 읽어 생긴 일이었다. 만약 좌석 번호가 '2가' 라고 써있었다면, 혹은 정말 숫자로만 이뤄져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기차 뿐 아니다. 대전의 일부 시내버스에는 '버스가 STOP 하기 전에는 BUS에서 일어나지 마세요' 라는 안내문이 붙어있기도 했었다. '차량이 정차하기 전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마세요' 라고 적어도 충분히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외국인들을 배려해서 영어를 표기한 것이라면 온전하게 한글 문장을 적고 그 밑에 영어 문장을 적어놓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영어를 대체할 수 없는 단어들이 있기도 하고 외국어를 써야 의미전달이 잘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외국어들은 얼마든지 우리말로 표기해도 뜻을 전달할 수 있다. 한글로 적는 것이 더 깔끔하고 명확할 때도 많다.



영어 남용 사례는 특히 화장품, 의류 등 홍보문구에서 더 자주 접할 수 있다. '비비드한 컬러감이 매력적인 스커트' 라는 문구, '크리미한 텍스쳐가 립 라인을 퍼펙트하게 만들어줍니다' 와 같은 홍보문을 볼때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선명한 색이 매력적인 치마', '부드러운 질감이 입술 선을 더 돋보이게 해줍니다'라고 적으면 판매량이 줄기라도 하는 걸까. 홍보문구 뿐 아니라 티셔츠와 모자 등 의류에도 영단어나 외국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사에도 영어가 절반인 곡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베이비(Baby)', '아이 러브 유(I love you)'가 들어가지 않은 노래를 찾기 더 어려울 지경이다. 의미 없는 영단어 나열을 듣고 있노라면 우리나라 가요를 듣는 건지 팝송을 듣는 건지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도 한다. 제목부터 가사까지 온통 외국어인 노래들이 넘쳐나다 보니 유선호의 '봄이 오면'처럼 가사가 우리말로 채워진 곡들이 반갑기만 하다.



신조어나 비속어, 은어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하지만 과도한 외국어 사용 역시 지양해야한다. '발음이 정확해 가사 전달력이 좋다'는 것을 '딕션이 좋아 가사 딜리버리가 잘 된다'고 표현해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 외국어를 무조건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세계에는 6000여 가지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1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사용하는 언어는 250개에 불과하다. 자랑스럽고 소중한 우리말을 더 올바르게 사용하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관광+맛집+숙박' 3박자 갖춘 세종시 전의면에 오면
  2. "충청의 거목 고이 잠드소서" 이해찬 前총리 별세 지역與 '애통'
  3. 대전시립중고교 김병한 교장 '사회공헌 대상' 수상
  4. ‘민주당 킹메이커’ 이해찬 전 총리 베트남서 별세…향년 73세
  5. 100도 달성한 사랑의 온도탑과 무료배식의 긴 줄
  1.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2. 사업비 규모 커진 대학 '라이즈'...지역사회 우려와 건의는?
  3. [건강]노인에게는 암만큼 치명적인 중증질환, '노인성 폐렴'
  4. 화학연, 음식물쓰레기 매립지 가스로 '재활용 항공유' 1일 100㎏ 생산 실증
  5. 대전소방, 구급차 6분에 한번꼴로 출동… 중증환자 이송도 증가

헤드라인 뉴스


`행정수도 설계자` 이해찬, 미완의 숙제 남기고 영면에…

'행정수도 설계자' 이해찬, 미완의 숙제 남기고 영면에…

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미완의 '세종시=행정수도' 숙제를 남기고 영면에 들었다. 행정수도와 인연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궤를 같이 한다. 2004년 참여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서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운명의 끈은 거기서 끊어지지 않았다. 1988년부터 서울 관악 을에서 국회의원 5선을 역임한 뒤 사실상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당원들은 2011년 당시 민주당 상임 고문인 이 전 총리를 소환했다. 결국 그는 2012년 세종시 출범 직전 진행된 제19대 총선에서 47.88% 득표율을 얻어 당선됐고, 2015년 3월 임..

대전 자영업 수 나홀로 사장님만 늘었다... 경기 한파 꽁꽁 얼었나
대전 자영업 수 나홀로 사장님만 늘었다... 경기 한파 꽁꽁 얼었나

경기 한파로 전국의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전은 오히려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직원을 고용해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보다 1인 가게와 무인점포 등 혼자 운영하는 '나 홀로 사장님'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26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5년 취업자 중 대전 자영업자 수는 15만 5000명으로, 2024년(14만 1000명)보다 1만 4000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 19가 발발하기 이전인 2019년 14만 2000명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지역 자영업자 수는..

대전시 "행정통합 항구적 법,제도 마련 안되면 주민투표 요구할 것"
대전시 "행정통합 항구적 법,제도 마련 안되면 주민투표 요구할 것"

대전시가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따른 정부의 대폭적인 재정·권한 이양을 요구하며, 미흡할 경우 주민투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6일 대전시 주간업무회의에서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시민 목소리가 높아지면 시장은 시민의 뜻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면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항구적인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주민투표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 단순한 물리적 통합으로 비치면 시민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 100도 달성한 사랑의 온도탑과 무료배식의 긴 줄 100도 달성한 사랑의 온도탑과 무료배식의 긴 줄

  • 코스피, 코스닥 상승 마감…‘천스닥을 향해’ 코스피, 코스닥 상승 마감…‘천스닥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