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영의 세상만사] 엄마와 ‘맘충’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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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영의 세상만사] 엄마와 ‘맘충’ 사이

  • 승인 2018-07-15 09:17
  • 수정 2018-07-16 16:47
  • 서혜영 기자서혜영 기자

[서혜영의 세상만사] 엄마와 '맘충' 사이
 

나 22
나에게 엄마란 단어는 언제나 가슴 뭉클한 단어였다. 늘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생각만으로도 가슴 따뜻해지는 그런 말이었다. 감수성 예민했던 사춘기 시절에는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물을 흘리는 여고생 친구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엄마를 뜻하는 다른 말이 생겨났다. 바로 '맘충'이다. 엄마를 뜻하는 '맘 (mom)'뒤에 벌레 충(蟲)을 붙인 합성어로 일부 공공장소에서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엄마들에 대한 혐오감을 뜻하는 말이다.

어쩌다 엄마들은 '벌레'가 되었을까? 인터넷에 맘충이란 단어를 치면 많은 사례들이 나온다. 커피숍에서 커피잔에 아이 소변을 받는 엄마, 식당에서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기저귀를 식탁위에 버리고 간 엄마, 아이가 먹을 것이니 당당하게 공짜밥을 요구했다는 엄마… 똑같이 아이를 키우는 내가 봐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얼마 전에는 '태권도 맘충'이라는 사건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경기도 광주의 한 맘카페 회원이 태권도 학원 차량이 난폭운전을 했다며 신고글을 올렸고, 해당 카페 회원들은 해당학원의 이름을 공유하며 비난했다. 하지만 글을 올린 작성자의 회사차가 학원차가 못 지나가게 도로를 막고 있었고, 작성자가 의도적으로 글을 올려 학원을 망하게 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이 사건은 전국적 이슈가 됐다. 글을 작성했던 엄마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으며, 해당 기사에는 '맘충이가 그렇지 뭐'라는 댓글들이 도배를 이뤘다.

문제는 이러한 '맘충'이란 표현이 일부 잘못된 행동을 하는 엄마들뿐만 아니라 모든 엄마들 에게까지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부터도 아이를 데리고 외출시 주변의 눈치를 보고 아이의 울음이 터질 때면 서둘러 그 자리를 뜨곤 한다. 인터넷 육아카페에도 아이를 데리고 외출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다며 '맘충 공포증'을 토로하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최근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 커피 1500원이었어. 그 사람들도 같은 커피 마셨으니까 얼만지 알았을 거야. 오빠, 나 1500원짜리 커피 한잔 마실 자격도 없어?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나 이제 어떻게 해야 돼?"

엄마를 벌레로 비하하는 사회적 여론, 늘어나는 노키즈존 등 이러한 따가운 시선들은 보통의 평범한 엄마들을 위축되게 만든다. 온 종일 아이와 육아에 시달리다가 마시는 한 잔의 커피, 한 끼의 식사마저도 못하도록 엄마들을 내몰아서는 안된다. 아이를 데리고 집 밖에 나서는 것만으로 눈치를 보게 되는 사회, 엄마가 혐오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엄마를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는 엄마다. '맘충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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