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영의 세상만사] 성민아, 너를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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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영의 세상만사] 성민아, 너를 잊지 않을게…

  • 승인 2018-07-31 11:49
  • 수정 2018-07-31 13:55
  • 서혜영 기자서혜영 기자
나 22
아이는 23개월로 6살 형과 함께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맡겨졌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이가 10개월때부터 아버지가 혼자 형제를 키웠지만 지방을 전전하며 일을 해야했고, 마땅히 형제를 돌봐줄 친인척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린이집에서 지낸지 100여 일만에 아이는 장이 끊어져 복막염과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자신의 두 돌 생일을 하루 남기고 그 아이는 차가운 부검대에 올랐다. 2007년 있었던 '울산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성민이 이야기다.

내가 성민이 사건을 처음 접했던 것은 2013년 이었다. 죽음당시 성민이의 모습과 이야기는 나를 충격에 빠트렸다. 작은 몸 가득했던 시퍼렇던 멍, 장 파열로 인한 복막염으로 풍선처럼 부풀어 있던 아이의 배… 말 그대로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의 작은 손에는 폭행을 막기 위한 방어흔이 선명했다. 그 고사리 손으로 남자 성인의 주먹을 막아보겠다고 애썼을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사건을 알게 되고 몇날 며칠을 때때로 울었던 것 같다. 당시 비슷한 개월의 자는 아들의 모습을 보다가도 눈물이 났다.



원장부부는 수시로 성민이 형제를 학대했다. 죽기 2~3일 전 부부싸움중 성민이가 대변을 보았고 이는 폭행으로 이어졌다. 장이 끊어져 우는 아이를 6살 형은 그저 동생이 더 맞을까봐, 식탁 밑에서 동생의 입을 막은 채 달래주는 것 밖에 없었다고 한다. 성민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장 부부의 처벌은 원장(여) 징역 1년, 원장남편은 징역 1년에서 집행유예 3년으로 형을 살지 않고 나왔다.

사건이 일어난 지 6년이나 지난 후였지만 화가나 견딜수가 없었다. 이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성민이 사진과 이야기를 SNS에 올렸고 관련 카페에도 가입했다. 카페 회원들과 함께 시사프로그램에도 재조사 해달라는 글들을 올렸다. 하지만 이미 오래된 일이고 처벌도 끝난 터라 재조명 되지는 못했다. 그 후로도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성민이도 같이 거론됐지만 그뿐이었다.



그러던 얼마 전, 사건이 일어난지 11년만에 성민이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울산 성민이 사건'을 예로 들며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달라는 글이 올라온 것이다. 사람들은 분노했고 끊임없이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쉽사리 기사들을 클릭해보지 못했다. 다시 성민이의 그 참혹한 모습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다.

이 청원은 현재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어 36만 명도 돌파했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사건이라 재수사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성민이 사건을 알게 되고, 아이의 죽음을 가슴 아파 하게 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려움과 외로움에 스러져 갔을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너를 기억하고 있다고, 부디 편히 쉬라고…. 청와대의 답변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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