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은의 세상만사] 아는 만큼 보이는 문화

  • 오피니언
  • 기자수첩

[최고은의 세상만사] 아는 만큼 보이는 문화

  • 승인 2018-08-08 09:05
  • 신문게재 2018-08-08 21면
  • 최고은 기자최고은 기자
얼마 전 베트남으로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기자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였단 걸 절실히 느낄 정도로 다른 나라의 문화에 무지했음을 깨달았던 시간이었다.

한국보다 조금 더 뜨겁게 느껴졌던 베트남에서의 첫날, 호텔 숙소에 체크인하고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려는데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 샤워실은 따로 있었는데 벽에 붙어있는 샤워기에서 물줄기가 나오는 구조였고, 손잡이를 사용해 틀어보니 물은 이상 없이 잘 나왔으나 기자의 기준에선 영 만족스럽지 않은 세기였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주위를 둘러보던 찰나 변기 옆에서 호스를 발견했다. 마음속으로 '유레카'를 외치며 버튼 같이 생긴 것을 꾹 놀러보았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물줄기가 매우 강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욕조에 들어가서도 간신히 씻을 수 있을 정도로 호스의 길이는 짧았으며, 기자처럼 키가 큰 사람이 쓰기에도 적절치 않아보였다. 더군다나 버튼을 세게 힘주고 유지해야 물줄기가 나와 조금 불편하다고 느끼며 샤워를 마쳤다. 물론, 과한 물줄기와 조절하기 힘든 버튼 덕에 화장실이 물바다가 되어 정리를 했어야 했다. 그 호텔에서 이틀을 묵었기에 그 다음날 오전에도 힘겹게 샤워를 마쳤으며, 왜 샤워가 불편했는지는 셋째 날 점심시간에 밝혀지게 되었다. 선·후배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도중 어느새 주제는 화장실로 옮겨졌다. 그러다 같은 방을 썼던 선배가 "○○이만 들어갔다 나오면 화장실이 물바다가 돼있다"고 말하며 샤워 방법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기자는 본의 아니게 물바다를 만들게 된 사정을 간략하게 설명했으나 선배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그 호스가 샤워기가 아니라 비데용(!)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아…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소리 없는 침음을 삼키며 왜 샤워기 같이 생긴 호스가 그렇게 불편할 수밖에 없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문화는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정신적 과정의 산물이다. 여기에는 정치나 경제, 법과 제도, 문학과 예술 등 인간의 모든 산물이 포함되며 이는 인간이 속한 집단에 의해 공유되기도 한다. 인류는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민족과 국가라는 경계를 만들었다. 각 나라에서 독자적인 문화가 싹 트기 시작하면서 경계선을 넘는 것이 어려워졌고, 어느 순간부터 경계를 넘어가는 것은 국가의 철저한 관리의 대상이 되었다. 세계화 시대 속 한 지역에 없었던 문화에 새로운 문화가 만나서 또 다른 모습을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는 결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기자가 베트남 화장실에서 아무 생각 없이 변기 옆 호스를 샤워기로 사용한 것은 한국에서 으레 보이던 샤워기랑 비슷하게 생긴 것 같다고 단정 지었기 때문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다. 해외에서 민망한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으려면 그 나라의 문화를 익혀가자. 넓어진 시야로 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예산사과농장 한관수 대표, 10㎏ 사과 500박스 후원, 나눔과 지원 활동 지속
  2. 대전 서대전육교서 오토바이 교명주 충돌… 40대 운전자 숨져
  3. 갤러리아 타임월드 매각된다?... 지역 유통업계 '술렁'
  4. 더블유렌트카, '2026 예당호 모터 페스티벌' 성료
  5.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
  1. 충남대 통합신청서 부결 후폭풍… 보직교수 5명 일괄 사표
  2. 조합이냐 신탁이냐… 정비사업 어떤 방식이 좋을까?
  3. 과기부 소관 공공기관 일부 통폐합…국립과학재단 신설
  4. "김 원초 광천산 아니어도 '광천김'" 대법, 지역서 쌓은 명성 인정
  5. [사설]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민심의 경고'

헤드라인 뉴스


[함께 지켜온 물, 대청호의 다음 25년] 1. 상류의 삶, 하류의 먹는 물

[함께 지켜온 물, 대청호의 다음 25년] 1. 상류의 삶, 하류의 먹는 물

대청호는 550만 충청권 주민이 함께 마시는 물이자, 상류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깨끗한 물을 지켜야 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상류와 하류가 감당하는 몫과 이해관계는 달랐다. 이런 차이를 넘어 대청호를 함께 지키기 위해 2002년 주민과 시민사회, 지방정부,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유역 거버넌스가 만들어졌다. 중도일보는 대청호를 둘러싼 상·하류의 갈등 속에서 거버넌스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 어떤 한계와 과제를 마주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나아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물관리 환경 속에서 550만 충청의 공동 식수원인 대..

대한민국 정부·지방정부·공공기관 향한 사이버 공격 급증
대한민국 정부·지방정부·공공기관 향한 사이버 공격 급증

대한민국 정부 부처와 지방정부는 물론 공공기관 전반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피해가 발생한 지 몇 년이 지나도 정보 유출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대전 대덕구)이 16일 제공한 44개 중앙행정기관과 17개 광역자치단체의 보안 장비가 자동 탐지한 사이버공격 건수는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15억 7000만 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740만 건에 달한다. 이 중 실제 공격으로 확인된 건 35만 374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정도..

한전 직원들, 태양광사업 겸직 들통나 징계받고도 사업 계속
한전 직원들, 태양광사업 겸직 들통나 징계받고도 사업 계속

한국전력 일부 직원들이 금지된 태양광 사업을 겸직하다가 징계를 받고도 계속 사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방침을 도입한 후에도 소용이 없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이 16일 제공한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한전의 태양광 겸직 관련 징계는 해임이 15건, 정직 233건, 감봉 29건, 견책 3건 등 모두 280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후 2024년부터 겸직 적발로 징계를 받은 건수는 해임이 7건, 정직 109건, 감봉 14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