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과 지식재산]특허권 소멸과 특허정보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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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과 지식재산]특허권 소멸과 특허정보 활용

김태만 특허청 차장

  • 승인 2018-11-14 10:34
  • 신문게재 2018-11-15 22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특허청 김태만 차장
김태만 특허청 차장
절기상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을 지나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어 겨울 기분이 든다는 소설(小雪)이 다가온다. 이때면 집집마다 김장을 담그는 등 겨울 준비가 한창이다. 이렇게 11월은 겨울의 초입이자 한해의 마무리를 시작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이 겨울이 지나면, 다시 새로운 봄이 시작된다. 이러한 계절의 순환은 자연의 이치다.

특허의 탄생과 소멸 과정도 '순환(循環)'이라는 자연의 이치가 적용된다. 새로운 기술이 발명되어 특허로 등록을 받으면 특허권이 탄생한다. 권리자는 특허권을 독점 사용하고, 제3자가 침해하면 법률로서 보호받는다. 시간이 지나 권리가 소멸되면, 공중의 기술이 되어 새로운 발명의 토대가 마련된다. 이 과정은 식물이 싹을 틔우고 성장하여 열매를 맺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새로운 싹을 틔우기 위한 밑거름이 되는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특허의 일생에서 11월은 언제일까? 아마도 독점권을 누리던 전성기를 지나 권리가 소멸될 때일 것이다. 특허의 소멸은 존속기간이 만료되는 때다. 보통은 출원일로부터 20년이 되는 날까지지만, 해가 갈수록 특허유지비 부담이 커지고, 사용되지 않는 특허도 많기 때문에 일찍 소멸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정말 돈 되고 중요한 특허들은 오히려 존속기간이 연장되기도 한다. 암 치료제와 같은 신약은 인허가에 장시간 소요되어 그 기간 동안 독점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5년 이내에서 독점권을 행사하지 못한 기간만큼 연장된다. 연장된 특허는 소멸하는 그날까지 가치를 발휘하는데, 수백억의 가치를 갖는 소위 '블록버스터 특허'도 있다.



독점권이 사라진다고 그 특허가 그대로 잊히는 것은 아니다. 소멸된 특허에 기재된 기술정보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개발이나 상용화에 활용된다. IBM의 레이저 프린터 원천특허는 1974년 출원되어 1994년 존속기간이 만료됐지만, HP와 캐논 등에서 개량하여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것이 대표적이다.

특허의 내용을 기술한 명세서는 어떤 기술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효과를 얻는지가 아주 자세히 기재되어 있다. 이런 기술정보는 보통 영업비밀이나 노하우이기 때문에 특허명세서 외에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특허 제도는 이러한 고급 기술정보의 공개를 유도하고 독점권이 해제되면 누구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기술개발 과정의 시행착오와 소요 시간·비용 등을 크게 단축하여 궁극적으로 산업발전에 기여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처럼 특허명세서에 기재된 기술정보, 즉 특허정보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가 차원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혁신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혁신의 기초가 되는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제품은 무에서 창조되지 않는다. 선행 발명들을 기초로 산업계에 정말 필요한 무엇을 만들어내는 한 발자국의 진보가 필요하다. 터치스크린, 인터넷, 전화기, MP3 등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공개된 기술들을 활용하여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애플의 '아이폰'이 좋은 예이다.

특허청도 이러한 특허정보의 중요성에 일찍부터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특허청은 출원된 발명을 심사하여 좋은 권리로 만들어주는 기본 역할에 충실하면서, 우리 국민과 기업들이 공개된 특허정보를 잘 활용하도록 다양한 지원도 함께하고 있다. 수백만 건의 특허정보를 DB화하여 보급하고, 특허정보를 분석하여 신기술개발 전략을 세우는 컨설팅(IP-R&D)도 지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예술에만 적용되는 격언은 아니다. 사라지는 특허를 새로운 발명을 위한 영감의 소재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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