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나이퍼 sniper] 9. 기기취처 필송지자(豈其取妻 必宋之子) 단상

  • 문화
  • 뉴스 스나이퍼

[뉴스 스나이퍼 sniper] 9. 기기취처 필송지자(豈其取妻 必宋之子) 단상

내 딸은 '애국자'

  • 승인 2019-02-0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매주 목요일이면 C일보가 더 기다려진다. '아이가 행복입니다'가 실리는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1월 15일에 마침내 할아버지가 되었다. 금지옥엽으로 기른 딸이 딸을 낳은 덕분이다. 딸의 출산 소식을 듣고 상경하여 외손녀와 처음 상봉했다.

C일보의 같은 날짜(1월 31일자 <가슴으로 읽는 동시>에 소개된 '설날'의 글처럼 외손녀는 온 가족이 모여서 시끄러운 데도 불구하고 세상모르고 천사처럼 쌔근쌔근 잠만 잤다. 그 모습을 연신 사진에 담으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어제는 설날에도 일을 해야 하는 까닭에 아산의 숙부님을 찾았다. 불과 오십도 못 채우고 타계하신 아버지보다 사실은 더 '아버지다운' 숙부님이시다. 가정을 너무도 일찍 '분실하고' 타관객지로 떠돌며 막서리(남의 막일을 해 주며 사는 사람)처럼 살았던 아버지…….

그런 형님을 대신하여 조카인 필자까지를 친자식 이상으로 길러주신 숙부님…… 그 은공을 잊는다면 개돼지보다 못한 놈이라는 당연한 정서에 입각하여 선물을 사들고 찾아뵌 것이었다. 시외버스가 대전복합터미널을 떠날 즈음 딸이 보낸 문자가 가족 카톡방으로 들어왔다.

외손녀의 이름을 사위가 정했는데 슬기 서(?), 아름다울 아(?), 즉 '서아'인데 어떻겠느냐는 '공개 질의'였다. 매우 합당한 작명이라 생각되어 찬성한다는 즉답을 보냈다. "서아 엄마, 축하드려유~ ^^"

숙부님과 점심을 함께 하면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외손녀의 사진을 보여드렸다. 필자 이상으로 너무나 반가워하시는 모습에서 새삼 핏줄의 가까움을 절감했다. "어쩜 그렇게 네 딸이랑 붕어빵이니!" "그래서 씨도둑은 못하다는 말도 있는 것 아닐까요?" "맞다."

아내가 딸을 낳던 날은 엄동설한의 1987년 1월 31일이었다. 전날 자정이 임박한 무렵 산통(産痛)을 호소하는 아내를 부축하여 동네의 산부인과를 찾았다. 간호사는 곧 출산할 듯 싶다고 했다. 아울러 아빠가 곁에서 아기가 세상에 나오는 모습을 지켜봐도 무방하댔다.

그러나 비겁했던(?) 필자는 그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병원 밖으로 나왔다. 마침맞게 포장마차가 있기에 거기서 소주 두 병을 비웠다. 다시 병원에 들어가니 어느새 딸이 탄생하여 아내 곁에 잠들어 있었다. 우리 홍 씨 집안에 유일무이한 '공주님'이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웠기에 물고 빨며 사랑과 칭찬이라는 비료만 줬다. 세월은 여류하여 미루나무처럼 성큼 자란 딸이 사윗감을 데리고 왔다. 시경(詩經)에 '기기취처 필송지자(豈其取妻 必宋之子)'라는 것이 있다.

이는 '어찌 그 아내 얻기를 반드시 송나라 지씨만을 고집하겠느뇨'라는 뜻으로 특정 조건만 갖춘 배필(配匹)을 따지면 결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후 아들의 결혼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딸 또한 본인이 좋은 배필이라고 했기에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위로 인정했다.

대저 사람들은 견물생심(見物生心)의 속물이다. 따라서 대부분 가문과 학력, 재산과 미모 등을 따져 배필을 정한다. 하지만 그처럼 '입에 딱 맞는 떡'이 많은 건 아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거나 외모가 화려한 사람,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에 한정하여 사람을 만나려 한다면 그게 바로 혼기(婚期)를 놓치는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일쑤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의견을 존중했으며, "안돼"보다는 "그러자꾸나"의 긍정마인드로 일관했다. 덕분에 사위와 며느리 역시 알토란 인재와 재원으로 얻을 수 있었다. 지난 1월 18일자 언론에서는 일제히 "여성 한 명당 출산율 저항선 '1' 무너졌다"를 보도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0명 선이 무너지며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뉴스였다. 그래서인구절벽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지난해의 합계출산율 1.0명 미만은 역대 최저치다. 이는 또한 이미 통계청이 예고한 바 있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의 수를 말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인구유지에 필요한 2.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8명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35개 회원국 중 꼴찌다.

합계출산율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2017년에 사상 최저인 1.05명으로 떨어진 데 이어 급기야 2018년에는 1.0명 미만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1950년의 6.25한국전쟁 당시에도 63만 명이 넘는 출산율을 기록했거늘!

참고로 6.25전쟁 당시의 3년 동안 출생아 수는 다음과 같다. 1950년엔 633,976명 / 1951년 675,666명 / 1952년 722,018명 / 1953년 777,186명 ... 따라서 2018년의 출생아 수 325,000명은 6.25한국전쟁 당시의 출생아 숫자 633,976명에 비교하면 얼추 반 토막인 셈이다.

이처럼 아이를 안 낳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희망이 없다는 방증의 국민적 저항이다. 출산율은 더욱 감소하는 반면 노령화는 가속되고 있는 것 또한 대한민국이란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증거다. 세계에서 불과 한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반 토막으로 줄어 인구절벽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외면 말고 적합한 출산율 제고의 방법 도출을 서둘러야 옳다. 지금도 일터나 가정에서 여성차별이 심한 부분부터 개선해야 한다. 그것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딸은 대한민국 출산율에도 기여한 '애국자'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남은 건 C일보 '아이가 행복입니다'에 외손녀의 사진이 실리는 것이다. 그 기사를 코팅까지 하여 동네방네 소문내며 다닌다손 쳐도 실정법 위반은 아닐 것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홍경석 작가-22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 광덕면 물놀이 관리지역 현장 안전점검 실시
  2. 천안시, 여름 휴가철 하천·계곡 불법행위 특별단속
  3. 대전교육청 교육국장에 명달호… 9월 1일자 181명 인사
  4. [현장에서 만난 사람]세계 최대 반도체 공정 장비 제조 기업 ASML 한종호 매니저
  5. '위안부' 기림절, 세종서 만난다… 역사의 아픔 치유, '평화의 장'
  1. 천안시, 고액·상습 체납자 가택수색…승용차 압류·공매 착수
  2. 천안시, 2026 을지연습 전시종합상황실 근무자 사전교육
  3. 천안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스마트폰 가족치유캠프' 운영
  4. 대전농협-기성농헙-고향주부모임대전시지회, 이심점심 중식지원 봉사활동
  5. 홈플러스 충청권 5곳 영업 재개…상품 채우기 ‘속도전’

헤드라인 뉴스


대전 트램 또 지연되나…8개월째 호남선 비개착공사 시공사 선정 난항

대전 트램 또 지연되나…8개월째 호남선 비개착공사 시공사 선정 난항

2028년에서 2030년으로 개통이 미뤄진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또 지연될 위기에 놓였다. 서대전 지하차도 구간 가운데 호남선 직하부 비개착공사에 대한 시공사 선정이 8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 난이도는 높은데 사업비 단가는 낮게 책정된 탓에 입찰 과정에서 업체 사업 포기와 유찰이 반복된 것이다. 일각에선 트램 사업 주체인 대전시가 국가철도공단에 위탁만 해놓고 손 놓고 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12공구 일대 서대전 지하차도 구간(699m) 중..

홈플러스 충청권 5곳 영업 재개…상품 채우기 ‘속도전’
홈플러스 충청권 5곳 영업 재개…상품 채우기 ‘속도전’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긴급운영자금 2000억 원을 확보하면서 충청권에서도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장기간 문을 닫았던 점포가 재개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상품 입고가 충분하지 않은 곳도 있어 매장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7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던 전국 67개 점포를 대상으로 가오픈을 진행하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대전 유성점과 가오점, 세종점, 충남 논산점과 보령점 등 5개 점포가 영업 재개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영업 재개는 지난달 13일 임시 휴..

중고차 `숨은 수수료` 없앤다지만… 소비자 부담은 그대로?
중고차 '숨은 수수료' 없앤다지만… 소비자 부담은 그대로?

정부가 중고차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차량 판매가격에 포함하는 '총액 표시제'를 도입한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확인한 차량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이 달라지는 원인인 '숨은 수수료'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의 '중고차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중고차 판매업자가 인터넷 플랫폼 등에 차량을 광고할 때 차량 가격뿐만 아니라 매도비, 알선수수료, 성능보증보험료 등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는 각종 수수료를 판매가 총액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현재 소비자가 중고차 시장에서 차량을 구매할 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쓰레기와 악취에 몸살 앓는 으능정이거리 쓰레기와 악취에 몸살 앓는 으능정이거리

  • 도심 속 시원한 물놀이 도심 속 시원한 물놀이

  •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