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나이퍼 sniper] 30. 효자는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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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스나이퍼 sniper] 30. 효자는 따로 없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0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신혼은 전세' 옛말… 3쌍중 1쌍 집 사서 결혼] 3월 22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1일 발표한 '2018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2018년 결혼한 부부 중 34.9%가 자가(自家)에서 살림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부모 세대(1998년 이전 결혼)는 전세(56.4%)로 시작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고도 했다. 그러니까 '내 집'에서 신혼을 시작하는 부부는 10쌍 중 1쌍(13.8%)에 그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4년 이후에 결혼한 부부들은 자가(34.9%)와 전세(36.7%) 비율이 비슷해졌다고 하였다. 이 뉴스를 보면서 지난날의 신혼시절이 떠올랐다. 작수성례로 예식을 치른 우리 부부는 반 지하 월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수저 두 벌과 석유곤로, 비키니옷장으로 시작한 정말 가난한 출발이었다. 한겨울엔 방안의 자리끼(밤에 자다가 마시기 위하여 잠자리의 머리맡에 준비하여 두는 물)까지 꽁꽁 얼었다. 그처럼 가난했지만 아내는 조강지처의 길을 묵묵히 걸었다.



아이들도 잘 길러 이제는 걱정이 없다. 딸이 아들보다 먼저 결혼하여 서울의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했다. 집들이를 한다기에 찾았더니 큼직하여 단박 맘에 들었다. 작년에 결혼한 아들은 더욱 용의주도했다.

결혼을 하기도 전에 아파트의 신규분양을 받은 때문이다. 아들의 집들이 때는 하룻밤을 묵기까지 했다. 방안에서 버튼만 누르면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현실에선 더욱 '깜놀'했다.

3월 21일 자 조선일보의 <만물상>에 따르면 "작년에 우리나라 혼인은 25만 7622건으로 46년 만에 제일 적었다. 얼마나 짝을 맺는지 객관화하려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粗)혼인율'을 봐야 한다.

이 수치가 1980년만 해도 10.6건이었는데, 지금은 반 토막을 밑도는 5.0건이다. (중략) 1000명당 이혼 건수인 '조(粗)이혼율'도 2.1명이나 된다. 결혼 안 하는 청년에 결혼 못 하는 청년을 보태고 여기에 이혼까지 더하면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결혼 파업' 수준이다.(후략)"라고 했다.

상식이겠지만 결혼 적령기의 자녀가 결혼을 안 하고 속절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걸 바라만 봐야 하는 부모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결혼을 하려면 그 전에 반드시 취업이 이뤄져야 한다.

3월 16일 자 서울경제에선 [지난달 '취업난에 희망마저 버린' 구직단념자 58만명] 기사를 냈다. 제목만 보더라도 작금의 취업난이 얼마나 오리무중(五里霧中)인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따라서 자강불식(自强不息)의 힘으로 전세와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딸과 아들이 여간 대견하지 않다. 더욱이 이 가난한 아빠가 한 푼조차 도와주지 않았음에도, 아니 아예 그럴 형편이 못 되었음에도 불평불만이 없음에 더욱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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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게티 이미지 뱅크
날개 덮개를 펼치면 마치 화려한 부채처럼 보이는 것이 공작(孔雀)의 수컷이다. 암컷 공작의 눈에는 이게 선명하게 보여도 포식자(捕食者)의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그 유명한 '핸디캡(불리한 조건) 이론'이 탄생했다.

이스라엘 생물학자 아모츠 자하비가 1975년에 내놓은 이 이론은 천적의 눈에 잘 띄고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큰 장식을 하는 개체일수록 건강하다는 증거라는 의미다. 미국 소설가 척 팔라닉은 "부모는 그대에게 삶을 주고도 이제 자신의 삶까지 주려고 한다"고 했다.

그 명언처럼 필자 역시 부자(富者)였다면 당연히 아이들의 집 마련에 큰돈을 주었을 것이다. 허나 그럴 깜냥도, 여력도 없었다. 따라서 필자는 어쩌면 '핸디캡 이론'의 실체인, 그러니까 포식자에게 쉬 들통이 나는 미련한 공작이었던 셈이다.

위에서 요즘엔 '결혼도 파업'이라는 글을 인용했다. 그래서 말인데 효자는 따로 없다. 알아서 척척 취업을 하고 결혼까지 골인한 아들과 딸이 바로 효자다.

끝으로 본의 아니게 취업과 결혼을 이루지 못하여 전전긍긍하고 있는 독자들을 위하여 랜드 포시의 말을 소개하면서 맺는다. "장벽이 서 있는 것은 가로막기 위함이 아니라,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보여줄 기회를 주기 위해 거기 서 있는 것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홍경석 작가-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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