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간절함 사고 파는 '강의 매매' 뿌리 뽑아야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간절함 사고 파는 '강의 매매' 뿌리 뽑아야

  • 승인 2019-09-11 08:29
  • 신문게재 2019-09-11 22면
  • 김유진 기자김유진 기자
김유진
대학생 시절 수강신청일만 되면 모여서 열띤 클릭 전쟁을 함께했던 전우들이 있다.

한 친구는 중학생 때 친해졌고, 다른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그 둘은 대학 동기로 입학해 서로를 알게 됐다. "이렇게 알기도 쉽지 않은데 인연인가봐" 라는 말로 우리는 더 친해졌고 매 학기 수강신청일엔 어김없이 한 곳에 모였다.



원하는 강의를 듣기 위해 시간표를 여러 개 만들어놓고 가능성을 점쳐보기도 하고, 학교 도서관 컴퓨터에서 신청하는 것이 빠른지 PC방에서 신청하는 것이 좋을지 매 학기마다 고민하기도 했다. 휴대폰 시계, 포털사이트 시간 알림 서비스 등을 켜놓고 신청 버튼이 활성화 되는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긴장하며 초를 세던 기억도 생생하다.

우리들 나름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해도 원하는 강의 수강신청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고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했으나 시간대를 잘못 조절해 일명 '우주 공강(공강 시간이 3시간 이상일 때)'이 생기기도 했다. 때로는 한 과목을 듣기 위해 학교를 나와야 하는 날도 있었다.



엉망진창 시간표를 보며 "이번 학기도 힘들겠다"고 낙담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런 학우들의 간절함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언제부턴가 강의를 사고파는 '강의 매매'가 학생들 사이에서 성행하기 시작했다. 수강신청일을 비롯해 강의 정정 기간까지 에브리타임 등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에는 강의를 사고 판다는 글이 봇물을 이룬다. '강의 매매'는 인기 강의를 수강신청 한 후 학우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인데, 강의와 담당 교수마다 가격이 다르다. 거래 시간은 주로 새벽에 이루어지며 판매자와 구매자가 특정 날짜, 시간을 정해 판매자는 해당 시간에 수강신청을 취소하고 구매자는 취소된 강의를 신청한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강의 매매가 이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수강하고 싶은 강의가 적게 열려서 부득이하게 강의를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아이돌 콘서트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표 양도가 이루어지는데 최근에는 팬덤 내부에서 '프리미엄 표 거래를 근절하자'는 자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속사에서도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중고장터를 모니터링 하거나 팬들의 신고를 독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대학가에서는 강의매매를 규제할 수 있는 뾰족한 수단이 없다. 학생들만 사용이 가능한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지는 거래가 다수라서 단속을 하기 어렵다. 강의실에 있는 학생들이 돈을 주고 강의를 산 학생인지, 정석대로 신청을 한 학생인지 구분할 수도 없다.

대학들은 '개인 간 거래라 규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학기 말 강의 평가에서 다음 학기에 듣고 싶은 강의를 적어서 낼 수 있도록 하거나 신청 마감이 빠른 과목은 강좌 수를 늘리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김유진 교육문화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한우리·산호·개나리, 수정타운아파트 등 통합 재건축 준비 본격
  2. 대전충남통합市 명칭논란 재점화…"지역 정체·상징성 부족"
  3. 대전 유성 엑스포아파트 지구지정 입안제안 신청 '사업 본격화'
  4. <속보>갑천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현장에 잔디 식재 정황…고발에도 공사 강행
  5. 대전교육청 종합청렴도 2등급→ 3등급 하락… 충남교육청 4등급
  1. 이재석 신임 금융감독원 대전세종충남지원장 부임
  2. [중도초대석] 임정주 충남경찰청장 "상호존중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작은 변화부터 이끌 것"
  3. 주택산업연구원 "내년 집값 서울·수도권 상승 유지 및 지방 상승 전환"
  4.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 김치와 쇠고기, 떡 나눔 봉사 실시
  5.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둔곡초중, 좋은 관계와 습관을 실천하는 인재 육성

헤드라인 뉴스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주도해온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만났다. 양 시도지사는 회동 목적에 대해 최근 순수하게 마련한 대전·충남행정통합 특별법안이 축소될 우려가 있어 법안의 순수한 취지가 유지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가장 이슈가 된 대전·충남광역시장 출마에 대해선 김 지사는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불출마 할 수도 있다 라고 한 부분에 대해선 지금도 생각은 같다"라고 말했다. 이장우 시장은 24일 충남도청을 방문, 김태흠 지사를 접견했다. 이 시장은 "김태흠..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4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해 "충남 대전 통합은 여러 가지 행정 절차가 이미 진행되어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면 빠르면 한 달 안에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서울특별시 못지 않은 특별시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통령실에서 대전 충남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통합단체장을 뽑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여당 차원에서 속도전을 다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백마강을 휘감아 도는 물길 위로 백제대교가 놓여 있다. 그 아래, 수북정과 자온대가 강변을 내려다본다. 자온대는 머리만 살짝 내민 바위 형상이 마치 엿보는 듯하다 하여 '규암(窺岩)'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 바위 아래 자리 잡은 규암나루는 조선 후기부터 전라도와 서울을 잇는 금강 수운의 중심지였다. 강경장, 홍산장, 은산장 등 인근 장터의 물자들이 규암 나루를 통해 서울까지 올라갔고, 나루터 주변에는 수많은 상점과 상인들이 오고 가는 번화가였다. 그러나 1968년 백제대교가 개통하며 마을의 운명이 바뀌었다. 생활권이 부여읍으로 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