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불행을 막는 방법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불행을 막는 방법

  • 승인 2019-11-20 11:15
  • 신문게재 2019-11-21 22면
  • 전유진 기자전유진 기자
전뉴진
전유진 편집부 기자
어릴 적부터 걱정을 사서 하는 편이었다. 중학교 땐 공부도 어중간했고, 소심한 데다 친구도 적어 어떻게 세상에 적응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수능이 해결책으로 다가왔다. 대학생이 되면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낯선 이들에게 말 거는 게 익숙해지고,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면서 즐거운 일들이 생겨날 거라고 믿었다.

막상 대학교에 입학하니 막연했던 걱정은 걷잡을 수 없는 불행으로 번졌다.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무얼해야 할지 몰랐고, 예상외로 맞지 않았던 전공, 낮아진 학점으로 미래에 대한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스쳐 지나간 인연들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정작 마음을 나눌 만한 친구를 사귀기는 쉽지 않았다. 사랑할 사람을 만나는 일은 더더욱 아득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색에 사색을 거듭해보니 인생은 고통의 바다였다. 정규직으로 번듯한 직장에 취업할 확률, 서울 한켠 어딘가 내 집을 마련할 확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할 확률. 그래서 행복해질 확률은 0.00001%도 되지 않았다. 깨달음을 얻고 대학 시절 상당한 시간을 우울감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돈 벌면 나아지겠지, 친구들과 삼삼오오 이야기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역시나 취업해도 별다르게 나아진 사람은 없어 보인다. 행복은 영원히 오지 않을까. 행복해지는 무언가를 얻더라도 금새 일상이 되어버린다. 다행스럽게도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불행을 막는 법은 어느 정도 체득하게 됐다. '~하면' 나아질 것이라는 가정법에 힘을 적당히 주고 매순간을 즐기며 사는 삶이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 말처럼 쉽진 않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도시국가의 몰락과 혼돈을 겪고 '아타락시아'를 논했는데 맥락이 같다. 에피쿠로스는 인간의 행복이 금욕적인 쾌락에서 온다고 한다. 행복한 삶이란 즐거움의 총합이 큰 삶이다. 기대가 높으면 불행해지기 쉽다. 그는 물과 빵만 있으면 신도 부럽지 않다고 했다. 예를 들어, 햄버거가 맛있다고 매일 먹으면 물리니까 어쩌다 한번 먹음으로써 즐거움을 유지해야 한다.

결국 에피쿠로스가 추구하는 쾌락은 최근 유행어인 '소확행'과 비슷하다. 어쨌든 이 방법이 내게는 꽤나 유용하다. 거대한 목표에 행복을 몰빵하지 않고 충분히 이룰 수 있는 것 소소한 일에 분배하는 것. 요즘 나는 흘러 지나가버리는 행복감을 잊지 않기 위해 다이어리를 쓴다. 매일 좋아하는 것이나 조금이라도 즐거웠던 일을 기록한다. 1. 반려견 겨울이 발바닥 냄새 맡기 2. 일리 프란시스 Y3.2 화이트 3. 카페에서 독서하기 4. 진짬뽕 먹고 오뜨 치즈맛 2개 먹기 등등. 오늘 퇴근길도 편의점을 들려 침대에 뒹굴거리면서 까먹을 과자나 사와야겠다.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전유진 편집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오인철 충남도의원, 2025 대한민국 지방자치평가 의정정책대상 수상
  2. 위기브, ‘끊김 없는 고향사랑기부’ 위한 사전예약… "선의가 멈추지 않도록"
  3. '방학 땐 교사 없이 오롯이…' 파업 나선 대전 유치원 방과후과정 전담사 처우 수면 위로
  4. 국제라이온스협회 356-B지구 강도묵 전 총재 사랑의 밥차 급식 봉사
  5. 제1회 국제파크골프연합회장배 스크린파크골프대회 성료
  1. 대전사랑메세나·동안미소한의원, 연말연시 자선 영화제 성황리 개최
  2. 육상 꿈나무들 힘찬 도약 응원
  3. [독자칼럼]대전시 외국인정책에 대한 다섯 가지 제언
  4. 정부 유류세 인하조치 이달 말 종료 "기름 가득 채우세요"
  5. [2025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안전지식 체득하는 시간되길"

헤드라인 뉴스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은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시간이다. 주민과 가까운 행정은 자리 잡았지만, 지역이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제도는 커졌지만 지방의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수도권 일극 구조가 겹치며 지방자치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의 자치 체계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구조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인지에 대한 질문이 커지고 있다. 2026년은 지방자치 30년을 지나 민선 9기를 앞둔 해다. 이제는 제도의 확대가..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이 지역 의제로선 매우 이례적으로 정국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 뇌관으로 까지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 여당이 강력 드라이브를 걸면서 보수 야당은 여당 발(發) 이슈에 함몰되지 않기 위한 원심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6월 통합 단체장 선출이 유력한데 기존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를 준비하던 여야 정치인들의 교통 정리 때 진통이 불가피한 것도 부담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들과 오찬에서 행정통합에 대해 지원사격을 하면서 정치권이 긴박하게 움직이..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가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값을 따로 받는 '컵 따로 계산제' 방안을 추진하자 카페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머그잔과 테이크아웃 일회용 컵 가격을 각각 분리한다는 게 핵심인데, 제도 시행 시 소비자들은 일회용 컵 선택 시 일정 부분 돈을 내야 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2027년부터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 무상 제공을 금지할 계획이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컵 따로 계산제를 탈 플라스틱 종합 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