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산내의 비극 공유… 진상규명 위한 국민 관심 절실

  • 정치/행정
  • 대전

[기획]산내의 비극 공유… 진상규명 위한 국민 관심 절실

행안부 산내 '전국단위 위령시설' 조성 추진 중
영국 현지 상영회 등 비극 알리기 위한 노력 불구
여전히 많은 이들 몰라… 과거사위 2기 출범도 안갯속

  • 승인 2019-11-20 16:55
  • 신문게재 2019-11-21 3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기획]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학살 진실을 재조명하다-'런던에서 산내까지'

3. 골령골 학살, 어떻게 기억돼야 할까





2017년 골령골 현장에서 시굴조사
2017년 11월 27일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민간인 학살 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제공
KakaoTalk_20191120_150033014
런던대 한국학연구소 칼슨 교수가 지난달 29일 열린 다큐멘터리 '70년 만의 나들이' 상영회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정부가 대전 산내 골령골에 민간인 학살 희생자를 추모하는 전국단위 위령시설 조성을 추진 중이다.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유족의 한을 달래고 아픈 역사를 간직할 수 있는 공간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갖지만 한편으론 아직 많은 이들이 이러한 비극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면에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수많은 영혼이 잠들지 못한 산내의 비극은 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평화를 위한 관심을 보일 때 비로소 그들을 위로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5시께(현지시각) 영국 런던에 머물었던 팟캐스트 '아는 것이 힘이다' 정진호 PD는 산내 골령골에서 일어났던 민간인 학살을 알리기 위한 의미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자체 제작한 다큐멘터리 '70년 만의 나들이'(Returning, After 70 Years)를 통해 골령골의 비극을 알린 것이다. 지난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골령골'을 선보인 지 1년 만에 또 한 번 골령골 이야기를 전파했다.

휴먼다큐멘터리 '70년 만의 나들이'는 산내 민간인 학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영국인 기자 앨런 위닝턴(Alan Winnington·1910~1983)의 첫 번째 부인 에스터가 지난 6월 한국에 방문한 사흘간의 여정을 기록했다. 에스터 여사는 지난 방문 당시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위령제에서 유족의 아픔을 달래고 산내 민간인 학살을 주제로 열린 첫 심포지엄에서 자신의 남편인 앨런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상영회에 참석한 이들은 한국전쟁 이후 완전히 바뀌어버린 이들의 삶에 공감과 위로를 표하고 대전 산내에서 일어난 참혹한 사실을 알게 됐다며 관심을 보였다. 런던대 한국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앤더스 칼슨(Anders Karlson) 교수는 "감동적이었고 잊혀진 역사를 규명하는 데 이번 상영회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며 "특히 이 다큐멘터리는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 이면에 감춰졌던 한 개인의 슬픈 사연을 조명했기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향후 학생들과 이 영화를 본 뒤 어떻게 역사를 이해하고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골령골 민간인 학살을 알리기 위한 상영회는 런던대와 필리핀대(UP) 등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여러 번 진행되며 관심을 환기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전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이 알려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제주4·3이나 영동 노근리사건에 대한 국민 인지도와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은 희생자가 목숨을 잃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치권과 행정당국의 무관심 등으로 조명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늦게나마 지난 2016년 정부가 산내 골령골에 전국단위 위령시설을 짓겠다고 나선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위령시설은 현재 기본설계에 돌입했으며 일부 토지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설계비 등 필요한 예산 100억 원가량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콘셉트는 정해진 게 없는 상태지만 산내에 들어설 위령시설을 단순 추모시설로 한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평화의 상징이 될 수도 있고 후대를 위한 교육의 장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안갯속에 있는 진실 규명 과제도 남아 있다. 지난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이 종료된 가운데 2기 출범을 위한 과거사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상태다. 여야 대립으로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을 낙관하기 어려운 전망 속에서 보다 진실 규명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건 국민의 관심이다. 런던=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45년 방치 공간의 변신…김해 수안마을 수국축제 열린다
  2. 국세청, "국세 징수 넘어 통합 재정수입 기관" 도약
  3. [대전의 숨은 이야기] 대전에서 연시은 따라잡기! '약한영웅 Class 2' 성지순례
  4. 반도체 생산 고순도 중수소암모니아 국산화 기술 개발
  5. 대전 초등생 피살사건 유족 손배소 일부 승소…명재완·대전시 공동배상
  1. 대전·세종 교권보호위원회 평교사위원 '0'명
  2. "망상 등 청소년 조기정신증, 조기 개입 효과 뚜렷"
  3. 이태호부터 황인범까지 대전 출신의 월드컵 영웅들
  4. [한화에어로 참사] 화약 찌꺼기 제거 중 폭발 가능성에 경찰 "확인 필요"
  5. 충청권 지역의사제 사실상 '수시 전형'…의대 입시전략 바뀐다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벤처 잠재력 최대인데… ‘돈·사람’은 여전히 서울로

충청권 벤처 잠재력 최대인데… ‘돈·사람’은 여전히 서울로

충청권 벤처기업 생태계가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중에서 가장 높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본과 인재, 투자 등의 벤처 생태계 핵심 인프라는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별 잠재력을 고려한 균형성장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11일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지역 벤처기업 현황 및 지원정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중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0.2%로 집계됐다. 권역별로는 수도권(11.5%)과 충청권(10.7%)이 평균을 웃돌았으며, 이 외의 비수도권 지역은 6~9%에 머물렀다. 특히..

대전 출신 황인범 체코전서 `멀티 공격포인트`, 북중미 월드컵 첫승 견인
대전 출신 황인범 체코전서 '멀티 공격포인트', 북중미 월드컵 첫승 견인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나선 태극전사들이 대전 출신 황인범(페예노르트)과 오현규(베식타시)의 후반 연속골로 체코에 역전승을 따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에 2-1로 승리했다. 한국은 후반 14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울버햄프턴)에게 먼저 실점했으나 후반 22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도움에 이은 황인범의 동점 골, 후반 35분 오현규의 역전 골로 승점 3을 챙겼다. 특히 황인범은 오현규의 골을 돕기도..

충청권 지역의사제 사실상 `수시 전형`…의대 입시전략 바뀐다
충청권 지역의사제 사실상 '수시 전형'…의대 입시전략 바뀐다

2027학년도 지역의사제 시행을 앞두고 충청권 의대 입시의 무게중심이 수시로 이동하고 있다. 충북대를 제외한 충청권 6개 의대가 지역의사제 모집 인원을 전원 수시에서 선발하기로 하면서 수험생들의 입시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11일 교육계와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역의사제는 지역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일정 기간 해당 권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할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로, 2027학년도 대입부터 처음 도입된다. 충청권에서는 충북대 39명으로 가장 많고 충남대 27명, 순천향대 18명, 단국대 천안캠퍼스 15명,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7명, 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 ‘더 빠르게 접근한다’…무인수난구조보드를 활용한 인명구조 ‘더 빠르게 접근한다’…무인수난구조보드를 활용한 인명구조

  • ‘건강한 치아를 위해’ ‘건강한 치아를 위해’

  •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