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이세돌 9단의 은퇴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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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세돌 9단의 은퇴를 바라보며

  • 승인 2019-11-27 11:16
  • 이건우 기자이건우 기자
한해 마감을 한 달여 앞두고 바둑계의 한 시대가 저물었다. 이세돌 9단이 프로기사에서 공식 은퇴했다. 옷깃을 조이는 삭풍이 더욱 차갑게 느껴지는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어린 시절 노인정에서 어깨너머로 바둑을 접하고 대학교 동아리 활동을 통해 평생의 취미이자 삶의 낙으로 즐겨오던 바둑인 이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은 1983년생으로 아직 40대에 못 미친다. 바둑의 특성상 프로기사 나이로는 전성기가 지났지만 이창호 9단 뿐 아니라 대선배인 조훈현, 서봉수 9단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이른 은퇴이기에 축하의 박수보다는 만류하고 싶은 심정이 더 크다.

1995년 입단한 이세돌 9단 전적은 화려하다 못해 독보적이다. 세계 바둑계를 호령하며 최강자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것의 산물이다. 24년 동안 세계대회 우승컵만 18개를 들어 올렸다. 이에 더해 국내대회에서도 32차례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세돌 9단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도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한 역사적 사건, 바로 2016년에 이뤄진 AI 알파고<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와의 대결이다. 5번기로 펼쳐진 대국에서 1승 4패로 승부에서는 졌다. 하지만 '신의 한수'로 승리한 4국은 인류가 알파고에 거둔 유일한 승점으로 현재까지도 깊은 의미를 갖고 있다. 알파고에 패배한 뒤 "내가 패배한 것이지 인류가 패배한 것은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도 남겼다. 또 바둑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2014년 중국의 구리 9단과 벌인 10번기도 유명하다. 이세돌 9단은 6승 2패의 압도적인 승리로 당시 한국 바둑계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화려한 이력의 이세돌 9단을 프로축구 선수에 비유하자면 메시나 호날두와 같은 세계적인 스타다.

이런 이세돌 9단의 조기퇴장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던 중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내달 18일부터 국내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한돌'과 '치수 고치기' 3번기로 은퇴 대국을 벌인다는 소식이다. 공식 기전이 아닌 이벤트성 대국이지만 저돌적이고 변화무쌍하며 전투를 즐기는 그의 기풍을 다시 음미할 수 있다는 기회라는 점에서 대국이 기다려진다.

10여 년 전 중도일보 주최 충남도지사배 바둑왕전에서 서봉수 9단과 지도다면기를 둘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후 바둑인으로써 소망하게 된 꿈이 있다. 이창호·이세돌 9단과 대국을 하는 것이다. 그들과 반상에서 수담을 주고받는다면 필자의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바둑의 신'이라고 추앙하는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의 최전성기 대국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다시없는 행운이자 행복이었다.

이세돌 9단 그동안 고마왔습니다.
이건우 기자 kkan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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