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썰렁한 시무식

  • 오피니언
  • 기자수첩

[기자수첩]썰렁한 시무식

이상문 행정산업부 차장

  • 승인 2020-01-05 15:41
  • 신문게재 2020-01-06 7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이상문기자
이상문 행정산업부 차장
대전시는 지난 2일 시청에서 시무식을 갖고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시작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시무식에서 지방분권의 주체로서 새로운 대전을 만들어가기 위한 공직사회의 혁신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시무식 후에는 공직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지난해 성과에 대한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전하며 희망찬 새해를 다짐했다. 여기까지 보면 여느 시무식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이날 시무식은 직원 없는 썰렁한 시무식이 연출됐다. 2층은 대부분 자리가 비었고, 1층도 군데군데 빈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시무식은 사내 방송으로 생중계됐다. 시무식 참석이 강제가 아니다 보니 업무를 위해 사무실에서 경청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생중계는 부득이 참석 못하는 직원들이 보라는 것이지 사무실에서 보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시무식은 평소와 달리 오후 5시에 열렸다. 허 시장이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주재 신년 합동 인사회에 참석하면서 일정이 오후로 미뤄졌다. 오전과 달리 하루 업무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열려 참석이 쉽지 않았다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무식은 조직의 수장이 새해 각오를 담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조직의 한해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리에 조차 참석하지 않는다니 조직의 기강이 얼마나 해이한지 알 수 있는 한 대목이다.

내용도 형식적이었다. 허 시장과 직원의 소통을 위한 직원 질문을 담긴 메시지를 뽑아 답변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허 시장의 피부 미용 비결을 묻는 등 질문 수준도 어이가 없는데 다 이마저도 몇 개 밖에 읽지 않았다. 허 시장은 "직원들이 민감한 질문을 못한 것 같다"며 황급히 마무리했다. 신년사도 아쉽다. 대부분이 외부 행사와 동일한 메시지가 많았다. 더 심각한 것은 허 시장이 신년사 말미에 "나머지는 신년사(공개된)를 참조해라"라는 말을 한 것.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참석한 직원들에게 '예의'가 아니다. 직원들이 들었을 때는 성의 없는 표현 일 수 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중해야 하는 게 수장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시무식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부산시나 LG는 올해 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관례적인 형식을 탈피하자며 '강당 시무식'을 탈피하고 온라인 시무식을 가졌다. 조직에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색 시무식을 갖는 지자체도 많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대전시 직원들은 '썰렁한 시무식'을 단순히 관례 형식 탈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인식하지 않았으면 한다. 하려면 확실히 하자. 이상문 행정산업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롯데백화점 대전점, 성심당 리뉴얼... 백화점 중 최대 규모 베이커리로
  3.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4.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변동중, 음악으로 함께 어울리는 행복한 예술교육
  5. {현장취재]김기황 원장, 한국효문화진흥원 2025 동계효문화포럼 개최
  1.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2. 농식품부 '농촌재능나눔 대상' 16명 시상
  3. 작은 유치원 함께하니, 배움이 더 커졌어요
  4. 충남경찰, 21대 대선 당시 선거사범 158명 적발… 직전 대선보다 119명↑
  5. 서머나침례교회, 관저종합사회복지관에 연말 맞아 이웃사랑 후원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을 세종시가 아닌 대구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도한 데다, 11월에 혁신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황운하 의원(비례)이 ‘대법원 세종 이전법’을 발의한 터라 논의 과정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러 이견으로 대법원 지방 이전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혁신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차규근 의원(비례)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권칠승 의원과 함께 대법원을 대구로 이전하고 대법원의 부속기관도 대법원 소재지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10일 소상공인 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 서구 월평동 '선사유적지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