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두 아이의 부모이자 변호사의 관점에서 본 '민식이법'

  • 오피니언
  • 중도일보 독자위원회

[독자위원 칼럼] 두 아이의 부모이자 변호사의 관점에서 본 '민식이법'

최린아 변호사

  • 승인 2020-04-08 08:18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최린아(변호사)
최린아 변호사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민식이법'을 두고 '과도한 형사처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안전시설 확충을 내용으로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 규정과 스쿨존 내에서 만 13세 미만 어린이를 상대로 교통사고를 내 상해를 입히거나 사망하게 한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개정 규정을 통칭하는 것이다.

논란이 되는 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규정이다.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시속 30km 이상으로 운전하거나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해 교통사고를 내 어린이를 사망하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고, 상해를 입히면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상 강간죄나 강도죄, 상해치사죄 등의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규정돼 있으며,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야기한 운전자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처벌(이른바 '윤창호법')도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인 점에 비추어 보면, '어린이 보행자의 안전 강화'라는 입법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민식이법의 법정형은 형벌 비례의 원칙(책임과 형벌 사이에 적정한 비례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부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보행자(어린이) 측의 과실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긴 교통사고 사망 사건에 대해 고의로 사람을 때려서 사망하게 하는 상해치사 사건이나 고의로 이루어진 음주운전 중 사망 사고를 일으킨 사건과 같은 정도로 처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민식이법 시행 이후에도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있지만, 차 대 사람 사이의 교통사고의 경우 운전자의 과실이 전혀 없는 경우가 0.02% 정도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보면 사실상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를 상대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 거의 100% 민식이법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현실과 맞지 않다.

법원은 교통사고 사건 판결에서 안전운전의무 위반 여부 즉,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사고를 전혀 예견할 수 없었거나 회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상황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는데, 운전자에게 과실이 전혀 없다고 판단된 사례는 야간에 검은색 옷을 입고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친 경우나 야간에 불빛이 없는 자전거를 타고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친 경우 등 극히 드물다.

'스쿨존 내에서의 안전운전의무'에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위의 경우처럼 기존에 법원에서 인정받은 것과 같은 극단적인 사례가 아닌 이상 무죄 즉 전혀 과실이 없다고 판단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민식이법 개정을 촉발한 고 김민식 군의 사건을 보더라도, 당시 운전자는 규정속도 시속 30km보다 6.4km 느린 시속 23.6km로 주행 중이었고,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횡단보도를 넘어선 상태로 멈춰있는 다른 차량으로 인해 시야가 극히 제한된 상태에서 사고를 냈다.

그 누구도 자신이 그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장담하지 못할만한 상황임이 명백하지만, 아마도 위 운전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스쿨존임을 감안하면 운전자의 과실이 전무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민식이법 시행으로 내 아이의 안전이 강화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매일 차량을 운행하는 운전자로서 내 아이의 등하교를 차량으로 지원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사고를 낼까 두렵다.

스쿨존에서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겠지만, 하물며 집 안에서도 도무지 행동반경을 예측할 수 없는 내 아이들과 사이에 수시로 몸을 부딪치고 나와 아이들의 과실이 결합해 아이들이 다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생기는 것을 감안하면 두렵지 않을 수가 없다.

무작정 처벌부터 강화하는 방식으로 입법 취지를 달성하고자 할 것이 아니라, 책임에 비례하는 처벌을 내리되 교통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설비를 갖추고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을 모색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최근 민식이법 개정에 대한 국민청원이 새로이 등록되었고, 참여 인원 33만 명을 넘어서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작년 말 청와대의 주도하에 국민의 여론에 공감해 신속하게 민식이법 개정 및 시행을 추진한 것처럼 이제는 다시 한번 국민의 다양한 의견과 여러 가지 가치를 고려해 현명한 답변을 주기를 희망한다.

최린아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 5-2생활권 첫 주택 공급 포문…'우미린 센터파크'
  2. 세종시 청렴도 하락세, "공정한 인사와 상호 존중이 해법"
  3.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4.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
  5. 전신주 구리 접지선 훔쳐 한전에 2500만 원 손해 끼친 50대 검거
  1. [대전MZ로그]"평범한 건 싫어요"···각양각색 소품을 나만의 취향대로 개성있게 꾸미는 2030 소비 트렌드
  2. 충남교육청 7월 1일자 인사 단행… 부이사관 승진 2명 등 총 652명 규모
  3. "당연히 이길 줄 알았는데"…아쉬움으로 끝난 월드컵 응원
  4.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5. 오석진 대표 교육복지 공약 '대전 에듀카드'본격 추진 재원마련은 과제

헤드라인 뉴스


[대전MZ로그] ‘내 멋’대로 꾸민다… 2030세대 커스텀 열풍

[대전MZ로그] ‘내 멋’대로 꾸민다… 2030세대 커스텀 열풍

'평범한 볼펜과 모자, 신발 등을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커스텀으로 변신~!'최근 SNS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취향을 담아 물건을 꾸미는 이른바 '꾸미기 문화'가 2030세대의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기자가 직접 가 본 대전 서구의 한 소품가게는 수많은 종류의 파츠와 와펜이 알록달록한 컬러를 빛내며 매장 한가득 진열돼 있어 소비자의 구매욕과 골라보는 재미를 자극하고 있었다. 게다가 키링과 신발, 가방, 볼펜 등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현장에서 바로 소품을 꾸밀 수도 있었다. 매장을 운영하는 임한나 씨는 "SNS와 팝업스토어를 꾸..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교통사고 현장에 남겨진 차량에서 경찰이 블랙박스 SD카드를 영장 없이 압수한 것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고 차량이 현장에 남아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유류물 취급한 경찰의 절차 판단이 재판에서 부적절하다고 확인된 것이다. 과거 분실 휴대전화 마약 수사 사례처럼 경찰이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로 배척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현장 경찰의 증거 확보 역량과 적법절차 이해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대전지법에 따르면 제3-1형사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

KAIST "세계 최초 양방향 `브레인 로봇` 기술 개발 나서"
KAIST "세계 최초 양방향 '브레인 로봇' 기술 개발 나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사람의 뇌 신호로 외골격 로봇을 실시간 제어하고, 로봇이 감지한 촉각·힘 정보를 다시 뇌에 전달하는 차세대 뇌-로봇 인터페이스 플랫폼 개발을 시작했다. 기계공학과 공경철·김정 교수 연구팀은 ㈜엔젤로보틱스와 함께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플래그십 과제로 세계 최초 양방향 'Brain-to-Robot'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과제는 4월부터 2032년 12월까지다. 뇌 신호로 커서를 움직이거나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뇌 인터페이스 기술은 이미 인체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 대한민국 패배에 실망하는 축구팬…32강 진출 불투명 대한민국 패배에 실망하는 축구팬…32강 진출 불투명

  • 개원 준비로 분주한 대전시의회 개원 준비로 분주한 대전시의회

  •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