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전의료원 설립은 '천명'... 코로나19로 커진 공공의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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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대전의료원 설립은 '천명'... 코로나19로 커진 공공의료의 역할

[2020 대전시정 들여다보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드러난 공공의료 체계 부실...감염병 컨트롤 타워 필요한 대전시
KDI 예타 경제논리 벗어나야... 공공의료 부재로 인한 사회적 손실 따져야

  • 승인 2020-04-13 15:52
  • 신문게재 2020-04-14 10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대전시의료원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더 절실해졌다. 대전시는 공공의료 체계 구축을 통한 시민의 건강권 확보와 의료안전망 구축 및 지역 간 의료불균형 해소를 위해 대전의료원 설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지난 20년간 대전 시민들은 지방의료원 설립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대전의료원 설립은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을 이유로 멈춘 상태다. 제2의 코로나19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대전의료원 설립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편집자 주>



▲코로나19로 더 필요해진 '대전의료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료계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 공공의료 체계 부실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초유의 감염병 사태에 따른 의료 공백을 의료진의 자원봉사로 메꾸고 있기 때문이다. 폭증하는 환자에 전국 의료진이 나서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애초부터 있어야 할 공공의료 체계가 부실한 점은 무척 뼈아픈 대목이다. 확진자 186명 중 38명이 사망해 치명률이 20.4%에 달한 메르스 사태를 겪고도 공공의료 체계는 제자리 걸음에 그쳤다. 현재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1만명(12일 0시 기준 1만512명)이 넘었고, 사망자는 200명(214명)을 넘어섰다.



대구에서는 2월 말부터 2주가량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상이 없어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다 사망한 일이 수차례 벌어졌다. 공공의료 체계가 부실한 대전이라면 그 이상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공공의료원을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가 확산 이후 공공의료원을 감염병 전담 역할로 전환하거나 병원을 통한 음압병상 추가 확보 등 유연한 대비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상상 이상이다. 메르스 사태 때 입은 경제적 손실이 20조 원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손실은 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국 시도 중에는 광주, 울산, 대전에만 지방 의료원이 없다. 이로 인해 대전시는 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보건소로 연결되는 공공의료 전달체계가 단절됐다. 의료취약계층 진료와 수익성이 낮은 의료서비스 제공 등 공공의료기능이 취약하다. 공공의료업의 충남대병원 집중 위탁으로 기능과 역할이 포화 상태다. 특히 코로나19나 메르스 사태 등 감염병 및 재난·재해 상황 대응을 위해서라도 공공병원은 필요하다. 음압 병상 확보, 선별진료소 운영 등 상시 감염병 관리 및 치료체계가 구축돼야 하고, 재난·재해 등 대량환자 발생 때 기능전환으로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대전시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수, 병상 수는 전국 평균보다 적다. 특·광역시 병원급 이상 인구 만명 당 의료기관 수 평균 0.36이지만 대전은 0.32로 부족하다. 특광역시의 병상 수는 62.00인 데 비해 대전은 59.78이다. 지역 응급의료기관의 수 또한 비슷한 규모의 광주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광주시도 지난 8일 공공의료원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동을 걸었다.

제2의 코로나19 사태를 감당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국립대병원과 보건소를 연결하는 공공의료체계의 허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대전의료원 설립이 매우 시급한 과제다.



▲ 경제 논리에 멈춰선 '대전의료원 설립'=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대전의료원은 2018년 4월 KDI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된 이후 아직까지 조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지난해 7월 KDI 측이 예타 1차 보고를 통해 경제성(B/C)이 기준치인 1.0 이하를 나타낸다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예타 조사가 지연되고 있다. 대전시는 동구 용운동(11번지 일원)에 2025년까지 319병상(부지 3만9163㎡/건물연면적 3만3148㎡) 규모의 대전의료원을 건립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1315억원이다.

대전시는 KDI에 경제성 재산정을 위한 주요 쟁점사항 반영을 즉각 요청했다. 감염병·자살·중독·장애인에 대한 추가 편익 분석자료, 인건비 산출 세부내역 및 경상운영비 분석·근거 자료, 메르스사태 분석자료 및 지방의료원 부재로 인한 현황 문제점 분석 자료 등 시가 제출한 자료만도 10여 차례가 넘는다. 현재 KDI 측은 내부 회의를 거쳐 시가 요청한 쟁점사항들 반영하면서 편익 재검토에 들어갔다. 빠르면 이달 내로 결론이 날 전망이다.

지역사회에서는 대전의료원 건립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KDI 측의 예타 1차 보고 이후 시민단체를 비롯해 시민들은 예타 결과에 대한 불공정을 제기하면서 의료원 설립을 촉구했다. 대전시도 최근 허태정 시장이 한국개발연구원을 찾아 예타 통과 협조를 요청하는 등 의료원 설립에 적극 나섰다. 대전시의회는 지난달 16일 제248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고 '대전의료원 설립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건의안을 통해 "현재 코로나19 공포가 퍼지면서 대전의료원 설립이 더욱 절박하게 요구되고 있다"며 "지역 의료의 공공성 확보와 시민의 건강안전망 구축을 위해 지연되고 있는 대전의료원이 빠른 시일 내 설립될 수 있도록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공의료 가치를 보자=대전의료원의 예타 주요 쟁점사항은 총괄비용, 인건비, 재투자비, 편익 등이다. 대전시는 세종충남대병원 예타 사례를 들면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세종충남대병원(500병상·5225억원)보다 대전의료원(319병상·5607억원)이 병상수가 적지만 총괄비용은 더 크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인건비를 미반영했지만, 대전은 30년간 인건비1861억원을 반영했다. 재투자비는 2125억원으로 30년간 5년주기 100%씩 산정했지만, 대전시는 물품관리법 및 조달청공시의 내용 연수를 적용한 9.3년으로 주기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편익은 연간 64억원이 반영됐지만, 공공병원과 민간병원 환자 진료비 비교를 통해 진료비절감 편익(매년 183억원 반영)을 요구 중이다.

KDI가 공공의료원 설립에 공공성을 무시하고 민간병원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예타 기준 지침도 2012년 마련된 것으로 급속히 변화는 의료 환경에 대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나 메르스 등 감염병 대응을 고려하면 편익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신종플루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대전의료원 부재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이 확인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지역 경제 손실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보건소, 지방의료원, 국립대병원으로 연계되는 지역 내 공공보건의료 전달 체계를 유지 필요성도 이미 입증됐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보더라도 대구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에서 치료를 기다리다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졌다"면서 "공공의료체계 필요성이 더 절실해졌다. 공공의료 부재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에 대한 부분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 사업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관련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정부 추경예산으로 권역감염병 전문병원 구축 설계비(2개소)를 반영했다. 공모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세부지정 요건도 아직 검토 중이다. 중부권 감염병 전문병원을 대전의료원과 동시에 설립하자는 계획이다.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은 전액 국비지원 사업으로 국비 400억 지원을 받아 기반공사, 주차장, 진입로 등을 함께 공사하면 대전의료원 건립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전시는 예타 통과 후 시설사업기본계획(RFP) 수립 용역시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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