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ODA 사업에 은퇴과학자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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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ODA 사업에 은퇴과학자 활용하자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 승인 2020-09-03 17:28
  • 신문게재 2020-09-04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곽상수 뉴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3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지난해 가입했다. 30-50클럽은 인구가 5000만 명을 넘고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달러 이상인 국가를 말하며 미국·독일·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가 여기에 포함된다. UN에 가장 많은 혜택을 입은 우리는 국제사회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UN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을 위해 솔선수범해야 할 책임도 있다. 우리는 2009년 공적원조사업(ODA)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된 국가다. UN은 선진국에게 ODA 예산을 국내총생산액(GDP)의 0.7%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GDP 가운데 ODA 예산은 2009년 0.1%에서 2014년 0.16%, 2020년 0.2%로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UN 권고기준에는 많이 미흡하다. ODA 예산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우리는 어떻게 ODA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것인가를 심도 있게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과학기술의 역량을 키웠기 때문이다.

1965년 5월 미국 존슨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군의 베트남전 파병에 대한 보답으로 공과대학 건설을 제안했으나 박정희 대통령은 "공업기술과 응용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연구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회담 후속조치로 1966년 2월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가 설립됐다.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KIST를 비롯한 출연연의 기여가 매우 컸다. 개도국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ODA 사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한국을 벤치마케팅하면서 베트남 경제를 살리려면 한국의 경험을 배워야 하는데 그 원동력이 KIST라고 결론을 내리고 한국정부에 요청해 V(베트남)-KIST를 설립하고 있다. V-KIST는 우리나라 ODA 재원과 베트남 정부재원이 공동 투자돼 설립되고 있다. 베트남전 참전의 대가로 KIST가 미국 지원으로 설립됐지만 베트남은 월남전의 상처를 넘어 국가발전을 위해 V-KIST를 설립하는 것은 시사점이 많다.



우리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ODA 사업에 역점을 둔다면 일본·중국 등 다른 공여국과 차별화된 전략이 될 것이고 국가 품격도 높아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출연연구소를 비롯한 대학·기업·국립연구소 등 은퇴과학자가 ODA 사업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연연 근무자는 국가 차원에서 먹거리 창출을 위해 전문분야별 산업체가 필요한 핵심가치기술을 개발한 경험이 많다. 61세로 은퇴하는 출연연 종사자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국가와 국제사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발표에 의하면 25개 출연연 과학자 가운데 올해부터 2024년까지 은퇴하는 연구원이 매년 300~400명(2.5%)에 달한다. 연구자뿐만 아니라 연구지원 부서에 일하시는 분들의 경험도 소중하다. 이들을 과학기술 ODA 사업에 활용한다면 국가와 인류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KIST 초대소장을 역임한 최형섭 박사(1920~2004)는 인생의 후반부를 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 국가들과 우리의 과학기술 개발경험을 공유하는 일에 공헌했다.

올해 100세를 맞이한 김형석 교수는 정년 후인 60대 중반부터 80세까지 세상에 봉사하면서 살 수 있는 일이 가장 의미 있다고 하셨다. UN에서 청년의 나이를 19세부터 65세까지로 새롭게 정의했다. '청춘'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출연연·대학·기업·공공기관 종사자는 정년 후 제2의 청춘을 만끽할 준비를 일찍부터 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ODA 사업에 은퇴과학자를 적극 활용하는 제도를 조성할 필요도 있고 은퇴과학자도 스스로 제2의 청춘을 맞이할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선배들이 더 많아지는 건강한 사회를 기대한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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