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
1965년 5월 미국 존슨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군의 베트남전 파병에 대한 보답으로 공과대학 건설을 제안했으나 박정희 대통령은 "공업기술과 응용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연구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회담 후속조치로 1966년 2월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가 설립됐다.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KIST를 비롯한 출연연의 기여가 매우 컸다. 개도국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ODA 사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한국을 벤치마케팅하면서 베트남 경제를 살리려면 한국의 경험을 배워야 하는데 그 원동력이 KIST라고 결론을 내리고 한국정부에 요청해 V(베트남)-KIST를 설립하고 있다. V-KIST는 우리나라 ODA 재원과 베트남 정부재원이 공동 투자돼 설립되고 있다. 베트남전 참전의 대가로 KIST가 미국 지원으로 설립됐지만 베트남은 월남전의 상처를 넘어 국가발전을 위해 V-KIST를 설립하는 것은 시사점이 많다.
우리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ODA 사업에 역점을 둔다면 일본·중국 등 다른 공여국과 차별화된 전략이 될 것이고 국가 품격도 높아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출연연구소를 비롯한 대학·기업·국립연구소 등 은퇴과학자가 ODA 사업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연연 근무자는 국가 차원에서 먹거리 창출을 위해 전문분야별 산업체가 필요한 핵심가치기술을 개발한 경험이 많다. 61세로 은퇴하는 출연연 종사자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국가와 국제사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발표에 의하면 25개 출연연 과학자 가운데 올해부터 2024년까지 은퇴하는 연구원이 매년 300~400명(2.5%)에 달한다. 연구자뿐만 아니라 연구지원 부서에 일하시는 분들의 경험도 소중하다. 이들을 과학기술 ODA 사업에 활용한다면 국가와 인류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KIST 초대소장을 역임한 최형섭 박사(1920~2004)는 인생의 후반부를 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 국가들과 우리의 과학기술 개발경험을 공유하는 일에 공헌했다.
올해 100세를 맞이한 김형석 교수는 정년 후인 60대 중반부터 80세까지 세상에 봉사하면서 살 수 있는 일이 가장 의미 있다고 하셨다. UN에서 청년의 나이를 19세부터 65세까지로 새롭게 정의했다. '청춘'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출연연·대학·기업·공공기관 종사자는 정년 후 제2의 청춘을 만끽할 준비를 일찍부터 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ODA 사업에 은퇴과학자를 적극 활용하는 제도를 조성할 필요도 있고 은퇴과학자도 스스로 제2의 청춘을 맞이할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선배들이 더 많아지는 건강한 사회를 기대한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임효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