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0주년 기획-사라지는 100년 유산, 대전이 무너진다] (상) 대전형무소 관사 그 쓸쓸한 최후

[창간 70주년 기획-사라지는 100년 유산, 대전이 무너진다] (상) 대전형무소 관사 그 쓸쓸한 최후

대전시-중구청-민간단체 역사적 자산 놓친 '과오' 질타
최소 100년 연식… 7등급 관사 형무소장 거주 가능성 커
원형보존 높아, 관광자원 거점 기대했으나 결국엔 불발
기록화 사업으로 실측 남겨 "미래유산 등록 조례 필요"

  • 승인 2021-02-07 16:11
  • 수정 2021-02-09 08:41
  • 신문게재 2021-02-08 1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근대문화유산을 두고 누군가는 '적산(敵産)'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미래유산으로 본다. 우리는 앞으로도 수많은 미래유산을 잃어버릴 게 분명하다. 특히 제도권 밖의 근대문화유산은 힘이 없다.

대전의 잠정적 등록문화재 후보군은 약 2만6000건, 시대가 남긴 소산(所産)이 소실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것 또한 우리의 사명이다. 영렬탑, 박용래 시인 생가터, 대전형무소와 관사까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시대의 결정체였다. 일제강점기가 남긴 근대문화유산이 설령 적산이라 할지라도 시대와 시대를 연결해준 디딤돌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중도일보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올해 첫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철거된 대전형무소 관사에서 출발하지만, 근대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대전이 재정비해야 할 과오는 무엇인지 어떤 방향성을 지향해야 하는가 살펴보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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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형무소 관사가 철거되기 전 모습. 겉모습은 허름하나, 뼈대와 원형이 잘 보존된 사례로 꼽혔다. 사진=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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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0주년 기획-사라지는 100년 유산, 대전이 무너진다]
(상) 대전형무소 관사 그 쓸쓸한 최후
(중) 문화유산이 사라진 그곳에는…
(하) 미래유산제도 정착화 시급



대전에서는 유일하게 남은 것으로 추정됐던 일제강점기 ‘대전형무소 관사’가 결국 철거 후 자취를 감췄다. 원형이 잘 남아있어 역사적 가치가 충분했으나, 행정적 판단으로 끝내 사라졌다. 이로 인해 최근 용역을 마무리한 대전형무소 관광자원화 활성화 사업까지도 제동이 걸리면서 반쪽 추진 가능성이 커졌다.

대전형무소 관사 철거로 대전시와 관할 지자체인 중구청, 그리고 민간문화단체의 '과오'를 묵과할 수 없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미래유산의 울타리에서 본다면 형무소 관사의 역사적 무게감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비지정 문화재라는 한계,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사각지대를 개선할 수 있는 능동적 대안 마련을 요구하는 이유기도 하다.

대전시 중구 선화동 163-37번지에 대전형무소 관사 있었다. 현대식으로 계산하면 76.36㎡(약 22평)로 배치나 규모 면에서 일제강점기 7등급 관사로 분류한다. 7등급 관사는 형무소장 급의 관리가 살았던 비교적 고급 주택이다.

이상희 목원대 건축학부 겸임교수는 "대전형무소가 이전한 것이 1920년이니까, 관사는 그 전에 내려온 관리인들을 위해 지었던 것 같다. 옛 지도를 살펴보니 1918년에는 이 자리에 건물이나 마을 흔적이 없는데, 그 후 지도에서는 관사촌 형태가 계속 나타난다. 최소 90년에서 100년에 가까운 연식의 건물이다. 일제강점기 관사건축물은 평면을 표준화했는데, 이곳 또한 표준 도면에 의해 만들어진 형무소 관사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상희 교수는 대전형무소 관사는 특별한 곳이라 했다. 목동이나 중촌동이 아닌 형무소에서 약 10분 거리인 선화동에서 관사가 발견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또 남은 기록 자료가 없기에 형무소 관사 발견은 사실상 처음이고, 원형 보존까지 높았다. 전문가들은 향후 형무소 관광자원과 연계할 수 있는 역사적 거점으로 관사 활용을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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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형무소 관사와 집터 모습. 규모와 크기로 볼 때 7등급 관사로 분류된다. 7등급은 당시 형무소장이 살았던 고급주택에 속한다.
안여종 문화유산울림 대표는 "2019년 대전형무소 100년 전시에서 관사 사진과 위치가 소개됐었다. 형무소 관광자원 용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보존할 방법이 있었을 텐데, 행정의 한계가 결국 철거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형무소 관사가 남았더라면 형무소에서 출발해 옛 충남도청사까지 이어지는 원도심 관광 코스의 핵심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민관 모두가 반성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시대 관사는 대다수 사라졌다. 육군 관사는 이미 오래전 철거했고, 1930년대 말 건축한 것으로 보이는 선화동 구 법원관사는 철거 예정지에 포함돼 있다. 여기에 소제동 철도관사촌 또한 이미 다수가 뜯기고 헐렸다.

다만 대전형무소 관사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전문가들이 발견했고, 형무소 관광자원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매입이나 등록문화재 지정도 충분히 가능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형무소 관사 또한 철거라는 최후를 바꾸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전시 문화유산 담당자는 "시 자체 등록문화재 지정이 가능해지면서 지난해 제도를 완비했다. 관사를 등록문화재로 추진하던 중에 예산 확보가 어려워졌는데, 그 사이 관사가 철거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회 쪽에서 꾸준히 건축물 공공매입에 대한 요구가 있어서 매입 가능한 목록을 작성해 왔고 대전형무소 관사도 그중 하나였다. 시로서도 나름대로 매입과 문화재 지정 등으로 대비를 해왔으나, 당혹스러운 결과로 이어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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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사의 경우 비지정 근대건축물로 개인 소유자가 매입을 거부할 경우 강제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 문화재 전환 시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는 소유자들이 간혹 건축물을 일부러 철거하는 사례가 다수 있는데, 대전형무소 관사도 이와 비슷한 상황일 거라는 추측이다.

이상희 교수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2019년 관사를 처음 발견하고, 기록화 사업으로 실측 후 사진을 비롯한 연구자료를 남겨뒀다. 물론 건축물이 그대로 남는 것이 가장 좋다. 앞으로는 의미 있는 유산의 기록화 사업은 보존과 함께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본환 대전시의원은 "대전시에 관사를 매입해 의미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고 건의했던 것이 불과 몇 달 전인데, 100년의 역사가 결국 헐린 것이냐"며 "남아 있는 것이라도 미래유산으로 지정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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